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론이니 인식개선론의 허구성 - Steinme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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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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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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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Steinmetz
 
제 목    대중화론이니 인식개선론의 허구성
 
작금의 이공계기피는 결국 대우의 문제이고, 노동조건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본질과 거리가 먼 다른 사항에 초점을 돌리려고 하는 시도에 반대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중화론' 이나 '인식개선론'으로, 정부나 언론에서 먼저 내세우는 대안이다. 고등학교에서 과학교육을 개선한다든지, 대중적인 강연기회를 많이 만든다든지 하는 등의 교육적인 수단과, 과학자 명예의 전당을 만든다든지 상을 제정하는 등의 명예부여 수단을 흔히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으로 (Wag the Dog) 외부인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 핵심을 비껴나가기 위한 눈가림일 뿐이다. 인식이 본질을 따라가지, 본질이 인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의 문제는 본질의 문제이지 인식이 본질에서 왜곡된 문제가 아니다.

대중매체에 과학과 기술이 별로 등장하지 않은 것이 원인인가? 우리 사회에서 온갖 특권(rent)를 누리는 법률업계를 예를 들자. 경제신문을 제외한 우리 나라 일간신문란에 '법률' 지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법률업계 종사자들(판사,검사, 변호사)에 대한 대우가 나쁘다든지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를 바꿔서 생각하면 안 된다. 대중매체에  별도의 과학 지면이 없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고, 그 주역들이 사회적 존중을 받지 못 해서이지, 신문지면으로 인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지금 상위권 대학 도서관에 가보면 예전과 다른 모습이 하나 있다. 법서나 회계학책과 더불어 유기화학이나 생물학 책이 많이 눈에 뜨인다. 또, 수학과 2,3학년 전공 정도에 해당하는 각종 해석학이나 미분방정식을 수강하는 인원도 엄청나게 늘었다.

이공계진학기피가 마치 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문제 때문이라고 호도하는 사람들의 진단과는 정 반대이다. 왜 그럴까? 
의대와 치대의 편입학 비중이 늘어나고, 전문대학원전환으로 인하여 대학생들이 화학 및 생물학을 공부할 필요성, 즉 화학과 생물학 공부에 대한 기대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학의 경우, 고임금을 제공하는 금융산업에 필요하기 때문에, 정성적인 공부만을 주로 하던 경제-경영학과 학생은 물론, 타전공 학생들까지 수학공부에 뛰어들고 있다.

고등학교 과학교육이 무슨 기묘한 마술이라도 걸렸기에, 화학, 생물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의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인가?
고등학교 수학과정은 수학자나 전기공학자가 되기 위한 사람에게는 의욕을 상실시키고, 금융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따분하고 어렵던 해석학을 정복하고자 하는 의욕을 북돋는 마술을 부리는 것일까?

  문제는 댓가이다. 댓가만큼 사람의 의욕을 북돋고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댓가는 곧 그 사람의 가치이며 사회가 그 사람의 의견을 얼마나 존중해주냐 하는 척도이다. 
인식이니, 대중화니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뿐이다. 간단한 구급의료나 소액사건소장작성법을 언제 고등학교에서 가르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유럽사회에서 노동자의 지위 향상은 각종 실효적인 권리를 쟁취함으로써 달성되었다. 투표권,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 노동조합의 활동 자유를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지 결코, 캠페인성 '노동자에 대한 인식개선' , '노동의 가치는 숭고한 것이라는 계몽교육'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00여년 뒤에 한국에서 살아가는 과학-과학기술 노동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심준완 천민 자본주의를 너머, "자본숭상주의"의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하는 군요. 오직 투쟁, 쟁취만으로? <=== I strongly disagree 2003/05/30 x 
 
  김하원 어 그런데, 왜 '기초구급법' 이나 '생활법률' 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을까요? 시험에 내기에도 어렵지 않을텐데. 2003/05/30 x 
 
