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한 직원되기 [1편-야근하지 말자]

글쓴이
박군
등록일
2007-06-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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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대 새내기 직장인에게 하는 이야기로, 이미 40대에 접어들었다면 볼 필요없다. 그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사는 것이 스트레스 적게 받는 방법이다. 그들은 불쌍하게도 급변하는 정세에서 자기가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그당시엔 인터넷 환경도 아니였고, 영어가 지금처럼 TV채널을 많이 잡아먹지도 않았던 시기였다. 친구랑 대모하다 최류탄 가스 마신 것이 엊그제다.

  영악이란 단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이해에 밝고 열성이 대단하다.
2. 모질고 사납다.
  이렇게 대조적이라니.. 제목의 영악은 1과 2의 의미를 둘다 내포한다.
  하지만 목적은 하나다. 내 미래를 위해서, 내 건강을 위해서, 내 가족을 위해서,

  첫째, 내 미래를 위해서 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1. 건강없인 밝은 미래는 없다. 몸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건강하려면 나만을 위한 여가생활을 갖는 시간적 여유와 주변 상황에 요령껏 대처하는 처세가 필요하고 그 다음은 업무를 처리할 능력과 대인관계가 있겠다.
  -> 여가생활을 갖는 시간적 여유 : 야근을 하지 말아라. 사내규정에 실린 퇴근시간에 봉사하는 마음(30분)만 써주자. 기업도 완제품 판매해서 얼마 냉겨먹지도 못하는데 없는 돈 대출받아 운영하는 CEO를 불쌍히 여겨 신경 좀 써주자는 이야기다. 내 여태껏 다닌 회사들 보면 상사가 야근시켜서 푸념만 늘어놓는 직장인을 수도 없이 봤고 그게 근무의무(?)라고 받아들이는 거지근성에 한방 날려주고 싶다.
  야근하면서 무슨 일을 하건 중요치 않고 딸랑 야근시키는게 주 목적이였는가? 상사에게 물어봐라. 그들이 시킨 건 일정을 맞추라는 거였지 야근을 하라는게 아니였다.
  그렇다면 일정은 누가 잡나? 과장급(또는 대리)이란 상사가 잡는다. 제대로 된 일정이라면 야근없이 그 업무는 완료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부터 잘못된 일정이다. 내가 경험한 회사의 직원은 이 터무니없는 일정을 맞추느라 강요하지 않은 야근을 해대면서 건강을 해치면서 정작 회사가 야근을 시킨다고 원인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일정을 못 맞추면 책임은 누구한테 있나?
  당연히 업무를 지시한 과장(또는 대리급)이다. 분명히 알아라. 일개 사원이나 주임에게 프로젝트의 일정을 맡기지는 않는다. 고로 그 일정을 못 맞춘 책임은 과장에게 있으며, 그 책임을 가지기에 그 공로(성과) 또한 과장이 가져간다.
  밑에서 열나게 일하는 당신이 자기를 위해서 일하는 줄 착각하겠지만, 우린 상사(과장)을 위해 일하는 거다. 문제없이 조용조용 넘어가면 과장이 승진하고, 하는 프로젝트마다 제동이 걸리면 과장은 인사고과 허접하게 받아서 만년과장이 되거나 다른 관리자로 교체된다.
  내가 전하고 싶은 건 야근을 하지 말라는 거다. 그 일정이 가능하다면 내 정해진 근무시간에 끝나야 하는 것이 맞고, 그것이 안되는 걸 뻔히 안다면 그건 안되는 거다. 맞출려고 하다보면 건강이 악화되고,, 거기다 잘하면 다행이나 야근하면서도 욕 먹는게 현실이다.

