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린 개혁안, 좌초할 것인가?

글쓴이
김태억
등록일
2005-01-29 12:17
조회
3,924회
추천
7건
댓글
11건
러플린 개혁안을 지지한다

나는 KAIST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쯤에 있는지 근처에도 못가본 사람이다. 그러니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러플린 개혁안과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뿐만 아니라 내가 러플린 개혁안을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KAIST라는 대학과는 직접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대한민국 대학교육 일반에 관련된 난맥상, 후진성, 봉건성등을 혁파하기 위한 첫 시도로서 러플린 개혁안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한 가장 좋은 지렛대 역할을 KAIST개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이런 지지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러플린 개혁안에 대한 지지가 김진표 교육부 장관의 "대학산업론"과 동일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역시 쐐기를 박아두자. 대학은 산업이 아니라 학문과 교육 그 자체이다. 어설픈 산업화 논리로 우리나라 백년지대계를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설령 산업화에 대한 요구가 긴급하게 요청된다 해도 산업화를 하는 방식, 그 주체는 대학이 아니라 기업,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대학교육을 산업의 요구에 무작정 종속시키는 방식은 학문을 죽이는 것은 물론 산업 그 자체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산업, 혹은 기술혁신은 대학이 담당해야 할 몫이 아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며 지금까지 기술혁신이 지지부진했다면 그것은 대학의 책임이 아니라 정출연과 기업의 책임이다. 우리의 대학교육이 비판받아야 할 점이 있다면 그것은 산업화에 대한 기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학문과 교육, 그 자체에 대해 무능력했기 때문이다. 튼튼한 기초과학의 토대가 없이는 어떤 기술혁신도 불가능하다. 현대 기술의 흐름은 학제간 지식, 기술융합을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경쟁의 중심축 역시 개별기술에서의 개발시간 및 비용 단축, 혹은 제품성능이 아니라 해당 산업에 대한 기술설계(technology architecture)를 축으로 진행된다. 기업들이 비용절감 기술혁신에만 매달려 있는 한, 기술 설계가 아니라 개별기술에 정부가 매달려 있는 한, 대학의 산업화라는 슬로건은 대학을 기업의 값싼 노동력 유입창구로 전락하도록 만들것이며, 그 결과는 또 다른 형태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기술혁신 패턴이 유지되는 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인력은 어차피 땜빵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산업의 부침에 따라 이공계 학생을 소화할 수 있는 통로 역시 요동을 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더 구체적으로 하는 것은 글을 지나치게 길게 만든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거듭 강조해 두자. 미국의 대학들이 기술혁신에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정부의 전략적 선도능력, 정책적 개입을 통한 기술혁신 디자인(innovation policy design)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무능력을 대학교육의 산업화라는 슬로건으로 회피하는 것은 적반하장일 뿐이다)
 

