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본질에 대한 생각

글쓴이
관전평
등록일
2004-10-13 16:05
조회
1,6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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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의 괴리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보안업체나 산자부의 국장인지 과장이니 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저들이 언제 연구원의 두뇌에 대한 댓가를 지불한 적이 있었기에 기를 쓰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결국 한국의 자본가와 기득권층은 피지배계급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들에게는 미싱을 돌리는 나이어린 여공이나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연구원이나 다 마찬가지로 동산의 일부분일 뿐이고, 저들에게 고용계약은 주어진 조건에 따른 지식과 재화의 상호간의 교환이 아니라 인신과 인격을 매매하는 계약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80년대에 노동자들의 외침은 단지 최저임금보장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장과 대등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인격적 권리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것이었죠.

연구원이라고 해서 하등 다른 점이 없다는 점이 입증된 듯합니다.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이제서야 왜 모 재벌의 회장이 백발의 회장단들에게 반말을 함부로 날리는 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재벌 이세로 자라면 성격이 이상해져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회장들까지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한다면 그리 못할 것도 없었겠지요.  회장이래봐야 지주와 마름정도의 관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테니까요.

한국사회에서는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인격마저도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자본가과 노동자뿐만 아니라, 같은 피 고용자들 사이에서도 상사와 부하는 소유의 관계로 정의가 됩니다.  인격의 동등함을 인정하지않는 사회...

회사의 소유물인 연구원들에게 대한 처우는 최소한의 반발을 막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상사는 부하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교수는 학생들에게 무제한적인 폭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전직 제한에 관한 논쟁의 촛점은 결국 기업이 연구원을 소유하는 부분이 어디까지냐를 정의하는 것이고 봅니다.  저들의 시혜로 얼마간의 보상을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원들이 독립된 인격체로서 법인과의 대등한 계약관계를 정립하느냐 아니면 노예로서 떡고물의 얻어먹는 데서 만족하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제도화된 폭력이 당연시되고,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등급을 나눠가며 폭력이 재생산되는 그런 사회에서 인격의 독립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습게 생각됩니다.  이공계의 문제는 구조화된 사회의 문제가 표출되는 일면일 뿐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어쨋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 돌아온백수 ()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신 것은, 아마도 계급의식에 대한 교육의 부재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부터인가 사람은 다 동등하다라는 근거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죠. 자연은 그렇지 않습니다. 엄연히 먹이사슬이 존재합니다. 자연의 법칙을 거부하는 이러한 망상은 약자에 대한 왕따, 잘 나가는 넘 뒷다리 걸기, 조폭스러운 패거리 문화로 이어져 왔죠.

    사람은 엄연히 다릅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죠. 거기에서 박애주의가 시작됩니다. 측은지심이 곧 자비의 시작입니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계급에 대한 의식이 생기고, 이를 근거로 상류계급으로의 도약하려는 힘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인 셈이죠.

    계급간의 충돌은 계급이동의 기회가 봉쇄되었을때 발생합니다. 이 기회를 조절하고 계급의 권위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이 곧 커뮤니티활동인 셈이죠.

    쉬렉에서 괴물의 모습으로도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듯이, 계급속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단, 행복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을때에...

  • Simon ()

      그세 답글들을 다 지우셨네. 제가 아침에 썼던 답글:

    "고용/피고용 관계"라는 것이 공식 명칭으로 "주인/노예 관계"라고
    명명 되는 것을 얼마전 보았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 관전평 ()

      계급의식이란 말을 이렇게 사용하시는 분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한다는 말은 무조건적인 평등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한다는 얘기지요. 계급의식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계급이 다르다고 사람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회는 좀 미개한 사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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