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국내 이공계 대학원문제가 심각한 지경...

글쓴이
천칠이
등록일
2002-08-16 18:5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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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동감하며, 몇 가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인건비 제대로 찾아주기
----이 부분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본인 통장에 직접 들어가는 경우가 없습니다. 대부분이 이름만 대학원생 이름으로 된 통장이고, 연구실 도장 만들어서 같은 비밀번호 쓰면서 전부 연구실 통장으로 몰았다가 일괄적으로 얼마의 돈은 연구실로 남겨놓고 연구실 내부적으로 정한 인건비에 맞춰 지급합니다. 이런 행태를 없애는 것도 힘들지만, 과제에 책정된 참여율대로 본인에게 그대로 지급된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단가가 너무 낮습니다. 서정하 님의 글은 거의 꿈만 같습니다. 그대로만 되면 본인에게 원칙대로만 지급되면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박상욱님께서 비정규직에게 지급되는 아래쪽 별표의 내용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실은 그렇지도 않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알기로 얼마 전에 과기부에서는 대학원생들에게 그와 같은 단가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높다"고 하여 석사과정 단가 월 80, 박사과정 단가 월 120으로 일률 하향조정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과기부 과제가 많은 저희 연구실에서는 새로 계약하는 과제에 대해 지금 상당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정하 님의 글에 있는 내용대로 전부 적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로, 연구외 업무에 대해 전혀 고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하는 연구업무는 시다바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도마뱀" 수준이죠. 영수증 정리, 물론 연구과제를 맡고 있는 각 과제 관리 기관 양식에 맞춰 모두 다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짜 영수증을 만들 업체 확보 및 협상, 연구실 자체 행사 및 학과 행사 기획, 준비, 수행, 정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발표 자료 준비, 강의자료 준비, 은행 업무 등 잔심부름과 업적 관리, 그리고 과제관리 관 및 학과에서의 행정 업무 보조-과조교가 아니더라도-가 있고 심지어 시설보수, 신축 등을 직접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실험을 하는 과제라면 여기에 더해서 장비와 시설, 안전장치 등을 제작하고 유지, 보수하는 일, 관련공급업체를 확보하고 협상하는 등의 다른 잔무가 더 추가될 것입니다. 연구나 실험을 도와줄 전문적인 테크니션 그룹은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심지어 연구비 관리를 도와준다는 관리 기관은 대학원생들을 무슨 부하직원 다루듯 일을 떠넘깁니다. 간접비는 챙길 대로 챙기는데도 말이죠.
    이런 연구외적 업무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순히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연구외적 업무의 과다는 참여율과 얽혀 또 다른 문제를 만듭니다. 참여율을 도입한 이유가 대학원생들이 과다하게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막고 , 인건비 집행을 현실적으로 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이것만으로는 그런 기능을 수행하기엔 부족합니다. 바로 위에서 지적한 연구외적 업무의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00%로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는 사람보다 10%짜리 과제 10개를 수행하는 사람이 더욱 일이 많을 것입니다. 과제 하나에 붙는 잡일들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아마 많은 연구실들이 이를 악용해서 수많은 대학원생들이 여러 과제에 잔잔한 참여율로 나눠져 있을 것입니다. 과제가 많아질수록 그에 따라 붙는 재료비, 수용비 등이 많아지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10%를 참여하는 사람이 그 과제에서 10%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대체 무엇일까요? 측정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어떤 근거나 방법도 없이 어떻게 저런 중요한 개념을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인지?

    대학원생들이 제대로 연구에 몰두하고 그들이 하는 만큼의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단가를 높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연구외적 업무를 줄이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연구외적 업무를 줄이기 위한 행정 인력, 테크니션들은 또한 이공계 출신이어야 할 것입니다. 


>2. BK21 수준의 지원금을 전국의 모든 이공계 대학원으로 확대하기
----당연히 확대되면 좋겠죠. 어떠한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할지는 잘 모르겠군요. 저는 그냥 돈을 지급해 주는 것보다는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연구지원시설, 지원인력, 지원기관들이 확대되는 방식이 포함되었으면 합니다.