1. 러플린이 KAIST총장으로 취임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막연한 가능성을 머리속으로 그리며 좋아했던게 겨우 몇달 전이다. 그가 그릴 개혁의 청사진이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 가늠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혈연, 학연, 지연, 권력과 엮인 국내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스탠포드에서 배운 미국식 합리성을 체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다가 물리학계의 국제적인 스타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대학교육 개혁의 최적임자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아니고는 뚝심있게 대학개혁을 추진하지 못한다.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그 근본을 확 뒤짚는 그런 개혁은 꿈도 꾸지 못한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은 정말이지 난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교수들이 무능력 하다는 것이다. 논문편수로 대표될 수 있는 학문적 성취도 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은 이러한 제도에 대응해서 인위적인 편수 늘리기, 무분별한 학술지 창간으로 대응하거나 경험연구 여러가지 방식으로 울궈먹기, 이론들 짜집기로 정책논문 작성하기,  한 논문에 여러명의 이름을 올리기 등, 온갖 치졸한 방식을 동원하는게 다반사다. 그냥 간단하게 따져보자. 인문사회과학은 물론이고 이공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이론들을 주도하는 사람들 중 한국내 교수가 몇이나 있는가? 노벨상 수상 같은 거창한걸 말하는게 아니다. 그저 논문 인용도가 높고, 특정 이론을 언급할 때 반드시 따라나오는 학자들 중, 그 중에 한 명으로 불리우는 한국 교수들이 몇이나 있느냐는 얘기다. 통계조사를 안해 보았으니 모르지만 경험으로만 얘기한다면 정치학, 경제학, 철학 각 분과학문에서 한 명 이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가령 경제학만 놓고 보자면 그 안에 얼마나 유파가 많으며, 경제학 내에 하위 분과는 얼마나 또 많은가? 그런데도 한국내 교수들 중 중요 논자들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유력한 학자, 그 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내가 인문사회 계열이니 이공계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공계는 그나마 가끔씩 한국인 교수들이 눈에 띄는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걸 꼽으라면 학연으로 얽혀진 근친상간이요, 돈으로 얽힌 임용과 승진이 근원이다. 도대체가 대학교수 자리 한번 꿰차면 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기초과학을 연구하자니 유학가서 배운건 실험연구나 응용연구의 경험밖에 가진게 없다. 기초과학에 꿈을 가진 학생들은 도무지 기초과학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의 현실과 정부의 냉대로 인해 학문의 문을 들어서기 이전부터 좌절하게 된다. 위로부터의 경쟁압력도 없고, 옆으로부터의 경쟁압력도 없으며 후학들로부터의 경쟁압력 역시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러고도 공부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면 그게 바로 나무에서 물고기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에 다름 아니다. 러플린 개혁은 바로 이런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전근대성, 봉건성을 깨뜨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최소한 미국의 대학교육은 Peer review,  학문내적으로 요구되는 과학방법의 자체원리에 충실하다. 학문연구의 기본이 안된 사람은 몇단계에 걸친 공개적인 심사과정을 통해 자동 탈락되며, 일단 심사과정을 통과한 사람들 역시 국제적인 저널을 통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연구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항상적으로 요구받는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Peer review의 경우도 그 수준과 종류가 다양하다. 직접적인 이론적 효과를 평가하는 게 있는가 하면 현실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론적 상상력의 정도만을 평가하는 것도 존재한다. 물론 영어권 학문의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조건이 작용하겠지만 미국에서의 연구활동은 투명하고 직접적으로 세계적인 학문시장에 그대로 노출된다. 뿐인가? 세계의 모든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새로운 학생들은 밑으로부터의 거센 경쟁압력을 만들어낸다. 한국의 대학교수 자리가 천국의 자리라고 종종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쟁압력 무풍지대, 그게 바로 한국의 대학교수 자리다. 그런데다가 학맥과 돈맥으로 얽혀 있으니 안 썩는게, 부패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2. 기대했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드디어 러플린 개혁안의 전모가 공개되었다. KAIST 사립화, 과기대에서 종합대로의 방향수정, 그리고 연구성과에 의거한 승진 및 임용 제도가 그 골간이다. 모두 다 환영할만한 방향이다. 사립화를 통하지 않고는 개혁 드라이브를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 지금도 과기부의 정치적 개입이 시도되고 있듯이 개혁이 본격화되면 여기저기서 방해가 걸려올 것이고, 개혁시도는 중간에 소리도 없이 좌초될 수 있다. KAIST 사립화는 스스로가 정부의 보호, 정부로부터 지원되는 연구자금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Peer review 없이, 정책평가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채 책정되는 정부지원자금은 KAIST를 살리는게 아니라 죽이는 것이라는 점을 러플린은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과기대에서 종합대로의 수정 역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과학기술은 그 자체로 성장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인문과학이 없이, 사회과학이 없이 기술이 존재할수는 없다. 철학이 없는 물리학, 문학이 없는 기술은 죽은 기술이다. 미국에서 만들어낸 기술을 베껴쓰는데는 문학과 철학이 오히려 거추장 스러운 장애물일 수 있지만 우리가 기술혁신의 세계적 본류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반드시, 필요한게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통합, 학제간 연구의 활성화이다. 연구성과에 의거한 승진 및 임용 제도, 사실 이게 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앞서 거칠게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는 바로 이 승진과 임용의 전근대성, 봉건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Peer review가 무엇인지, 학문세계에서 어떻게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는지 모든이들의 눈에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KAIST가 아닌 다른 대학들에게도 그 효과가 전파될 수 있다. 모범과 전형의 창출, 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쟁압력을 본격화해야 한다. 물론 개혁안 내용 중, 돈 안되는 분과는 폐과 및 흡수통합 한다는 방안이 제기된 것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학문의 발전 논리는 시장의 논리와 일치하지 않는게 오히려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의 흐름에 따라 분과학문의 폐지를 결정한다는 것은 그 긍정적 효과 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는 이런 방식을 취한다해도 워낙에 수많은 대체 연구기관들이 존재하기에 전혀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한국은 다르다. 시장의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방식 보다는 임용과 승진의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만들어서 물갈이를 빠르게 진행하는게 오히려 효과적이다. 교수진 역시 한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할 게 아니라 세계인 전체를 대상으로 문호를 확장해야한다. 외국인 교수영입 별로 어려운이 아니다. 기숙시설만 보장한다면 현행 한국인 교수들의 월급과동일한 수준으로도 훌륭한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연구학생들의 수를 늘리고, 그들의 연구활동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대신에 교수들의 물갈이를 아주 빠르고 파격적으로 단행하는 것만으로도 개혁의 본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3. 현재 KAIST내부의 교수들, 그리고 과기부, 전문 노동조합들에게서 러플린 개혁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러나 나는 러플린 개혁안을 반대하는 이들 주요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어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안 비판도 접하지 못했다. 학문의 영역은 시장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는 일견 당연한, 그러나 우리나라 학문세계의 수구보수성, 철밥통을 보장해 왔던 고색창연한 이데올로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러플린 개혁안 중, 한가지 지나치게 극단적인 개혁안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서도 시장경쟁의 압력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러플린이 시도하는 핵심은 학문내에서의 경쟁압력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에 불과할 뿐이다. 설령 러플린 개혁안에 연구자금 지원 폐지, 프로젝트 수주에 의한 연구자금 확보방안이 제시되어 있지만 그것이 전체 대학예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 것인가? KAIST의 특성을 감안해 본다면 기초과학은 아예 존재하지 않기에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환인 반면,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시장에 보다 근접해야 한다. 한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이 후진적이라면, KAIST의 기술시장을 한국을 벗어나 아시아, 세계로 넓히면 된다. 그래서 시장과 보다 근접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기초과학의 토대가 튼튼하고 풍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왜 KAIST교육예산의 절반이상을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한편, 기술 및 응용연구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주장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주장이 학문을 시장에 내다 팔려는 것이라는 모함을 받아도 좋은 것인가? 물론 좋다. 신문지상에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러플린 개혁안을 관통하는 전반적 분위기가 "경쟁의 강화, 시장 논리의 도입"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급진적인 시장경쟁의 논리를 통하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 학문내적인 자정장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미 지난 10년전부터 시작된 대학교육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것은 없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혁명에 버금가는 과감하고도 급진적인 개혁을 필요로 하는 심각한 지경에 내몰려 있다. 서울대 해체안이 거론되는 이유 마찬가지다. 서울대 해체론은 그 자체로 해법이 될수는 없다. 서울대 해쳬는 상징이며, 그것을 통해 파급될 효과에 주목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는 러플린 개혁안이 지금보다 더 노골적인 시장경쟁의 도입을 추구한다해도 그것을 지지할 것이다.

