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님께.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박상욱님께.

페이지 정보

chang 작성일2006-04-15 19:19

본문

안녕하세요.

뭐...간단한(?, 간단하지 않을 수도...ㅡㅡ;;) 질문 몇개만 드리려구요.
질문 자체가 우문인 경우도 섞여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은 너그럽게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질문의 출발점은 제가 펀글 토론방에 올렸었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1720.html

입니다.

-연구원이 기업에서 재직중 창출해낸 가치를 둘러싼 문제는 결국 전통적인 자본과 노동의 대결이겠지요.
Marx 이야기대로라면 잉여가치(s) 전부를 노동자가 가져가야 겠지만 어차피 공산주의를 시행하는 것도 아니고 자본 역시 노동과 함께 생산에 기여하는 만큼 잉여가치 배분 비율이 필요할텐데요.
박상욱님께서 생각하시는 배분 비율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맑스이론을 조금 접해본 것 빼고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말씀하셨던

[ 지식노동자의 착취, 연구개발의 분업화 // Marx가 말한 '분업화에 의한 매뉴팩처' 현상이 지식생산물에도 적용되기 시작한다 ]

것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없을까요?


-현재 한국의 경우 연구원 근로자가 창출해낸 가치의 배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미국을 비롯한다른 나라들의 예들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박상욱님(혹은 scieng)께서 지향하시는 것은 공산주의십니까? 자본주의십니까?

또 이공계 연구원들에게는 어떤 것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짧은 생각으로는 공산주의일 경우 개인의 사익 추구가 금기시되는 만큼 연구원이 큰 잉여가치를 창출한다고 해도 전체 인민과 공요해야 할테고, 자본주의일 경우 현재로서는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자칫 레트컴플렉스를 불러일으킬까 우려됩니다만) 착취로 인하여 결국 양쪽 체제 모두 별다른 이득이 없을것 같습니다.






 

댓글 13

데블켓님의 댓글

데블켓

  [게시물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덧글]

이 글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빨갱이의 증거로 빨간 물을 뒤집어 쓴 사진을 보여주던 옛날 옛적 드라마가 생각났습니다..

박상욱님의 댓글

박상욱

  제목에 제 이름이 달려있는지라 답변을 안 할 수는 없는데..

일단 제가 지향하는 바?라는 것도 없고 또 그것이 있다더라도 그게 scieng가 지향하는 바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죠. 그점을 분명히 하고요.

마르크스 얘기를 꺼냈던 이유는 공산주의 따위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윗 글에서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에 대해 아주 당혹스럽고 또 좀 기분이 안좋네요.

기술혁신에 대한 경제학 분야에서 마르크스는 기술혁신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던 선구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이후 슘페터가 나오고 그런 스토리인데요. 이 분야에서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의 창시자'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고 가치론(theory of value)의 창시자이자 초기 자본주의 경제체계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수행한 사람으로 여겨지죠.

따라서 저한테 빨간 칠을 하시려는 것이라면 일찍 포기해 주시고, 만약 그런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으시다면 저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박상욱님의 댓글

박상욱

  제목에 제 이름을 적시할 정도로 저한테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래서 적어도 과기정책/칼럼이나 좋은 게시물 모음에 올라간 제 글들을 죽 보셨다면 저는 오히려 '과학기술인들도 돈을 밝혀야 한다'는 주의자임을 쉽게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scieng 초창기에 쓴 글중에 과학기술지식을 상품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죠.

결국 그러한 주장의 연장선상인데요, 마르크스 이래 노동의 가치가 상품에 이전되는 것을 연구한 사람이 많지 않고(소수 있으나 빨간칠 당할까봐 조심조심들 한거죠) 따라서 지식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거의 연구된 바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임금에 대한 고민'이 19세기말 이후 별로 발전된 바가 없습니다. 그 결과 종래의미의 노동이나 고급 지식노동이나 비슷비슷한 급여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현대차의 공장 근로자나 개발팀 엔지니어, 디자이너나 비슷한 임금을 받는다는 얘깁니다.