>3. 학비 면제
----학비 면제? 그냥 면제가 아니라 교수들에게 주는 것과 같이 호봉을 도로 줘야 하지 않을까요? 제대로 수업이 이뤄지는 대학원 강의가 얼마나 있습니까? 저는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없는 시간 쪼개 가며 그나마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원 근무 년수에 따라 "자율교육 수당"을 도리어 지급합시다.

>4. 의료보험, 국민연금등을 '직장 가입자' 수준으로 제공(국민연금같은 경우 일찍 시작하는게 얼마나 유리한지 잘 아실겁니다)
>5. '재학증명서'의 신분보장을 '재직증명서' 수준으로 격상시켜주기.(대학원생이라고 하면 경제생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잘 아실겁니다.)
---- 대학원생은 학생입니까? 직장인입니까? 병무청 같은 데서는 박사특례인 사람을 경제활동을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부양의무자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 연금이나 보험 다 적용해줘야 하겠죠. 근데 과제에 이름 없으면 아무런 보험도 안됩니다. 과제에 이름 없으면 실험하다 다쳐도 그냥 자기 실수입니다. 억울해도 아무런 도움도 못 받습니다. 책임과 의무는 있는 대로 다 지우고 정작 권리와 대가를 인정해 줘야 할 부분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 같군요.

>6. 도제적 대학원 문화 개선하기
----도제적 문화도 제대로만 돌아가면 별 문제가 없지 않겠습니까? 대학원의 문제는 학과 선후배라는 연을 미끼로 끈끈한 인간적 유대를 가진 것을 가장한 사용자의 고용자 착취라고 생각됩니다. 선배들이나 교수들은 석사 신입생들을 일용직으로 취급해서 연구외 업무를 전부 그들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께 일을 하면서 전수되어야 할 내공은 과연 얼마나 물려주는 건지? 수많은 무림 영화에서 주인공은 똥푸고 물기르는 것부터 배워서 고수가 됩니다. 스승은 때로 매몰차고 혹독하지만 제자를 고수로 기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대학원에서는 정작 똥푸고 물기르고 했더니 가짜 영수증 만들어서 세금 빼돌리는 고수가 되는군요.

>7. 취업에 있어서 해외 유학파와 차별하지 않기
----차별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내파 우선하기로 역차별.

>8. 전문연구요원 복무기간 단축, 박사과정 코스웍기간 포함시키기.(현재는 수료를 해야 비로소 국방부 시계가 돌기 시작하죠.)
----당연합니다. 수료기간을 빼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리고 누가 5년을 정했을까요? 무슨 근거로?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데서 스포츠 선수들 성적 좋으면 연금주고 병역도 면제해 주는데 우리도 SCI 논문 수가 많거나 impact factor가 높은 논문을 쓴 사람은 바로 면제해주는 건 어떨까요?


    저는 대학원생들이 여느 직장인 못지않게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율이라는 것도 일반적인 근무시간인 8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얘기 아닐까요? 하지만 현실은 하루 14 시간 이상, 심지어는 날밤을 새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잠시 잠깐 그런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이, 매주 그런 일이 반복됩니다. 그렇게 일-공부가 아니라-을 하고도 가족을 부양할 수 있기는 커녕 자기 한 몸 추스리기도 힘든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학위를 받고도 항상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면 정말 절망적이지 않습니까? 아마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대학원도 있겠죠. 그렇다고 이것을 그냥 각 대학원 연구실의 문제, 개별 교수와 학생, 선후배 간의 문제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참해서 시스템을 혁신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상욱 ()

      천칠이님! 운영진에 동참하셔서 최경환님과 함께 대학원문제에 "당신의 능력을" 보태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소요유 ()

      저도 강력 추천&애원합니다.  예, 천칠이님이 말씀하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된 대학원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공동된 의견입니다. 전 이 부분부터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사실 과학기술이느이 사회적 지위향상의 동전의 앞면 뒷면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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