4. 러플린 개혁안에 대한 암묵적인 사보타지, 정치적 중재 시도, 그리고 침묵을 통한 개혁좌초를 기대하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앞에 나서서 러플린 개혁안 외에 다른 어떤 대안이 있는지를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무엇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진짜 문제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공감과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온뒤
http://nanoasia.org

  • 배성원 ()

      제가 보기엔 이글도 문제의 변두리, 저 서너걸음 건너뛴 곳에 있는 사람이 '취지'나 '명분', '이데아'만 바라보고 그에 동조해 쓴 글 같습니다. 러플린 개혁안을 관통하는 전반적인 것은 경쟁의 강화와 시장논리의 도입이라고 합시다. 겉으론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 경쟁이 무슨 경쟁이고 시장논리는 어디에 적용된 시장 논리인지 정확한 이해가 결여되었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30% 정도 받다가 일반 사립수준으로 덜 받으면 그게 경쟁의 강화입니까?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보다는 학부모가 원하는 법대생, 의대생 더 만들라고 학과신설하는 것이 시장논리입니까?

    축구팀을 맡겨놓고 좋은 팀을 만들어 주십사 했는데 감독이란 사람이 '축구는 가망 없으니 야구팀을 만들겠다'는 격이라더군요. 카이스트 졸업생이고 현재 카이스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의 말씀이셨습니다.

