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 글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글쓴이
관전평
등록일
2004-09-26 12:30
조회
9,759회
추천
12건
댓글
9건
윗 글은 이 문제와 관련된 보편적인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좀 더 자본주의적인 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제 얘기입니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와 비교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댓글을 답니다.

일단 제가 가장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인용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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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원인을 미루어 짐작하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열심히 인력을 교육하고 회사의 기술을 가르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때
- 이때부터 회사의 핵심인력이 되죠 -  그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다른 기업/나라를 위해 일하고 경쟁회사를
키우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기에 이러한 법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좀 더 비용을 들여 인력을 유치해서 기술 교육 및 개발을 해서,
쓸만한 사람으로 만들었더니, 다른 회사로 가버리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보여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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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의 회사에서 개발프로그램을 매니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람을 뽑을 때 고려하는 사항은 여러가지가 있지요.  이 글과 관련이 있는 사항은

1) 채용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현재의 팀의 역량에 보탬이 되는 가
2) 만약 가르칠 것이 있다면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는 사람인가
3) 채용할 사람이 기여하는 정도에 따른 손익분기점동안 그 사람을 데리고 있을 수 있는 가 (미국은 평생고용은 커녕 떠날 때에도 이주일전에 알려주면 그만이므로 이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됩니다. 예를 들어 2년간 약 이십만불을 그 사람에게 써야된다면, 그 동안 그 사람이 팀과 함께 배우고, 익히고, 써먹어서 이십만불어치의 일을 할  수 있느냐라는 점이지요.)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저는 새 직원을 가르쳤기때문에 그 사람으로부터 뭔가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않습니다. 제가 새 직원에게 현재의 팀이 습득한 노하우와 지식을 전수받도록 허용하고, 또 여러가지 학회참여라든 지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서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내기위해서이고, 또한 그런 기회를 줘서 채용한 직원이 자신의 몸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함으로써 현재의 팀에 계속 머물수있도록하는 동기를 부여하기위해서입니다. 

채용할 사람이 모르는 게 있다던지 능력이 부족하다던지 하는 것은 이미 연봉협상시 모든 것이 감안됩니다.  한참 걸려야 쓸만해질 사람이라면 그만큼 연봉을 줄여서 주면되고, 당장 효용이 있는 사람은 가르치지않아도 되니 그만큼 몸값이 비싸지지요.

새로 채용한 직원이 몸값을 다하기도 전에 떠나버린다든 지, 제대로 일한만한 상황에서 갑자기 떠나버린다면, 제게 타격이 있겠지요.  그건 그 사람을 제대로 못 가르쳤거나, 현재의 자리에 계속있도록 모티베이션을 제공하지 못한 제 책임이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는 직원의 잘못이 아닙니다.  만약 다른 직장에서 제가 제공할 수 없는 유형,무형의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으로 제 팀원을 데려간다면 입맛을 쓰지만, 그건 제가 있는 직장의 한계이거나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인력을 데리고 있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해야됩니다.  동네야구단에서 박찬호(요즘은 맛이 갔지만)를 데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얘기지요. 

만약 보호해야만 할 기술이 있다면, 떠나는 자리에서 꼼꼼히 리스트를 작성하고 싸인하게 합니다.  이걸 Exit review라고 하는 데, 제 팀이 기술적인 격차를 유지할 수 있게해주는 유일한 장치입니다.  다만, 논문으로 발표했거나, 특허가 출원된 사항은 제외됩니다.  그건 이미 공개되었거나 충분히 보호된 것으로 간주되니까요.  제 경우에는 결국 최근 6개월 정도에 진척된 사항중에 공개가 되면 안되는 부분으로 한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결과입니다.

직원이 떠나는 것은 관리자가 충분히 관리하지 못한 탓이지 직원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무 이유없이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없습니다.  핵심인력을 붙잡지 못한 것은 관리자나 회사의 잘못인데 왜 떠나는 사람을 비난하는 지 , 또 그걸 파렴치하다고 표현하는 지 참 답답합니다. 

