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6T - 우리는 끌려가는 것인가?

글쓴이
900MHz
등록일
2002-05-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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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진국에서 개발하고 있고 앞으로 새시대를 이뤄나갈 기술임에는 틀림없으나 우리의 입장에서 돌아봤을때, 과연 국내 연구진이 제대로된 세계적으로 최첨단이라고 일컬어지는 6T 연구를 수행할 만한 기반이 되어있는가? 바꿔말하면, 우리 과학기술 프로젝트는 관이 주도하여 (다른 선진국의 연구진행상황을 보고나서) 만들어내는 것인가 아니면 민의 자발적인 요구와 필요에 의하여 시작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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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최악의 경우 6T의 '거품'이 걷혔을때 그쪽에 참여했던 수많은 인력들에 대한 대책은 준비되어있는가? 앞서 다른 회원들이 지적했듯이 유전공학/초전도재료와 같은 전철을 다시 밟게 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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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나친 선택과 집중으로 말미암아 균형적으로 발전해야할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포트폴리오가 일그러지는 것은 아닌가? 모든 기술의 근간이 될 기초과학에는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얼마 정도 기본적으로 투자해야만 하는 것인가?

좋은 지적입니다. 제가 밑에 글에서 언급하고자 한 것은 NT, BT등 '선택과 집중' 정책이  무조건 잘못됐다기 보다도 개개인의 차원에서 볼때 '선택과 집중'은 많은 희생양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입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희생을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선택과 집중' 의 과학기술 정책의 당위성은 좀더 심각하게 따져보아야 할것입니다. 며칠전 '바다의 날'에 어느 이대교수가 3면인 한국 바다의 부가가치는 다른것 못지 않게 중요하므로 해양기술 (Marine Tech) 즉, MT도 중점 사업에 포함시켜 7T로 늘리자는 사설을 보았습니다.  결국 '선택과 집중'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지못하는 한 선택된 사람들은 찬성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반대하고자 할지도 모릅니다.

최근 대덕의 한 연구원과 대화를 하던중 많은 연구원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프로젝트를 어떻게해서든지 NT, BT에 끼워맞추려는 노력을 한다는걸 알았습니다. 특히 NT라는건 아직 구체적인 정의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연구비 따내려면 무조건 끼워 맞추고 봐야한다는 겁니다. 과연 정부는 NT, BT에대한 선명한 '로드맵'은 가지고 있을까 의문입니다. 또한 정부가 아무리 선명한 로드맵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것을 구현할 기반이 되어있는지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기반도 없이 대충 NT, BT냄새만 나게하면서 단지 연구비 하나라도 더 따내려고 끼워맞추기식 졸속 연구가 이뤄어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이 나라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워낙 굶주렸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로드맵보다는 배부터 채우고 볼겁니다. 마치 열흘 굶주린 사람들에게 맛있는 스튜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준다고 합시다. 그들은 과연 그 재료들을 가지고 '맛있는' 스튜를 만들어 먹을까요?  최근 경기대에서 여권인사를 끌어들여 기회를 한몫 잡아보려는 했다는 의혹를 실은 기사를 봤습니다. 정부가 6T사업의 로드맵을 선명하게 짜는것도 중요하지만 대학과 과학계의 투명성을 먼저 확립해야할것입니다. 그리고나서 6T를 해도 합시다.

선진국, 아니 미국의 중점사업의 배경은 의외로 뿌리가 깊은것 같습니다. 물론 돈이 많아서 이것저것 무식하게 하다보면 소위 "뜨는" 분야가 만들어지는건지도 모릅니다. 최근 미국에서 GIS (Geological Information System)구축에 한참 열을 올리고 았는 중인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까 정말 엄청난 사업임을 보고 놀랐습니다. 미국 전역의 지리학적인 정보, 기차길부터 땅속까지 정보를 데이타베이스화하는 사업인데 막대한 돈도 들이지만 시간과 노가다 규모도 상상외로 광범한 사업임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몇년후에 GIS가 IT와 접목되어 엄청난 힘을 발휘하면서 새롭게 뜨는 분야를 탄생시킬겁니다. 이와같이 미국의 "선택과 집중"은 우리나라와 달리 제반분야가 무르익어서 맺어지는 결실입니다. 뿌리가 부실하고 잎이 시들해가는 화초에서 꽃이 피는경우를 보았습니까? 모든분야가 숙성할때 NT, BT가 자연스럽게 꽃을 피울수 있고 그렇게 핀 꽃이 오래갈 것입니다. NT, BT는 정부가 끌어올린다고 끌려올라갈 성질의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70, 80년대의 철강, 조선과 같은 중점사업은 끌어올려서 올라갔지만, 특히 NT와도 같이 복잡 미묘한 구조를 가진 과학기술을 단지 한쪽 방향에서 끌어올린다고 올라갈지는 의문입니다. 정부는 NT, BT가 실패했을경우의 시나리오를 갖고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가 21세기의 하이테크에 집중전략을 세우는데는 어떤 일리가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집중전략을 세우기전에 하이테크을 꽃 피울만한 제반분야가 준비가 되어있는지 충분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준비가 만약 제대로 안된채 남들한다고 무조건 돈만 퍼 붓는다면 정말 completely waste of time and money 일 것입니다. BK21 이래로 최악의 효율을 자랑하는 투자가 되서는 안될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고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정책은 제발 "사람들" 도 좀 생각 해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NT, BT 다 좋습니다. 하지만 필요할때만 써먹고 분위기 바뀌면 내휘두르지 않도록 하는 "인력관리 전략" 이 부재한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인생바쳐서 NT, BT를 쌓아올라는 사람들, 제발 나중에 내둘르지 말았으면 합니다. 설령 중간에 낙오한 부상자들이지라도 잘 보듬어야 젊은이들이 이공계에 갈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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