    러플린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의 재정확보 의지가 사립화와 인기학과 신설등으로 비춰졌긴 하지만 그런 것은 단지 일례로 거론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립화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 좋습니다. 이번 파문이 누군가의 오해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돈이 필요하면 총장이 직접 정부에 가서 시위를 하든 기업을 돌며 지원을 호소하든 해야지요. 사장님들 팔을 비틀든 대통령 바지 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든 총장이 구상해온 것을 실현할 정도 자금을 모으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지요. 노벨상 받은 총장이라해서 누가 갖다 퍼주진 않을것이고...
    지금이라도 논란을 불식하고 재정 확보에 대한 안을 서로 내놓아 보자는 총장의 '양보'는 환영할만 합니다.

  • 배성원 ()

      참고로, 사립대학 되고나서 등록금을 연간 600만원 수준으로 올리기는 총장 마음대로 되는줄 아시나 본데요. 사립대학에서 등록금 수준 한해한해 정하는것이 얼마나 많은 진통을 동반하며 얼마나 교육부 관료들의 입김에 휘둘리는지 아는 사람은 알것입니다.

  • 김태억 ()

      배성원님 답글 감사합니다. 제가 사실 변두리는 변두리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잘못 이해한 건 어떤 것인지요?  신문지상에 소개된 쟁점들 외엔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알려주세요. 특히 제가 쓴 내용중에 어떤게 문제가 되는지를 중심으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 뭘 봐? ()

      철학이 없는 물리학, 문학이 없는 기술은 죽은 기술이다.

    -> 저 부분만 떼서 말씀하시면 상당히 납득합기 힘듭니다. 다음 등이 덧붙여지면 모를까...

    "물리학 없는 철학은 사이비 종교에 지나지 않고, 기술 없는 문학은 망상이다."

  • tatsache ()

      지금 현재 잘못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러플린 총장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중요한 정책이나 발언들이 중간에서 번역이 되어서 나오는데 현재 그 번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언론에서 번역이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 기자들의 번역오류가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퇴발언도 제대로 번역이 되었는지 의문입니다.) 확실한 문서도 없이 언론이 이렇게 발언했다고 하더라, 어떤 교수가 이렇다고 하더라 등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이민주 ()

      기자들 정말로 전문지식이 떨어지는 분들 많이 있습니다.

  • 관전평 ()

      글쓴 분이나 답변하신 분이나 러플린 총장의 개혁안이 무엇인지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것을 시인하시면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좀 그렇네요. 
    제가 본 것은 한겨레 신문에 올려진 요약본이었는 데, 그 자체로는 미국의 사립대 제도를 그대로 도입해보겠다는 정도였습니다. 
    카이스트에 의대반이 생기건 생기지 안 건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의대에서 돈을 벌어서 공대나 자연대에 투자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요.  우려되는 점은 러플린 안이 미국의 시스템 복제에 중점을 두는 것 같이 비춰진다는 점입니다.  토양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나무를 옮겨심는 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찬, 반을 가르기에 앞서 보다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 까요?

  • 김태억 ()

      답글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한겨레 기사를 보니 기사 내용이 상당희 악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러플린이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식의 분위기를 강조하더군요. 게다가 러플린이 했다는 말을 모두 모아보니 "사립화+등록금 인상+마케팅"에 대한 측면만 강조되어 있구요. 물론 저는 러플린이 아니니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 판단할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세계적으로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이 러플린 개혁안이라는 것도 동의합니다. 방식에 있어서 시장경쟁의 논리 말고 어떤 다른게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거, 이게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인듯 싶습니다. 현행 대학교육 시스템 내에서의 자정시도는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제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등록금 인상 문제를 러플린 개혁안 반대의 명분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거론되는 만큼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문제는 등록금 인상액의 정도가 아니라 개혁이 필요한가, 개혁의 기본방향에서 러플린의 발상에 동의하는가 여부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로 올라야 할지에 대해서는 조정과 타협, 대안확보가 가능한 일이니까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대학교육의 부실, 연구능력의 후진성 그 자체도 중요한 문제지만, 곧이어 닥쳐올 교육시장 개방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고려돼야 합니다. 교육시장이 완전 개방되기도 전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이미 한국내에 부분적으로나마 진출해 있습니다.  (예일, 하버드, 스탠포드, 맨체스터 등) 지금 당장이라도 몇몇 학과, 단과대의 경우는 진출모색을 위한 시장평가가 아주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학위장에 적힌 학교 이름만으로도 먹고 들어갈 대학들이 말 입니다.  과연 교육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으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러플린 개혁안은 그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교육시장이 전면개방되고 외국의 대학들과 경쟁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학문, 기술, 사상,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학들 스스로의 경쟁력 창조가 필수적입니다. 선생들을 수입해다 쓸 수는 있지만 사상과 문화, 우리의 산업에 가장 적합한 내용들을 외국인들이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대학들이 무너진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학문이 종속된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 신문지상에서 거론되는 반론이란게 사실은 지극히 지엽말단에 불과한,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꼬투리잡기에 불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등록금 문제, 사립화 후 시장경쟁의 원리를 얼마나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는 협의의 대상입니다. 그것을 이유로 개혁의 큰 방향을 가로막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시도일 뿐이거나 혹은 철밥통의 논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 관전평 ()