  // 잠시 알고 넘어가기 //
  일정을 최초로 정한 CEO나 임원의 입장에서 현장의 정확한 완료일정은 자신들의 영업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결국 일정이란 현장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관리되어 수주 받은 상황에서 그 완료일정은 불변하는 일정이다. 이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일정이 못 맞춰지는 이유는 "사양변경"/"데이터 관리 미숙"/"기술력부족"이다. 이 중 내가 느낀 건 데이터 관리가 가장 크다. 만일 당신이 처음 개발 시 6개월이 걸렸다면 두 번째 진행 시 완료일정은 6개월 이내로 줄여가는 것이 정상이다. 또한 그렇게 되도록 관리감독 하는 것이 관리자의 의무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정확히 자리잡지 못해서 일정이 지연되는 것이다.
  당신이 CEO라고 생각해 보라. 관리자에게서 제작기간이 이렇게 걸렸다고 보고받았다면 그 프로젝트는 항상 그 기간이면 만들어 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일정에는 그동안 제작하면서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어느정도 범위까지 허용할 지가 정해지고 그에 따른 대비책도 갖춰져 있을 때 가능한 일정이다. 내가 근무한 대기업 협력사나 벤처/중소기업은 이러한 DB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일정이 항상 들락날락하고 직원은 일정때메 야근을 해댄다. 일정은 항상 바뀌는 변수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이 상수가 되도록 관리하면 된다.

  다시한번 정리하면 일정지연의 책임은 상사(과장)에게 있다. 과장의 임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프로젝트를 스케쥴을 잡고 자신의 팀원들을 지시/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려면 팀원의 업무처리 방법이나 기술수준, 특기/장단점 등을 냉철히 파악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스케쥴을 구성해야 한다.

  사원이나 주임일 때는 그저 정해진 근무시간과 그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라. "내 수준이 어느정도 인지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자기자신은 모른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야근을 꼭 해야만 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라. 그리고 그날 그날 무슨일을 했는지 분명히 업무보고서에 기록을 남겨라. 남들 야근하는데 자기만 퇴근해서 사내 분위기를 흐린다고 짜른다면 그 회사는 평생 야근하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그런 회사에 당신은 비전이 있는가?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매일 위와 같이 퇴근하면 언젠가 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사하고 당장 짤리지는 않는다. 기업의 입장에서 직원을 채용하면 수습기간도 있고, 이 회사에 적응하는 기간도 고려한다. 이 기간은 대개 6개월 정도 잡는다. 최소 1년이고 길게는 5년 넘게도 정시퇴근하면서 다닐 수도 있다. 3년 다니고 그 이후에 짤린다고 치자. 인생에서 55세 정년이라고 치면 28세 졸업자가 회사를 다니는 기간은 27년이다.
  9번만 회사를 옮기면 된다. 우리나라 회사가 몇개인지는 모르나, 9개 회사 다닐 정도로 당신의 실력이 형편없다면 자기계발이 우선해야 되겠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눈높이를 맞춘다면 9번 회사 다니는 건 거저먹기다.

  직장 구조를 보자. 20대에 입사해서 퇴사하는 사람을 보면 회사에게 짜르기 보다 자기가 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회사는 직원을 짜를 때 간접적으로 한다. 일을 두고 평가한다거나 갖가지 일을 가지고 망신을 시킨다. 자기 돈 들여가며 운영하는 CEO로선 짤라야 할 사람에겐 이와 같을테니 이걸 바꾸려곤 하지 말자. 다만, 그런 일은 회사다니면서 수차례 맞부닥치는 일련의 관습같은 것이므로, 개가 지껄이든 말든 나는 나만 생각하면 된다. 그것 때문에 더러워서 나간다는 건.. 어찌됐건 결국 당신은 좀더 칼퇴근 할수 있는 직장을 그만둔셈이다.

  "절대 제발로 나가지 마라." 본인이 더 배울 수 있는 회사를 가길 원하고 또한, 그런 곳에서 본인이 원해서 야근을 하는 것이라면 일석이조다. 이런 일석이조의 회사를 찾는게 쉽지 않지만, 또한 찾아야 하는 모든 직장인의 과제다.

  만일 오전8시30~오후6시 근무를 하게 된다면, 그래서 퇴근 후에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당신의 근무의욕이 지금보다(밤10~12시까지 야근) 좋아지겠는가? 건강도 좋아지겠는가?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행해라.