회사와 직원은 계약관계로 용역을 제공하고 제공받는 관계입니다.  한국의 회사에서는 직원과 관리자간의 개인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를 혼동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직원이 떠나는 것을 상사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하는 거죠. 직원과 상사는 개인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지만, 회사가 용역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못한다면 직원은 보다 나은 조건을 찾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상사도 또 하나의 피고용인으로서 그 권리를 존중해줘야죠.

제가 한국에 계신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화된 (자본주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예를 보여주고 싶군요.

  • Simon ()

      배신으로 간주하지요. 떠나는 것은 배신입니다. 그렇다고 데리고 있으면서 크게 키워주지도, 동기 부여도 못주지만, 일단 내 밑을 내 허락없이 떠나면, 그것도 혼자 꿍꿍이 짓을 해 떠나면, 무조건 배신입니다. "조폭적 언론행태"니..."조폭"이니 이런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듯. 미국 내에서도 "동부 마피아", "학계 마피아"가 없지는 않지 않습니까? 다만, 정도의 차이이자, 어떤 업종/업계 또 어떤 매니저와 일하느냐, 내가 어떤 부하직원을 데리고 있느냐 등의 여러 팩터가 고려되어야 할 듯. 떠나는 것은 배신일 뿐 아니라, 비슷한 곳에서 끌어주는 일도 다른 동료의 눈치를 보는 곳이 학계이고, 기업계는 보다 냉정한 "경쟁의 원리" "조폭의 원리"를 배제시킨 채 적용되는 곳이라고 이해됩니다만. 관전평님과 같은 매니저와 일할 수 있는 직원들은 운 좋은 사람들. ^^

  • ()

      "핵심인력을 붙잡지 못한 것은 관리자나 회사의 잘못인데 왜 떠나는 사람을 비난하는지, 또 그걸 파렴치하다고 표현하는 지 참 답답합니다." ->

    참으로 맞는 말씀인데 왜 우리나라는 이런 식인가 하면.. 사.상.농.공.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이공계 진학한 사람을 '돈'이나 쫓아서 진학한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언뜻 이해가 안가시겠지만.. 그래서 이공계 기피 해결과 이공계 인력에 대한 정당한 대우는 쉽게 이뤄질 노력을 정부나 관료가 안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정이 너무 어렵거나, 돈만이 최고다 할 어떤 '교양'이 부족할 만한 사람들을 막가파식 '장학금'으로 유인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미천'한 생각을 가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미천한 대책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느씨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항상 이공계 기피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이 나오면, 그들은 '유인책'이란 말을 당당히 씁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사는것도 바쁘고 일하는 것도 바뻐서 사실 그들이 말하는 것 하나하나에 '토'를 달진 않지만.. 이런 표현은 '유인'되는 인력을 대놓고 무시하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으려 할때 '유인'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답니다. 허나, 장학금, 그것도 다시 말해 '돈'으로 유인책을 정책이라고 한다는 표현은 그 유인되는 당사자들을 대놓고 낮게 평가하는 말인데.. 누구하나 이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보면 이공계가 순진하다는 것으 더욱더 많이 느낍니다.

  • ()

      두번째로 이공계 병역특례를 들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회에서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사람들, 즉 혼혈이신 분들, 장애자 등등은 병역면제입니다. 병역이란 매우 중요하고 신성한 것이기에 그 대상자는 신성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신성한 일에 특히나 중요한 사람들은, 즉 전문인은 '장교'로 뽑는 것입니다. 제 생각과 반대인 분들도 많겠지만, 이공계에 대한 제대로 된 처우는 병역특례로서 '일병'제대가 아닌 '이공계장교복무' 이어야 합니다. 장교는 병역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도력을 배우고, 예하의 군인들에게는 예의를 받는 것을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허나, 이공계는 그럴시간 있으면 너희들은 원래 구르던 데서 일이나 하고 있으라 하고 그나마 이제는 좀 줄었지만 5년이나 하라고 했던 것입니다. 병역에 있어서 이공계 처우 향상은 '장교복무'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 ()