  Myth 저는 고등학교 교련 시간에 '인공호흡' 같은 것을 배운 기억이 나는데요. 교사 재량인 걸까요? '생활법률'을 가르치지 않았던 건 조선 시대와 일제 시대를 거쳐 군사 정부까지 내려온 우민화 정책의 일환이었겠죠. 모든 국민이 법에 대해 좀 알게 되면, '이건 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걸 막을 수 없지 않았겠습니까. 2003/05/30 x 
 
  Steinmetz 그걸 '천민자본주의'라 부르든 '귀족자본주의'라 부드든 개의치는 않습니다. 그리고 전 자본주의를 숭상하지도 않습니다. 이 사회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고, 기득권층은 문제해결의 핵심을 벗어난, 즉 자기 돈 안 뺏길 방법만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도 없습니다. 세상에 투쟁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세계사를 한 번 보시죠.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보통선거제도(부자가 아닌 자도 선거권이 있는)나 직업의 자유, 신체의 자유도 피눈물나는 투쟁으로 이룩한 것이지 힘있는 자들이 '얫다, 떡 받아 먹어라'라고 던져준 것이 아닙니다. 2003/05/30 x 
 
  Steinmetz 법학도는 무얼 배우느냐?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합니다. 각종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닌 투쟁으로 얻어진 역사적 교훈을 배웁니다. 2003/05/30 x 
 
  Steinmetz 경제학도는 무엇을 배우느냐. 일만 많이 한다고 급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과거 방임자본주의 시절의 비참한 노동계급의 역사를 배웁니다. 독점의 위력을 배웁니다.  2003/05/30 x 
 
  Steinmetz 사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느냐. 자기의 이익은 남이 지켜주지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인류역사를 거듭하여 배웁니다.  2003/05/30 x 
 
  Steinmetz 공학도와 과학도는 무얼 배우느냐. 대학이후로 아무것도 배우질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까지 배웠던 우민화 교육 " 그냥 네 일 열심히 하면 알아서 열심히 하다보면 그에 맞는 댓가가 올 것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만 복습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바로 이 사이트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2003/05/30 x 
 
  환비 Steinmetz님의 말이 틀렸다고 말하면 내가 보고 겪은 사실이 모두 거짓이라고 부정하게 되는군요 ㅡ.ㅡ;  2003/05/30 x 
 
  김덕양 맞습니다. 이제 정부는 강력한 정책을 통해 한국과학기술자들에게 희망을 보여줘야합니다. 전에 계속해서 주장해왔던 대로 정출연 연구원들의 대우를 50% 이상 향상시켜주기 바랍니다.  2003/05/30 x 
 
  이재원 과학지면이 없는건 힘이없어서고 법률지면이 없어도 법률가는 힘세다는건 모순인거 같고요. 그외에는 100% 제 분석과 같습니다. 과학문화 창달 , 교육개선 이런 얘기들으면 하면 좋긴한데 본질은 아니다라는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이건 돈문제입니다. 과학기술자들이 돈만 많이 벌어보세요. 학생들 오지말래도 눈에 불키고 옵니다.  2003/05/31 x 
 
  가치창조 99.99% 동감입니다. 아픈사람은 그 병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하는 거지, 따뜻한 말이나 한편의 멋진 영화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죠.  2003/05/31 x 
 
  심준완 Steinmetz님 개인에 관한 인신 공격을 하기 위해 달아 놓은 comment가 아님을 받아들여주셨으면 하고요. 제게는 Stranger로 느껴졌던 Steinmetz님을 비로소 똑바로 볼 수 있었던 대화로 기억하겠습니다. 위에 다소 과장되게 이야기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03/06/01 x 
 
  박상욱 스타인메츠(맞게 읽은건가요)님의 말씀대료 일정부분 이 사이트가 생긴 이유 또는 설립 취지?와 공유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100%는 아니더라도 그렇습니다. 문제인식에서는 그런데, 쟁투방법 또는 운동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2003/06/01 x 
 
  박상욱 무슨 말씀이냐면, 사실 우리 모임 초창기엔 스타인메츠님의 말씀과 같은 논의가 많았습니다만, 점차 수면아래로 잠수시켰습니다. 그이유는, 우리가 힘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국민 대중과 정부, 기득권층, 다른 집단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설득하기엔 이러한 공격적이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이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003/06/01 x 
 
