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실 하나 그리고 강한 추정

글쓴이
과객
등록일
2005-12-05 08:59
조회
4,8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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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건
그동안 가끔 눈팅만 했던 사람입니다.
화학 전공자이지만 지금은 전공과 관계없이 살고 있구요 -.-
해당분야에 거의 문외한이라서 특별히 발언을 안했는데
바로 아래 Bric게시물과 관련한 글을 읽으면서
기사들을 검색하다가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현재 지방에 살면서 한겨레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저희 집에 배달된 한겨레의 기사내용과
(한겨레는 인쇄나 배송시스템이 느려서
지방으로 배달되는 한겨레는 매우 일찍 편집된 판을 보냅니다)
현재 인터넷판에 올라와있는 최신 편집판 기사내용에 중대한 차이가 있군요.

인터넷판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hani.co.kr/kisa/section-002007000/2005/12/002007000200512042200926.html
그런데 집으로 배달된 신문에는 인터넷판 기사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인터넷판에 빠진 기사내용)

김박사는 피디수첩팀에게 논문과 논문에 딸린 부속서에 실린 11개 줄기세포의 스테이닝 사진에 대해서도 "(황 교수가) 3개 세포라인을 줬으며, 사진은 10장 정도를 만들자고 말했다"고 발언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3개 세포라인으로 11개 줄기세포 스테이닝 사진으로 부풀렸다는 얘기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황 교수팀이나 김 박사 쪽에서 언급이 없어 명확한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왜 이 부분이 나중에는 빠졌을까요?
아래의 사진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뭔가 감이 잡히지 않나요?
추측이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랬을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듭니다.

이미 많이 논의되어 아시겠지만, 황교수 팀 연구의 최대 난점 중 하나가 난자공급 문제입니다.
성체줄기세포와는 달리 배아줄기세포는 매번 새로운 난자를 필요로 하는데
국제적인 기준에 합당하게 난자를 대규모로 공급받는 것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 황교수 연구에 대해 주요 기업들이 시큰둥했던 것도
이런 난점 때문에 나중에 실용화하더라도 생각처럼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말이 있더군요.
자세한 것은 말지 12월호에 나온 우석훈 박사의 글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 인터넷에는 해당 글이 아직 안 올라왔군요)

게다가 황 교수팀의 2004년 연구는 또다른 배아줄기세포 배양방식인
배반포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유도하는 것보다 효율이 상당히 뒤떨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242개 난자에서 딱 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어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부분에서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황교수의 연구는 체세포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배양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성공시킨
과학적 연구성과는 인정될지언정,
실용화나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가능성은 극히 제약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황교수님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황교수 팀의 연구가 당장 몇년내로 실용화되고 떼돈을 벌 것처럼 생각하는
비과학적인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고 황교수님도 거기에 상당한 압박을 받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미 호랑이 등에 타버린 상황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본인도 그걸 즐겼는지도 -.-)

그래서 아마 연구성과를 상당정도 과장해서
성공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185개 난자에서 11개 성공이라면 배반포배아를 이용하는 방식에 비해서도
효율이 뒤떨어지지 않으니까요.
(이와 관련된 내용은 황교수 팀의 연구성과가 사이언스에 게재된 직후의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시면 잘 나와있습니다.
http://www.sciencetimes.co.kr/data/article/11000/0000010206.jsp )

사실이 만약 이런 것이었다면
황교수가 지금 'DNA 검증이 아니라 재연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설명이 되지요.
어쨌든 성공한 것은 사실이니까 재연은 가능할테고,
자신의 연구성과가 과장되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채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만
이런 추정을 해보면 그간의 모든 상황이 정확히 설명이 되거든요.
만약 이게 정말로 사실이라면
그래도 연구가 완전히 거짓은 아니라는데서 약간의 위안이나마 찾아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한국과학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려버린
그 사람들을 철저히 원망해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진짜 책임은 황교수님이나 MBC가 아니라
장기적인 과학기술투자 대신에 당장의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
이 나라의 어처구니없는 분위기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런지...

하여튼 여러가지를 생각케하는 씁쓸한 아침이로군요...


  • 박상욱 ()

      쇼킹한 한겨레 지방판이로군요. 그럼 또 그 부분을 도려낸 사람은 누군가요? 보통 늦오후께 인터넷에 초판 기사가 뜨면 그걸 보고 이해관계자가 전화를 해서 소위 '오류를 수정'하여 인터넷에도 수정된 기사가 올라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지방판은 초판으로 찍히고요. 이건 지방 동시인쇄 시스템이 없는 한겨레라서 가능한 일이군요.

    링크해주신 사탐즈 기사로군요. 여러 정황상 보도자료 수준의 설명을 받아적은 것으로 보이는데 효율을 강조하고 있군요.
     
    "연구팀은 총 1백85개의 난자에서 11개의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2백42개의 난자에서 1개의 줄기세포를 확립한 2004년의 연구와 비교해보면 무려 15배나 획기적으로 효율을 높인 셈. 특히 1개의 줄시세포는 불과 5개의 난자에서 얻는데 성공했다. 이는 체외수정을 통해 만든 배반포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과 비교해봐도 효율이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체세포 복제술이 난자를 과다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극복한 쾌거로 평가되고 있다."

    논문 수정본에서는 분화에 성공한 줄기세포주는 3개인 것으로 고쳤다는데 맞습니까. 그렇다면 애초 2번라인~12번라인 11개중 일부는 정말 애초부터 없는 줄기세포라인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긴가요? 그건 정말 악몽인데요.

    일반 대중이야 '성공만 했으면 되고, 우리가 기술을 세계최초로 개발했다는 것이 중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자로서는...!

  • 과객 ()

      저도 해당분야를 정확히 잘 몰라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연구성과가 과장되었고 4번부터 12번라인 중 일부 또는 상당수는 실제로는 없었을 가능성이 다분한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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