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화기의 최초 발명자는?"
- 글쓴이
- 최성우
- 등록일
- 2003-02-17 12:58
- 조회
- 5,348회
- 추천
- 0건
- 댓글
- 1건
관련링크
전화기의 최초 발명자는?
최성우 (과학평론가; hermes21@nownuri.net)
- '과학사 X파일(사이언스북스)' 中에서 -
"전화기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으레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 1847-1922)을 떠올릴 것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에리셔 그레이(Elisha Gray; 1835-1901)라는 발명가도 전화기발명에 성공했으나, 불과 한 두 시간 차이로 벨보다 특허출원이 뒤늦어서 '안타까운 2등'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는 얘기는, 몇 년 전 국내의 광고에도 원용되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위의 이야기들은 그다지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그간 '최초 발명의 인물'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도 많다는 사실은 앞장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그런데, 전화기의 최초 발명자 역시 이 경우에 속한다. 독일의 공업학교 선생으로 일하면서 전화기를 개발했던 필립 라이스(Johann Phillip Reis; 1834-1874)야말로 최초 발명자로 기록되어야 옳다. '소리를 멀리 전달하는 장치'라는 뜻의 'telephone'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쓴 사람도 바로 필립 라이스이다.
19세기는 물리학의 분야 중에서도 '전자기학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기 및 자기현상, 전류의 특성, 모터 및 발전기 등에 대하여 많은 연구성과들이 나왔고, 패러데이 등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노력한 결과 전자기현상의 본질에 대하여 더욱 깊은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소리는 공기의 진동에 의해서 전달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었으므로, 그 진동을 전류의 강약으로 바꿀 수 있다면, 소리를 멀리 보낼 수 있으리라는 예측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에 바탕하여, 처음으로 전화기를 만든 사람이 필립 라이스인데, 독일의 겔른 하우젠에서 빵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 고아가 되었다.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기능공 수업을 받고 여러 직장을 떠돌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원하던 공업학교의 선생이 될 수 있었다. 낮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밤에는 전화기의 발명을 위해 애썼는데, 그가 주로 이용한 도구는 맥주통 마개, 돼지오줌보, 스프링과 바이올린 등의 여러가지 헌 물건들이었다.
맥주통 마개를 사람의 귀모양으로 깎은 후, 돼지 오줌보를 붙이고 스프링을 연결하여 '송화기'를 제작한 후, 전자석에 바이올린을 연결하여 '수화기'를 만들어서, 1860년에 최초의 전화기 실험에 성공하였다. 그의 '전화기'는 구조도 조악하고, 모양도 괴상하기 짝이 없었으나, 아무튼 '소리를 전달하는 신기한 장치'로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라이스는 자신의 전화를 좀 더 개량하는 한편,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것의 실용화에도 뜻을 두게 되었다. 그러나, 전화기의 실용적인 보급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라이스는 1861년 10월, 프랑크푸르트의 과학자 모임에서 자신의 발명품을 선보였으나, 다들 전화기를 '흥미로운 장난감' 으로 취급했을 뿐, 어느 누구도 실용적인 이용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라이스는 전화기를 거듭 개량하여 판매에 힘쓰는 등, 전화기의 보급에 백방으로 힘썼으나, 그의 모든 노력도 헛되이 전화기는 그의 생전에는 끝내 실용화되지 못했다. 가난과 실망에 지친 라이스는 폐결핵을 앓게 되었고, 결국 1874년 1월 쓸쓸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선구적인 발명가 한 사람이 불행히도 자신의 '때'를 만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 것이다.
훗날, 미국인 그레이엄 벨이 다시 전화기를 발명하여 특허를 취득하고, 회사를 설립하여 전화기의 실용적인 보급에 크게 성공하자, 독일의 라이스의 고향사람들은 그때서야 크게 흥분하고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그들은 "필립 라이스가 벨이나 그레이보다 훨씬 앞서서 전화기를 발명하였다." 라고 주장하는 한편, 라이스의 묘소에 '전화기의 참된 발명자 - 필립 라이스'라는 비석을 세우고 그를 추모하였으나, 이미 저 세상 사람인 라이스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 의견
-
최희규
()
^^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