      1) 대학의 자정은 불가하다.  2) 개혁은 불가피하다.  3) 한국의 대학이 무너지고 학문이 종속된다.  그러므로 무조건 러플인안에 찬성하지않으면 어리석거나 철밥통이다.  정말 단순 명쾌한 논리입니다...  너무 단순해서 제가 좀 답답해지기까지 하네요.

    이렇게 말꼬리를 잡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러플린총장이나 반대하는 교직원들이나 김태억님이 말씀하시는 것 처럼 흑,백논리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카이스트가 무슨 사학비리에 연루되어 개판이라도 치고 있는 학교라서 뒤집어 엎어야 되는 곳 쯤으로 것처럼 얘기하시는 데, 제가 알기로는 교수채용등에 있어 가장 공정한 학교중의 하나이고, 지금도 연구능력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와있는 학교 입니다. 

    학문의 종속운운 하시는 데, 아마 아시는 분야가 그런 쪽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자연계역이나 공학계열이 주된 분야인 카이스트에서는 그런 황당한 논리가 별로 해당되지 않습니다.  무너지고거나 종속된다고만 소리를 지르면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그런 분야가 아니라는 거죠.  시니컬한 반응은 좀 죄송하지만 논의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몰고 가시는 듯해서...

    제가 넘겨짚기엔 카이스트의 희망은 소수정예의 Caltech과 같은 발전모델를 기대했는 데 (캘텍은 학생은 얼마 안되도 학문적 영향력은 정말 대단한 곳이죠), 러플린 총장의 출신학교인 스탠포드식 종합사립대 모델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사람들이 당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으로 가던 합의가 이루어지고 함께 노력한다면 안될 일도 없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다만, 논의가 흑백 찬반으로 경도된다면, 결국 대결로 치닫게 되겠죠.  카이스트의 개편은 한 학교의 전략 변경일 뿐입니다.  이게 한국의 모든 대학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너무 확대해석하지않았으면 합니다.

    지금은 한국에 그나만 몇 안되는 연구중심대학중의 하나를 더 발전시키는 데, 어떤 길이 최선 일까를 생각해 보는 단계일 뿐입니다.  러플린씨는 총장으로서 안을 낸 것일 뿐이고 모든 사람이 그대로 따라야 될 의무도 없습니다.  시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거듭해서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안을 따르면 될 뿐입니다.  정부가 대주주로서 다른 안을 찾으라고 하면 러플린 총장을 주어진 여건하에서 차선책을 찾으면 되는 것이지요. 

  • 회전목마 ()

      어찌 되었든, 일이 되게 하려면
    사람들의 호응이 필요한 겁니다.
    멀리 나갈 것도 없이, 학교 내 교수님들 조차도
    적으로 돌려서야 일이 되겠습니까?
    평 하시는 분마다 이구동성 "독불장군" 입니다.