  이렇게 한명 한명이 자신의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고, 그에 대한 댓가를 받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이게 기업문화가 되는 거라고 본다. 야근하는 문화는 우리 모든 직장인들이 만들었다. 우리 나라가 만든게 아니다. 왜 남탓하냐.

  선진국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근무조건이 나쁘다는 건 매일 몸소 체감한다.

  야근에 대한 철저한 보상도 없고, 자율이 아닌 강제적인 기업문화는 하루빨리 개박살 나야한다. 지금은 이 문화가 "현실"이나 언젠가는 미래의 후예들이 역사를 공부하면서 오늘날 사람들을 가리켜 "기계였었다" 라는 과거사를 상식처럼 이해한다면 얼마나 우습겠나.

  우린 결코 원하지 않은 것을 우린 해온 것이다. 배고픈 과거의 단점(일에 매달려 사는)을 경기가 좋아진 지금까지 이어간다는 건 우리가 원한 것일까.

  이 문화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바뀐다. 굳이 지금 야근할 필요없다.

  본인을 위해서 직장을 다닌다면, 지금처럼 엔지니어 처우에 대한 불만은 좀 사그러질 거라고 본다. 포럼을 통해 엔지니어라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설문조사해보니

  1번. 업무 지식 부족
  2번. 빈번한 야근

  1순위로 자기계발에 목말라 한다. 야근은 2순위다. 하지만, 빈번한 야근으로 인해 우린 배우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잡일맨 ()

      개발판 좁은데 야근안하고 뺀질거린다고 소문난 직원이 9번 회사 옮길만큼 호락호락한곳이 IT판이던가요?

  • 돼지털유목민 ()

      저 두번째 이직시 면접보러간 회사의 면접관이 이 전 회사의 제 상사였습니다.. -_- 첨에 참 당황했었는데..

  • 헬마똥 ()

      얼마전에 퇴직한사연 올렸던 삼성맨의 '왜 분위기를 야근판으로 몰고가는가' 는 뭔가요? 분위기가 야근판이면 개인은 어쩔수없이 맡은바업무를 끝내도 야근으로 갈수밖에 없다는건지 뭔지.

  • 비밀 ()

      저의 경우는 IT업계인데 면접시에 '철야와 주말출근 기피'를 명확하게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취업 합격률이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에 비해 20% 정도로 떨어지더군요.

    다른 사람이 5군데 넣어 일단 5군데 합격통보 받을 정도면, 저는 5군데 넣어 1군에 통보 받을까 말까 한 정도 ... 쩝.

  • tube ()

      기업문화라는게 말단 사원 한 두명이 튄다고 해서 바뀔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단지 짤려 나갈 뿐이겠죠.
    위에서 과감히 변화를 시도할때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 시킬때 야근 문화는 개선될 거라 봅니다.
    한국 기업들 미국 따라하기 많이 하는데..이런건 왜 안 따라 하는지 모르겠군요.

  • 바닐라아이스크림 ()

      tube님// 모르셨나요?
    기득권에 이득될 때만 선진국 따라하고, 서민 위하고 국가발전 위하는데는 후진국 기준에 맞추는거.

  • Korn ()

      전혀 책임지지 못할 이상적인 이야기만 해 놓았네요.

  • 박군 ()

      2년간 제 이야기를 그대로 적은글입니다. 어쩌면 야근을 안한다는 것은 제 소신이고 제 신념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한번 더 생각 못 합니다. 물론 주말도 안쉬고 일했던 회사에도 근무했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격주휴무제로 바꾸도록 제가 주도하기도 했었습니다. 임원과 사장님을 설득하기 위해 회사에서 비중있는 직원 대부분을 제 편으로 만들었죠. 오너가 원하는 건 일정이 지켜지는 것이지. 그 이상 바라지도 않습니다.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면 일정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됩니다. 어떻게 그게 상수가 되냐고 의심한다면 아직 우물안 개구리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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