      분명히 말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도 힘든 대부분의 기억이 군대시절인데, 어떤 전문인들은 '장교님'으로서 본분을 다함을 일반인에게 좋게 각인시키고 어떤 전문인들은 '면제'로서 룰루랄라하게 사는 것으로 일반인들이게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공계인들은 끼리끼리만 놀지말고 실제 다른전공 분들이 이공계 병역면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세번째로, 특히나 '공'에 관련된 사람들은 '기계'와 같은 급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즉 기계가 좋으면 아무리 무식해도 할수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때도 많은 것입니다. 바로 이번 전직 금지 3년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도 관료의 머리에 기계만 있으면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인데, 그런 기계를 대줌으로써 '기술'을 익히게 해준 고마운 회사를 '전직'한다는 것은 파렴치하게 생각되는 것입니다. 

  • ()

      흡사 교도소에도 공작실이 있듯이, 수형기간동안 고맙게도 국가에서 '기술'을 가르쳐 먹고 살게 해준다는 의식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관료나 일반인들은 처음 직장에서 가르쳐준 기술을 '전직'을 통해서 이공계인들이 훔쳐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친 개들에게는 몽동이가 약이지만, 무지몽매한 인간들에겐 약도 없습니다. 게다가 '선비 사상'이란 너무도 확고해서 그다지 깨질 것도 같지 않습니다. 

  • ()

      그러면 관전평님이 계신 미국은 어떻나 하는 소회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미국대학 공대중 흔히 말하는 20-30위권 안에 있는 대학의 공대박사가 1년에 한 약 3000명 넘게 졸업할것입니다. 그러면  MBA 는 어떤가 하면 메이져 탑 5-6개 학교들이 한해 각각 500-700명 정도로 찍어내고 있습니다. 이미 탑 10안의 학교로도 3000명 훨씬 넘게 찍어내고 있습니다. 2역 8천만 인구에 변호사는 1백만명이 넘습니다. 그래서 무슨일이 벌어지냐 하면, 백인애들의 경우 중위권 공대 졸업후 X텔에 가서 8만-10만불 사이의 월급을 받는 반면 중위권의 웬만한 전공들은 직장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좀 쉽다고들 합니다. 사.상.농.공. 이 자리잡기엔 실용적인 미국에서 페이가 센 엔지니어를 낮게 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래 모토롤라에서 에이엠디로 옮긴 기술담당 임원이 메이져 리그 구단에서 몸값올려 옮기는 것처럼 기사화된고 추앙받을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이런 전직하다 걸리면 감옥 갈거고, '위장취업'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성형수술과 함께....
     
     

  • 공도리... ()

      현님의 구구절절이 소름끼치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해석에 찬사를 보냅니다. 님이 지적한 내용이 한국에서 어서 빨리 진실로 알려져야 할텐데... 지적하신 대로 무지몽매한 인간들로 인해 기가막힐 뿐입니다.

  • 준형 ()

      물론 문맥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제가 알고 있는 통계와 다른 것이 있어서 한번 써 봅니다.

    일년에 탑 20, 30 개 대학에서 배출 하는 공대 박사가 3000 명이나 되나요? 예전에 NSF 에서 나왔던 자료에서 기억 하기로는 탑 200개 대학에서 배출 하는 공대 박사 수가 일년에 한 4, 5000명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 합니다.

  • ()

      정확하지 않은 숫자의 인용, 인정합니다. 정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준형님 말씀대로라면 숫자가 더 적군요. 유명하다는 5개 대학 200명씩하고 나머지 20개 대학 100명씩으로 생각한 수치였습니다. 예전에 본 유에스뉴스 리포터를 기억하고 쓴 수치입니다. 어쩌면 저의 대충 계산이 맞을지도.. 30개 대학외에 170개 대학 공학박사가 1500명 정도 밖에 안될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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