  • 배성원 ()

      제가 보기에 현재의 카이스트는 개선의 대상은 될지언정 개혁이 대상은 아닙니다. 개선의 쟁점도 카이스트 내부에 있다기보다는 그동안 해마다 점진적으로 감소되어온 정부의 지원 문제이지 적어도 카이스트 내부에는 없습니다. 물론 그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야 이것 저것 눈에 많이 띄고 불만도 많겠지요. 허나 카이스트는 정부의 그동안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해 왔습니다. 그것이 해외의 큰 스케일에서 놀던 분이 보기엔 새발의 피 수준이었다 해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 개혁되어야 할 수준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쟁점으로 돌아가서, 돈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원천적으로 카이스트는 태생부터 정부의 우산아래에서 커오도록 정의되어진 학교입니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탄생되었던 것입니다. 국가의 필요, 그리고 필연적으로 부과된 정체성. 그 틀안에서 카이스트는 성장해 왔습니다. 지난 수년간 학내외 곳곳에서 정부의 지원 수준을 초창기 카이스트의 수준으로 올리고 위상도 다시 회복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장담컨대, 러플린 이전의 사람들이 말한 '개혁'은 그런 관점이었습니다. 그런 요구에 현재의 과기부도 내심 동조하고 있으나 다양한 사회의 요구에 밀려 크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왔습니다.

    제가 보기에, 국내의 많은 총장후보들을 제치고 노벨수상자 외국인을 총장으로 선임한 이면에는 이런 일반의 부정적 인식과 무관심을 극복하고 카이스트 외부에서부터 카이스트 재도약의 추진력을 몰아와 달라는 뜻이 있는거 같습니다. 심하면 과기부에 욕을 해대며 '그동안 당신들이 뭐했냐 이젠 도저히 못 참겠으니 카이스트에 지원 제대로 해 달라'는 욕을 해달라는... 과기부 스스로의 주문도 있을거라고 봅니다. 욕 들어먹기 전에 하면 되겠지만 그게 뜻대로 안되는 것이 정부이기도 하지요. 반면에 한번 하게되면 어설프게 사립대 해서 얻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것이 정부인 것입니다.

    어떤 교수님의 말씀처럼, 총장은 얼굴마담입니다. 비하하려는것이 아니라 업무가 그렇습니다. 카이스트 쯤 되는 학교의 노벨 수상자 총장이면 우리 사회에 과학교육, 고급 과학기술인재의 배출이 얼마나 국가에 보탬이 되는지 웅변으로 이야기하고 사회 밑바닥서부터 국가 최고위층까지 어떤 관심을 이끌어내고 주머니를 털도록 만들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 보고도 안 된다면 그때가서 결별을 선언하고 제 갈길로, .... 가야겠지요. 아직 과기부는 카이스트와 연을 끊을 마음도 없고 준비도 안되 있고 국가의 상황도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거 같습니다.

목록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공지 질문과 상담은 용도별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댓글 5 sysop 04-20 5194 0
14720 5차 산업혁명은 초생명 청정에너지 초연결망이 주도 댓글 7 묵공 04-25 191 0
14719 겸임교수 유감 댓글 2 tSailor 01-18 1426 0
14718 나폴레옹과 산업혁명 댓글 2 묵공 12-10 1130 0
14717 LK99 논문에 대한 단상: 저항률을 중심으로 댓글 13 묵공 08-09 3343 0
14716 배터리 전기차 과연 친환경인가? 댓글 21 tSailor 07-13 2940 0
14715 답변글 Re: 배터리 전기차 과연 친환경인가? 댓글 4 tSailor 07-26 2367 0
14714 국가기관은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게하여 음주운전/묻지마 폭행/살해/살인 등의 문제를 예방 dfgh 06-28 1698 0
14713 국힘당 정체성은 뭘까요? 댓글 8 시나브로 06-08 2709 0
14712 결국 한동훈 딸은 MIT에 가려나 봅니다. 댓글 9 늘그대로 04-13 4924 1
14711 미국의 금리 딜레마 댓글 9 예린아빠 03-22 2839 1
14710 인간답게 사는 세상은 언제 올까? 댓글 15 펭귄 02-22 3314 0
14709 AI 챗봇 chatGPT를 사용해 본 소감 댓글 10 시나브로 01-19 4338 0
14708 2023년 새해 전망 댓글 13 예린아빠 01-01 2996 0
14707 관성 핵융합이 해결해야할 과제 댓글 11 묵공 12-23 2510 0
14706 사기꾼, 범죄자 천국인 나라. 댓글 2 펭귄 11-23 3215 0
14705 갑자기 공허한 생각 댓글 11 늘그대로 11-09 3440 0
14704 시진핑 3기 집권의 의미 댓글 43 예린아빠 10-26 3668 0
14703 서버 분산에 대해서 댓글 4 늘그대로 10-18 2756 0
14702 현 금융위기에 대한 간략한 설명 댓글 13 예린아빠 10-08 3072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