  박상욱 계속 말씀드리자면, 결국 돈의 문제라는 심플한 결론에 비해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남이 우리에게 돈을 많이 주는 것이냐'라고 한다면 실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정부가 갑자기 정출연 연구원 봉급을 인상하고, 기업체가 따라가며, 비정규직을 싹 없애고 대학원생 생활비를 현실화한다...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시겠습니까? 2003/06/01 x 
 
  박상욱 따라서 그동안 우리 모임의 주요한 활동은 '과학기술이 국가의 지속 발전에 필수적이며 현 상황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타인들에게 인식시키려는 것이었으며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니까요. 그렇다면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살리고 과학기술자를 우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03/06/01 x 
 
  박상욱 이렇게 할 말 참아가며 하지 않고 처음부터 돈 얘기부터 꺼내면 '그들'은 우리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또 국민 대중 역시 이공계 출신들이 의사 변호사와 같은 특권층에 편입을 시도한다고 생각하고 등을 돌릴 것입니다. 진입장벽을 높이고 고유 업역과 고소득을 보장받으려는 방향으로 가면 실패할 뿐 아니라 옳은 방향도 아닙니다. 2003/06/01 x 
 
  박상욱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돈 문제라고 목청을 높일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을 중시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아울러 과학기술인의 기본적 권익을 신장하려는(최소한 비참하게는 살지 않도록)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2003/06/01 x 
 
  박상욱 저도 예전에 스타인메츠님 못지 않은, 혁명선동에 가까운 과격한 주장을 가진 적이 있으며 그 정신은 마음 속에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좋은 게시물 모음에서 제 이름으로 검색해 보시길) 하지만 실제 활동이란 측면 즉 방법론에서는 다릅니다. 우리는 선명성을 자랑하기보다는 '일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2003/06/01 x 
 
  박상욱 또한 우리는 과학기술을 과학기술인 개개인의 윤택함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인은 '월급장이'이며 SF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것과 같이 한 명의 박사가 지구를 정복하거나 구하려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연구비도 조직도 가질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자본에 예속된 과학기술을 과학기술인의 것으로 되찾아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2003/06/01 x 
 
  박상욱 즉 '남에게 돈 많이 달라고' 하지 말고, 자본주의 정글에서 과학기술인 스스로 쟁투하여 부를 창출해야 합니다. R&D firm, 기술중심회사등 선진국에서 조금씩 싹이 보이고 있습니다. 속쓰린 예로 퀄컴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 기술수준에서 당장 그런 회사를 갖긴 어렵겠지만 지금부터 준비하고 노력해야합니다. 2003/06/01 x 
 
  박상욱 따라서 스타인메츠님의 주장이, 의사 변호사와의 비교를 통해 '댓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댓가를 주장할 수 있는 설득력 확보와 자립적인 부의 창출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지길 희망합니다. 2003/06/01 x 
 
  관전평 ^^ 과학기술인은 자본주의 이전부터 스스로 자립한 적은 없었지요. 기술중심회사라는 것의 정의가 뭔 지는 모르겠지만, 퀄컴이 다른 회사와 그리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혹시 퀄컴이 종업원 지주회사인가요?). 댓가를 주장할 수 있는 설득력을 확보해야된다는 데는 동감입니다.  2003/06/01 x 
 
  관전평 둘러치나 메치나 논의의 귀결점은 보상이라는 데 이견은 없는 것 같군요. 그 보상이 적절한 것인 지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때문에 설득력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겠죠.  2003/06/01 x 
 
  박상욱 아 ^^ 부연하자면, 기술중심회사란 저번에 인과응보님께서 언급하신 '만들되 만들지 않는' 회사 되겠슴다.. 즉 제조설비 없이도 돈 버는 회사이죠.  2003/06/01 x 
 
  관전평 반도체 쪽에도 그런 회사가 있습니다. 수율을 단기간에 올려주고 그로 인한 이익을 반분한다는 게 사업모델이죠.  2003/06/01 x 

 하략...

 과학기술정책/칼럼 게시판에서 5/30/2003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cience&page=2&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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