박상욱님의 댓글

박상욱

  (사실 질문 자체가 자본주의-공산주의 2분법인지라, 특히 후자는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진 것인지라 굳이 토론할 가치조차 없는데.. 그래서 별로 답변할 흥이 나지 않습니다만)

19세기말까지는 기술혁신은 주로 기업 외부에서 일어나고 기업은 그것을 채용함으로써(발명특허의 구입, 신형 기계 구입 등) 신기술이 상품에 적용되었습니다만, 20세기 중반 이후 연구개발활동은 주로 기업 내에서(in-house)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기술인의 포지션은 개별 발명자, 과학자에서 근로자로 변화하게 됩니다. 따라서 예전에 기업이 기술혁신을 외부로부터 구입하던 때와 달리 월급을 주는 근로자에 의해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예전에 외식하던 것을 집에서 밥 지어 먹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술혁신의 가치를 산정함에 있어서 연구개발자는 피고용자로서 항상 약자의 위치에 있게 되고, 근로계약에 의해 임금 외의 보상을 추구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박상욱님의 댓글

박상욱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도, 세계 각국의 제도를 조사한 결과 발명자 친화적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고, 국제적 추세는 개별 근로계약을 통해 보상규정을 미리 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게임의 룰인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한 명의 과학기술인은 매우 협소한 분야의 전문지식만을 갖게 되었고, 그와 정반대로 한 개의 상품에는 매우 다양한 기술이 적용됩니다. 기술 뿐 아니라 경영, 마케팅 등 비기술적 지식노동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어떠한 상품이 벌어들이는 부에서 어느만큼이 개별 과학기술인의 기여인지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 테크니션, 분석, 평가, 검사, 디자인 등등 수많은 분야로 '역할'이 분화되어 그야말로 '연구개발의 분업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지식생산물의 매뉴팩쳐'라 부른 것인데요. 오리지널은 19세기에 기계화 대량생산과 분업이 도입되면서 노동자 개개인이 개성을 잃고 생산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한 것을 뜻하는 용어입니다만, 이것이 현대에는 연구개발활동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주장한 것입니다. 

박상욱님의 댓글

박상욱

  결론적으로는 지식노동을 비지식노동과 구분하여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의 골자인데요, 이런 얘기를 섣불리 하면 노동운동 진영(또는 진보진영, 사회주의 진영.. 그게 그건가? 아닌가?)에서 돌 날아오겠지요. 한마디로 '버는 것에 기여하는 만큼 돈 받자'는 주의입니다. 고도의 자본주의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식노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것에 대해서 얘기하면 또 긴데, 사실 취미삼아 연구를 좀 하고 있습니다. '지식경제' 얘기가 나온 이후 외국에서 간간히 비슷한 얘기가 나오고 있고요. 오래된 그러나 세상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연구들도 있습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지식노동은 지식이라는 자본재(지식경제에서는 지식이 돈을 번다면서요. 그러니까 자본재죠)를 가진 '머리'를 남에게 '빌려줌'으로써 임금을 받는 노동입니다. 그 임금에는 지식노동자가 그 지식을 쌓기 위해 투자한 교육비용에 대한 보상, 즉 일종의 '투자에 대한 이윤'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Joan Robinson, Pual Baran 등은 지식노동이란 일종의 'commitment'라고 보았습니다. 지적능력을 빌려주는 대가라는 것이죠. 이는 제조수단으로서의 labour와는 다른 것입니다. 따라서 지식노동이라는 개념은 주로 professionals(우리말로는 전문직 종사자)에 적용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법률 지식을 파는 변호사가 가장 대표적이고요, 좀 더 일반적으로는 교사까지 포함됩니다. 과학기술인들은 변호사와 교사 사이 어디엔가 위치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과학기술인은 과학기술 지식 자체를 일반인에게 판매하면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상욱님의 댓글

박상욱

  제가 보는 시각은, 과학기술인의 위치가 예전의 professonals 중 어드메서인가로부터, 현재에는 그저 월급장이의 어드메로 옮겨져왔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공계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참고로 이공계 교수도 직무발명 보상제의 대상이며 국공립/사립을 막론하고 특허를 개인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것에 대해 말하면 미국 얘기도 나와야 하고 대학의 역할변화 얘기도 나와야 하고 길어지겠습니다)

결론적으로, 한마디로 말해 과학기술인들의 지식노동이 저평가되어 있다는 주장이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아주 이해하기 쉬운 말인데 이것을 학문적 연구의 대상으로 삼다보니 어려운 말들이 나온 것 뿐입니다.

