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T - 우리는 끌려가는 것인가?

글쓴이
김덕양
등록일
2002-05-30 13:00
조회
4,150회
추천
2건
댓글
1건

 얼마전 학회에 갔을때 미국내 과학정책쪽에 관련된 사람이 총회세미나에서 이런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제가 다른 일로 일본에 갔을때 거기 과학자 하나가 저한테 와서 고마와했습니다. 자기가 나노관련 연구를 하는데 미국이 나노쪽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일본정부가 생각외로 쉽게 지원을 결정해줘서 연구하기가 편하다는 것입니다. 그걸 보고 저도 그 일본사람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왜냐면, 저도 미국정부에게 '봐라 일본 사람들도 나노기술에 이만큼 투자한다'라고 보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나노기술관련 자금을 구할 수 있을테니까요. 국제적인 나노연구 시너지 효과를 이루는 셈이죠."

 전체 과학기술자 집단으로서는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정부부처에 있는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새로운 과학기술 관련 사업에 대한 승인을 꺼려한다는 점을 고려해보았을때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편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같은 개도국의 경우 선진국에서 많이 하고 있는 연구에 어쩔수 없이 '말려들어' 갈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요? 마치 일본이 자의반 타의반하여 미국의 나노사업을 본따서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한국정부가 최근들어 '선택과 집중'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체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46.5%(!!!)를 6T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주1) 여기에 모인 우리가 이러한 현상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은 비록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낸다라는 과학기술자를 위한 이익을 수반함에도 불구하고 (왜냐면 예산특성상 이러한 사업들이 없으면 예산이 그냥 삭감되어버릴수도 있으므로) 몇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1. 선진국에서 개발하고 있고 앞으로 새시대를 이뤄나갈 기술임에는 틀림없으나 우리의 입장에서 돌아봤을때, 과연 국내 연구진이 제대로된 세계적으로 최첨단이라고 일컬어지는 6T 연구를 수행할 만한 기반이 되어있는가? 바꿔말하면, 우리 과학기술 프로젝트는 관이 주도하여 (다른 선진국의 연구진행상황을 보고나서) 만들어내는 것인가 아니면 민의 자발적인 요구와 필요에 의하여 시작되는 것인가?

 2. 최악의 경우 6T의 '거품'이 걷혔을때 그쪽에 참여했던 수많은 인력들에 대한 대책은 준비되어있는가? 앞서 다른 회원들이 지적했듯이 유전공학/초전도재료와 같은 전철을 다시 밟게 되는 것은 아닌가?

 3. 지나친 선택과 집중으로 말미암아 균형적으로 발전해야할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포트폴리오가 일그러지는 것은 아닌가? 모든 기술의 근간이 될 기초과학에는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얼마 정도 기본적으로 투자해야만 하는 것인가?

 6T는 분명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실상 여러가지 진보적 연구결과들이 최근 등장했고 그 파급효과가 기업이 매출순익을 내기 시작할 정도까지 나타난것은 사실입니다. 단순히 인터넷사업만을 예를 들더라도 다들 수긍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책이든 마찬가지로 그 정책이 시행되어질 근본 토양을 잘 살펴보고 또 더 넓은 안목으로 보아 혹여나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고 저는 주장하는 바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내에 과학기술에 대한 안목이 남다른 전문성있는 인력이 지금보다는 훨씬더 많이 배치되어야하는 것이 제 1번 선결과제입니다.

  정부에 큰 소리로 묻고 싶습니다. 6T - 우리는 남에게 끌려 가는 것인가? 아니면 당당하게 앞서 나가는 것인가?

 김 덕양 드림.

 주1) 전자신문 2002년 4월 26일
 지난해 정부의 전체 연구개발 투자 중 46.5%인 2조1066억원이 6T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된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부 산하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지난해 국가 전체 연구개발비 4조5283억원(과제 수 2만1237개)에 대한 투자분석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연구개발비가 가장 많이 투자된 분야는 정보기술(IT) 분야로 1조2417억원(27.4%)을 기록했으며 다음으로는 생명기술(BT) 분야가 742억원(8.3%), 환경·에너지기술(ET) 분야 2193억원(4.8%), 우주항공기술(ST) 1572억원(3.5%) 순으로 조사됐다.

 

  • 사이언스 ()

      움...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임돠.. 그동안 겉으로 딱 말할순 없어도 내심 생각 되던 내용 들인데..

목록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321 [경향신문] ‘다이내믹 코리아’ 댓글 3 소요유 06-20 3920 1
320 [연합뉴스] "'붉은악마’ ‘히딩크리더십’ 시민운동에 자극" 댓글 1 소요유 06-20 3531 1
319 [경향신문] "고급두뇌 해외유출 심각하다 " - 삼성경제연구소 댓글 5 소요유 06-20 4580 0
318 [경향신문 사설] "발등의 불, ‘대학 살아남기’ " 댓글 4 소요유 06-19 4184 0
317 [펌] Terra 06-18 3545 1
316 [연합뉴스]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돈보다는 경력” 소요유 06-18 3900 0
315 자본주의와 지식의 민주화 댓글 24 포닥 06-18 5096 1
314 [경향신문 데스크칼럼]"히딩크의 성공과 배타주의" 소요유 06-17 3511 1
313 이공계의 정치세력화를 바라는 한 대학원생이.... 댓글 4 배고픈공도리 06-17 3630 1
312 과학축제에 관여하는 친구로 부터의 편지입니다. 댓글 1 소요유 06-16 4268 0
311 교수들의 벤처 겸직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 22 김하동 06-10 6712 0
310 [공지] 제 3 차 이공계인 설문조사가 [종료] sysop 05-28 4182 0
309 [DT]하이닉스 경영 정상화 지원 교수협의체 생긴다 포닥 06-03 4459 2
308 이공계위기론의 결정판 - 사회열역학적 고찰 댓글 32 900MHz 05-31 5636 1
307 답변글 운영자님들께- 출간아이디어에 관해 댓글 19 900MHz 06-01 4109 1
306 답변글 [re] 도박판의 비유는 적절치 않아 보이네요. 댓글 8 포닥 06-02 3953 1
305 답변글 [re] 6T - 우리는 끌려가는 것인가? 900MHz 05-31 3935 1
열람중 6T - 우리는 끌려가는 것인가? 댓글 1 김덕양 05-30 4151 2
303 이공계의 위기- 속고 속이는 도박판 댓글 12 900MHz 05-28 8365 1
302 답변글 [re] 이공계의 위기- 속고 속이는 도박판 댓글 2 이공계2 05-28 4604 2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