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고민인 학생들에게

글쓴이
가치창조
등록일
2002-08-09 00:5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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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건
'다양한 진로'란에 진로고민을 상담하는 학생들이 많군요. 저는 한 10여년전 깊은 생각없이 공대가 좋다고 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공대 온 사람인데요 ... 갑자기 그때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좋은 공대들어가면 1,2학년때 부터  스카웃제의가 오고, 앞으로 의사들은 수가 너무 많아져서 '위장병 고쳐~ 이빨 뽑아~'하면서 돌아다닐 거라고 하시던 게 생각나네요. ^^;;

사실 진로란 것이 다 아시다시피 잡기 참 어렵죠, 이런상황이면 이것이 좋고, 저런 경우는 저것이 좋고...highly coupled problem이라고나 할까요.
젊은 시절은 원래 호기심이 많을 때지요. 그래서 공대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쉬울 겁니다.
더구나 구호가 난무하지요. '대한민국은 과학기술로 특화해야한다...', '빌게이츠...', '미래는 과학사회...' 등등등, 참 현혹될 만도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똑똑한 내가 좋은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 --> 연구 개발및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다 -->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한다. --> 자신이 만들어낸 가치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돈, 명예, 안정성..)

멋지지 않습니까? 게다가 내가 한 일이 인류행복에 널리 이바지할수도 있을거라는 뿌듯함..(아무래도 의사들은 임상의 경우 개인을 상대하니까...) 바로 위의 과정이 공대를 바라는 고등학생 여러분이 꿈꾸는 것 아닙니까? 뭐...아주 합리적이고 괜찮아보입니다.
그런데 왜 이공계 기피니, 좋은 대학 열심히 공부해 졸업해도 비참하니 하는 말이 나올까요?

위의 과정중, 첫번째 화살표에서 일단 통과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1) 엄청 똑똑한 줄 알았던 본인이 이공계 공부를 할때 힘에 겨운 때가 많죠. 고등학교때 남들 많이 틀렸던 중간고사 수학문제 맞추고 뿌듯해하던 거는 잊어야 합니다.
2) 석박사를 따도 실제로 높은 능력을 가지기가 힘듭니다. 살다보면 공부외에 할 일도 많고, 수준높은 교육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뭐, 신문에서 대학교육 부실화에 대해서 많이 떠드는 바로 그 문제입니다. 실제 세상에서 필요로하는 실력은 연습문제 푸는 것과는 다릅니다.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죠.

만일 무사히 첫번째 통과후, 두번째 화살표, 이것도 골치아프죠. 우리나라에서 고급 과학기술자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는 환경이 많이 없습니다(아주 없지는 않지만...). 거기다 무식스러운 공대 정원 확대와 공대가 유행했던 시절때문에, 그런 곳에서 일할려는 실력자들도 꽤 많구요.

만일 무사히 두번째 화살표도 통과후, 세번째 화살표...이게 제일 골때리는 건데, 이놈의 사회가 과학기술자들이 만들어낸 가치에 합당한 대접을 잘 안해줍니다.

이 사이트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많은 토론이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번째 화살표가 이공학교육 내실화일것이고, 두번째 화살표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및 수요에 맞는 이공학자 양성, 세번째가 이공인의 정당한 권리찾기 일 것입니다.

저는 제가 위에서 말한 세가지 화살표가 부드럽게 연결될때, scientist & engineer만큼 좋은 직업도 없을거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죠.

그러니 고등학생 여러분, 공학을 전공하여 행복을 얻고 싶으면 위의 세가지 화살표를 자신이 잘 통과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이 대한민국 사회가 변해야 되고, 본인도 정말 열심히 공부할 자세가 되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아예 학부정도만 한국에서 하고 유학을 간후 거기서 실력발휘 하던가...본질적으로 의사는 상위 10%나 중간 정도 수준이나 생활에 큰 차이가 안납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자는 다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흔히 일부 잘된 과학기술자들을 기사거리로 해서 언론에서 학생들을 공대로 모는 경우가 많은데, 참 짜증나는 일입니다.

앞으로 10년후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릅니다.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겠죠. 지금의 현실이 계속되면, 제 자식 공대 절대 안보냅니다. 하지만 앞으로 좋아질거라는 희망은 있습니다. 아니, 좋아지지않으면 안됩니다.
이런저런 잔 걱정안하고 안정되게 살고 싶으시면 의약계열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공학계열에 꿈이 있다면, 1)대한민국 사회가 바뀔 것이라거나, 2)외국에서 대학원 공부하고 거기서 살겠다거나, 3)정말 뛰어난 실력자가 되겠다는 전제하에서 도전하는 것은 괜찮다고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됐기를...
  • 보통상식 ()

      훌륭한 논리전개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시기를......

  • 화이팅 ()

      정말 훌륭한 글입니다.모든 중고등 학생들이 이 글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 배성원 ()

      내가 하려던 말을 더 잘 표현해주셨네...앞으로 글 많이 올려주세요.

  • 김경업 ()

      감솨합니다... 아무래도 1번은 무리인거 같고 2,3번중에 선택해야겠네요..  그나마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글을 읽게되어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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