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도박판의 비유는 적절치 않아 보이네요.

글쓴이
포닥
등록일
2002-06-02 12:13
조회
3,953회
추천
1건
댓글
8건
댓글이 엄청 길어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씁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과학은 도박판 (즉, 제로 썸) 게임으로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과학자들이 부족한 경험과 교육중의 하나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대신 고스톱이나 포커판에는 모두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도박판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란 경쟁입니다. 그런데, "과학"과 "과학자"의 관계는 "딜러"와 "도박꾼"의 관계가 아닙니다.
차라라, "바둑" 와 "바둑 동호인"의 관계라고 봐야합니다.

자,  요즘 이창호 일년 벌이가 대단하지요?
이돈이 어떻게 나오나요?

물론 이창호, 조훈현등 몇몇 기사를 제외한 프로기사들의 수입이 형편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수입을 올릴 가능성이 없는 것인가요?

이 대목에 이르면, 무릎을 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바둑을 좋아하지만, 바둑을 위해 돈을 내지 않는 동호인들이 우리나라에 무척 많지요.
대한민국의 비애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긴다면 어느정도의 지출을 감수해야 그 커뮤니티가 유지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대한민국이죠.

만일 바둑을 좋아하는 분들이 한국기원의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한국기원에서 발행되는 기보를 돈을 주고 산다면 많은 프로기사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과학계의 문제의 뿌리와, 그리고 그 해결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패러다임의 문제입니다.

지식과 정보를 민주화하자는 것과, 그것이 공짜여야 한다는 것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이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민주화된 사회에 살면서, 정부에 세금을 내는 이유를 아십니까?
그것을 안다면, 바둑좋아하면, 한국기원에 돈을 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지지 하는 정당에 한푼의 헌금도 내지 않으면서,
누구보다 신랄한 비판을 하는 거리의 정치가들이 넘쳐나는 것과,
세계 최고의 바둑 기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활기반을 못 갖추는 프로기사가 넘쳐나는 것과,
오늘날 대한민국의 과학계의 현실은 너무나 닮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정문식 ()

      포닥님의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현재 한국 과학계의 문제는 정부나 기업의 부족한 투자나 소위 학력 인플레로 인한 대학 교육의 부실화에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일반인들의 과학에 대한-기본 지식 및 사회적, 철학적 의미- 인식 부족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 정문식 ()

      아마 외부 효과와 공공재의 의미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과학이란 모두에게 '물질적인' 혜택을 주지만, 과학 특유의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으로 인해 누군가가 선뜻 '십자가를 지려 하지 않는' 그런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과학을 몇몇 천재의 지적 사치로만 여기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과학의 공공성을 널리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 심준완 ()

      결국 가장 안정적으로 철밥그릇 만드는 방법은 전국민의 쌈지돈을 조금씩 털어서, 그걸로 턱없이 부족한 밥그릇 챙겨먹자는 이야기로 귀결되나요? 씁쓸...하지만,...한편으로는 진작에 정계 진출/이공계 커뮤니티 활성화가 이루어졌어야 우리의 동지/가족의 수를 늘릴 수 있었을텐데....하는 후회가 생깁니다. 21세기 "Man of the Century = Al. Einstein" then, who's gonna be the next century's man of the Time Magazine? Korean scientist? Still skeptical...그러므로, "이공계 출신 위정자/정부 관료"의 수적/질적/양적 증가가 절실...바로 저 사람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현실화해내는 사람일테니...

  • 포닥 ()

      저의 주장은 그러합니다. 과학과 기술은 무형의 재화인 "지식"과 "정보"를 생산해 내는 인프라입니다. 그런데, "지식"과 "정보"는 "민주화" 되는 과정에서만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혼자 알고 가는 "지식"은 "재화"로써의 가치를 부여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지식기반 사회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무한히 생산해 낼수 있는 재화를 매개 하기 때문에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과학"과 "기술"의 인프라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사회 간접 자본"의 투입은 필수적입니다. 이 방법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포닥 ()

      뱀 다리 하나 -- 저도 얘기하면서 한심합니다.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 뒤지다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중에 세금안내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보았거든요. 자꾸 80 년대 생각이 납니다. 잡힐 듯, 잡힐 듯 하던 봄의 그날이 눈앞에서 도둑맞듯이 사라졌을때... 그것을 빼앗아간 것은 "적"이라고 알고 있던 독재자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편"이라고 믿고 있던 "아저씨, 아주머니들" 이었습니다. 그들은 자기 자식위한 다면서 온갖 노력을 하지만, 진정 후손을 위해 내는 세금 한푼은 아까와 하는 사람들입니다. 신이여... 진정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 심준완 ()

      (질문) 근데 혹시 900MHz님과 포닥 님은 동일인 ? (If so, call me "Private Detective" from now on !)

  • 소요유 ()

      하하. 동일인 인 것 같지는 안죠 ?  (우리말로 쓰니 훨 낫네요. 몇일간 영어가 저때문에 고생좀 하였습니다. )  900MHz님이나 포닥님, 정문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렇담 어떻게 공공재라는 것을 이해시키거나  설득시킬 수 있을까요 ?  국민 한사람 한사람 잡아다  강제로 주입이라도 할까요 ?  여기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정부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수도 있고,  이를 안다고해도  판을 벌리면 개떼처럼 달려드는 하이에나들 중에 어떤 넘이 사자새낀지 골라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사회에서 일을 해보려면 그 소사이어티를 이끄는 그룹이 간판으로 얼굴마담을 내놓고 실제적인 일을 하게됩니다.

  • 소요유 ()

      그런 면에서 센세이셔널 리즘, 선택과 집중을 바라다 보게됩니다.  비참한 이야기지만 현대사회는 정치인의 정치적인 목적이 다른 것에 우월한 사회입니다. 그래서 일을 잘하게 하는 방법이 두가지인데  하나는 가능한한 정치성을 배제하든가, 아니면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포장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이 어떤 면에서는 '포장'하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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