[re] CRIME CASE 와 minority report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4-09-24 09:46
조회
7,3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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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건
기업 편 드는 법안까지 만드는 마당에, 사례조차 확보 안했겠습니까?

구체적인 범죄의 경우가 있다고 하여, 강력한 예방조치가 항상 당위성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보신 분 많으실겁니다.

살인을 '아직' 저지르지 않은 사람까지 예비살인자로 잡아다가 종신형에 처하죠. 결론이 뭐였습니까. 극히 드물게나마 시스템 오류 가능성이 있다 하여 폐지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아직 범죄가 성립하기 전이라서 논란이 있다고 하죠. 시스템 오류와 법적 논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누가 하죠? 법무부 관리(콜린 파렐 분)가 합니다. 네, 정부의 역할입니다. 비록 영화 속 이야기이지만, 정부는 그런 역할을 해야죠. 다른 국가기관과 기업 등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있는지 감시하고 견제하고 방지해야죠.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아.. '우리나라' 정부 라고 할 때 이렇게 손가락이 망설여지는 것은 처음입니다.)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서라는 거창한 명분을 달고는, 모든 연구개발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체 뿐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에까지 처벌 대상을 확대하고...

1억원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어 동료간의 불신을 유발합니다.

그동안의 case들을 보면 결과적으로 기술유출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즉 미수에 그친 경우라던가 단순히 자료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무거운 벌이 내려져 왔으며,

전직관련 소송들을 볼 때, 서류나 메모리, 디스크 등 물적 유출이 전혀 없고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을 전혀 침해하지 않은 경우에도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지식과 기억에 대해서도 기술유출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정기간 전직이 안되고 퇴사후 일정기간 취업을 못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학회나 세미나에서 경쟁업체 사람과 몇마디 대화를 나눈 것 가지고도 걸고 넘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퇴사하고 취업금지기간동안 분식점이라도 내지 않으면, "너 왜 집에서 놀아. 무슨 꿍꿍이야. 누굴 만나고 다녀" 하고 기관원이 쫓아다닐지도 모릅니다. 휴대폰이나 의료기같은 첨단, 경쟁이 치열한 분야만 그럴 것이라고요? 말씀 드렸잖습니까. 대학과 연구소로 대상이 확대된다고요. 법으로 말입니다.

CRIME CASE로 이번 법과 족쇄조치를 정당화 시키려고 하는 것, 이러한 시도 자체가 인권유린이며 명예훼손입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의사와 약사가 짜고 10억원대 건강보험 청구 사기를 쳤더군요. CRIME CASE입니다. 하지만 이런 처방전 사기가 있다고 하여 '건강보험 허위청구 방지법'을 만들고, 의사와 약사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아 모든 병원에 CCTV를 설치하거나 주재관을 파견하거나 전원 방문조사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러한 범죄자는 '극히 소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땅에 연구개발자 수는 훨씬 많습니다. 기술유출을 일으키는 범죄 경우는 훨씬 적습니다.

연구개발자도 회사 직원입니다.기본적으로 연구개발자는 선량합니다.(이런 당연한 말을 왜 새삼 해야하는 것입니까!) 엄마 지갑에서 돈 빼는 짓 하는 데 마음 편하고 기분 좋은 아들 없습니다. 지갑에서 돈 훔친 자식은 매로 호되게 다루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자식들을 지갑 털 놈으로 보아서야 되겠습니까?

지갑에 쥐덫 달아놓고, 형제간에 '엄마 지갑에 손대는 사람 신고하면 돈준다'고 이간질 시키고 '걸리기만 해봐라' 하는 것보다, 용돈 몇푼 더 쥐어줘서 지갑에 손 안대게 하는게 현명한 엄마 아닌가요? 아.. 이땅의 모든 어머니 죄송합니다. 본의아니게 이상한 놈들을 엄마로 비유해 버렸습니다.

어찌된 것이, 얘기가 시작된 후로 오히려 점점 공분이 증폭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공계 출신들, 늘상 그랬듯 좀 그러다 말겠지' 이렇게 만만히 보는 것 같네요. 하.. 이제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큰 오산을 했는지 깨닫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 이민주 ()

      이공계 교수님들 명망높은 과학자들 도대체 어디에 있는겁니까??

    자신의 기득권만을 생각하며 후배들을 죽이고 있지 않는지???

  • cantab ()

      범죄의 의도를 갖고 있는 것 만으로는 실행에 옮기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는게 기본적인 법의 원칙이라고 예전에 배운 기억이 납니다. 이번 법안은 이 기본적인 원칙마저 무시하려는 것은 아닌지. 단지 머릿속에 지식이 들어있다고 기술유출의위험성이 있다고 본다면 연구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거의 모든 기본권을 기관이 임의로 박탈할 수 있다는 확대해석 또한 가능한 것입니다.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려는 발상은 독재경찰구가에서나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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