그렇다면 '뭐가 저평가되어 있다는거야?' 라고 물을 수 있겠지요. 저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대겠습니다.

- 지식축적 및 지식노동능력을 수양하는 데에 투자된 바가 임금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 기술혁신제품의 가격이 공급자 우위로 형성되며, 불완전경쟁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간과되고 있다.(신기술 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는데 소비자가 지불하는 초과가치는 기술혁신이 만들어낸 잉여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기술혁신노동자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과학기술인은 대체가능한 인력으로 양성되고 있으며, 경쟁기업에의 취업이나 이민을 억압함으로써 정상적 노동시장의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고 있다.(다시말해 주는대로 먹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거죠. 이러한 '지식노동자의 stock 형성'에 대해서 지적한 학자가 있었고요, 최근에는 내생적성장이론을 비롯하여 'human capital'이라는 이쁜 용어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 등등

박상욱님의 댓글

박상욱

  암튼 이 작업이 굉장히 방대하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어야 해서 별 자신은 없습니다만 자료와 사례를 많이 모으고 읽고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면, 일단 드러커나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에 대한 책들부터 보시기를 권하고요, 그 외에 몇몇 상상력이 풍부한 저술들(토플러, 리프킨, 후쿠야마)가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실 분은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에 태클을 건 호지슨(G. Hodgson)까지 가시면 좋습니다. 그 외에 기술혁신분야의 경제학, 지적재산권 관련 쪽은 전문적으로 연구하려면 봐야합니다만.

언젠가 게시판에 간단히 소개를 하려 했는데, 좀 더 공부하고 쓰자..하다가 늦어졌는데 예상치 못하게 질문을 받아 약간 발설을 했네요. 그런데 chang님의 네 가지 질문중 세 가지에는 결과적으로 답변을 안했네요. 답이 없는 질문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마담님의 댓글

오마담

  굉장히 흥미롭네요. 관력 서적들 약간만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시면 안될까요? 지식경제쪽으로...

뉴튼님의 댓글

뉴튼

  지식 노동자들이 저평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바로 그것이 제가 어쩔수 없다고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scieng몇몇 분들과는 다른 점이죠.

이공계라고 무조건 우대할수만은 없습니다.

현재 어떤 제품이든 수십 수백명의 연구원이 달라붙습니다.

그 안에서 한 사람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제품이 복잡해지고, 고도화될수록, 더욱 그렇게 됩니다.

더욱이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재의

투자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공인들이 비합리적인 처우를 받고 있다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기업 이공인들이 아닌, 소기업에서의 사람들,

또는 비정규직으로 노가다성으로 일하는 IT계열 일부 근로자들에

대해 저는 분노합니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그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므로서,

수요공급으로 해결 될 일이지만,

그와 무관하게, 사회에 문제를 제기 하기 위해 지금 공부중입니다.


결론적으로 일부 악덕기업주들과

대기업에 영향을 받는 하청업체들의 경우의 시스템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나,

전체적인 산업에서의 이공계인의 위상은 현재 비합리적이라고는

볼수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chang님의 댓글

chang

  박상욱님. 답변을 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빨간칠이라니..절대로 그런 생각한 적 없었습니다. 그러니 기분 나빠하지 말아주세요.(그래서 혹시라도 제가 우문을 드리더라도 너그럽게 대해달라고 부탁드린겁니다.)

박상욱님의 댓글

박상욱

  chang님.
과민하게 반응해서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
소위 좌파 경제학자들 책을 참고한다고 하면 색안경끼고 보는 사람이 많아서요.. 

지식경제에서 지식노동자의 역할과 위상이 무엇인가.. 상당히 의미심장한 토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중에 또 각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위에 적은 리플들은 압축적 개괄적으로 적느라 듬성듬성 하네요.

녹주석님의 댓글

녹주석

  박상욱님의 답글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나중에라도 연재를 좀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유게시판

SLIDE UP

모바일에서는 읽기만 가능합니다.
PC 버전 보기
© 2002 - 2015 scie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