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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오는 밤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잡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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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globe 작성일2008-12-0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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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상에서는 질문글을 빼면 글을 아예 쓰지 않은지가 수년이고, 최근엔 그나마도 세상 아웅다웅 하는 소리에 피곤해져서 언론발 뉴스나 통계, 데이터만 보는 골수 눈팅족입니다만, 잠이 안와서 그냥 잡소리 좀 늘어놓겠습니다.

혹시라도 뭐하는 놈인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일전에 진학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보셨다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남들 다 간다는 저 좋은 산꼭대기를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는, 이 나라의 밑바닥을 다지고 있는 나라의 지반같은 존재입니다.



1. 요즘 들어서 자주 생각하는 것인데,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그저 막연히 '남보다 잘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웹에서든, 하는 얘기들이든.. 배울만큼 배우고, 알만큼 안다는 사람들이 토론이니 논쟁이니 하며 한다는 얘기가 참.. 가만 들어보면, 거창하게 얘기를 시작하곤 하지만 어떤 주제든간에 결국은, 내가 너보다 잘났으며, 너는 나보다 열등하고, 내가 책을 더 봤고, 내가 더 배웠다. 꼬우면 너도 더 배워서 잘나게 되든가. 너도 잘나게 되면 나하고 같아질걸? 하는 얘기들 뿐이네요. 보고, 읽고, 배운다는게 대체 무엇인지..



2. 나라의 지반을 다지고 있는 사람이다보니, 저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계신 분들은 뵙지 못했고, 아예 오르기를 포기한 분들, 오르다가 미끄러져서 다리를 절고 계신 분들, 평생을 바쳐서 정복에 도전했지만 나이가 드니 지치고 피곤해서 하산하신 분들 등등.. 다르게 말하면, 같이 지반을 다지는 분들만 보고 삽니다.

과연 정상에 오르면 무엇이 있을지 굉장한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런 분들만 보고 살다보니까, 정상에 가면 물도 좋고 경치도 좋고, 귀하고 맛난 과일 많지만, 위에서 보니 평지에도 먹을건 많다든가, 차라리 아무데나 가서 집이라도 지어보는게 어떤가 하는 얘기도 자주 듣는데, 어떤것이 좋은 방법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도 한번 올라가보면 알 수 있을지..




3. 이곳의 게시판을 꾸준히 보면서 돌백님의 '유리천장론'을 자주 봤는데, 그 유리천장이라는 것이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철학의 부재이고, 성찰의 부족이며,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함으로 인해, 뭐가 뭔지 모를 혼란속에서 소통이 끊어져버린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철학이라는 기둥과 성찰이라는 사다리, 소통이라는 연장이 만들어질 기회를 일명 '패배자론' 이라는 것으로 없애버리면, 유리로 된 천장 위에 맛나는 열매가 보여도, 천장 밑의 미물들은 그저 발버둥 칠 도리밖에는..

이것이 바로 '그들'의 방법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적인 생각도 잠깐 해봤습니다.

근데 사실, 재료든 연장이든 뭔가 쓸만한 것이 있다면 굳이 천장을 뚫고가는 직선도로가 아니어도, 모로가도 열매로만 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4. 저야, 그저 남들 가는 길 먼 발치에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골수 비주류이지만, 그런데도 세상 사는게 참 피곤한거구나 싶은 걸 보니, 세상이 정말 맹수들만 드글거린다 싶습니다. 어릴적 시골에서 살던 시절처럼, 그냥 집 문 열어두고 뒷산에 가서 신문지나 깔아놓고 한숨 자고 와도 아무 걱정이 없었던, 그런 세상에서 초식동물처럼 살고 싶은데 말이죠.
사실은 지금도, 맹수들의 매서운 눈빛만 없다면야 평화로운 세상이긴 하지만..



5. 저야 아직 쌩쌩한 젊은이지만, 수많은 모진 풍파들을 겪으면서 늙어가고, 지쳐가는 주변의 중년들과 노년들을 보고, 얘기를 들을 때마다, 누구나 어릴적에 가졌을 법한 순수하고, 유치하기도 한 터무니없어 보이는 생각들, 처음 시작할 때의 소박한 꿈들이야말로, 세상과 인생에 대한 궁극의 고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합니다.
저야 아직 쌩쌩하니 그보다 더 나아가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지만, 저도 나이가 들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뭐 별다른 일도 없었지만, 잠도 안오는데 인간들 투닥거리는 걸 보고있자니 축사 안의 닭싸움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어서 헛소리좀 써봤습니다.

댓글 1

Lambda님의 댓글

Lambda

  제 후배가 마지막 학기 때 저보고 "이런 학점의 노예들~" 이랬는데(저보다 먼저 졸업했거든요 -ㅁ-), 저도 마지막 학기가 되고 보니 1-3학년들이 학점의 노예들로 보이네요. 뭐 스스로도 학점의 노예처럼 공부한 거 같습니다. 1학년 때는 참 즐겁게 공부했는데 말이죠. ㅠ.ㅠ 이제 대학원 가면 학점 가급적 적게 신경쓰고 하고 싶은 공부/연구하면서 지내보고 싶네요... 뭐 어찌될랑가 몰겠지만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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