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의 대전제 -- 학생은 놀기를 더 좋아한다

글쓴이
포닥
등록일
2002-04-05 02:27
조회
5,0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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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
댓글
7건
가르친다는 것이 전문직입니다.
이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겁니다.

전문적인 가르침이란게 무엇을 얘기하는 것입니까?
"바보를 천재로 만들 수 있다?" 입니까?
"수재를 천재로 만들 수 있다?" 입니까?
"놀기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지식을 넘겨 줄 수 있다?" 입니까?

가르치는 전문가란 바로 세번째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모든 아이들, 젊은이들은 배우기를 싫어 합니다.
만고 불변의 진리이죠.
공부하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극소수입니다.

대학생이라고 다를리가 있습니까?
대학의 교수라고 하면, 머리가 큰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란 말입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공부하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서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것은,
가르치는 전문가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소위, 가르치는 전문가를 자처한다면, 놀기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지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가 가르치고 싶어서, 대학 교수가 되었다면,
자신이 얼마나 잘 가르치는 지,
어떻게 하면,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이나 연구소, 혹은 연구중심대학의 연구교수로 직업을 가져야 겠지요.

우리나라 대학교육 정상화에는 이런 기본적인 전제들을 점검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놀기를 더 좋아한다"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 소요유 ()

      사실 이게 고민인데, 제 느낌에 특히 연구나 학업에대한  문화가  국가마다  약간씩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호주는 철저한 엘리트 교육 체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초등학교 교육부터 이 것이 적용되는데  학교숙제가 꼬박꼬박 잘할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이 많고, 안하려고 하면 하나도 없이 그야말로 '탱자탱자' 하는 그런 교육입니다.  평가도 '잘한다는 말' 밖에는 없습니다.  즉 할놈만 잘 키우겠다 주의입니다. 그러니 할려고 하는 넘들에게는 많은 기회가 보장되고, 그만큼 어렵지만  열심히 잘합니다.  그런 넘들이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여 환갑진갑 다 지나도 여전히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 소요유 ()

      전 우리교육에서 다 끌고 가겠다는 방침에 대하여 회의적입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어쩔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대학이전에 학업을 포기하면 할일이 없어지게 되는  경우말입니다.  정치가들이나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다 대학생 만드는 것이 성공한 교육정책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아마 대학졸업자의 실업율이 50%에 육박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를 모두 가겠다고' 한다는 말이죠. 포닥님 말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엘리트 교육이라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겠습니다.  안할려고 하는 넘들은 잡아다 시켜야 하는 교육에서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겠습니다.

  • 포닥 ()

      흠... 전 평준화 교육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은 이미 입학자격을 심사한 곳이지요. 그런데, 입학을 허가해 놓고,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다는 것은, 학생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사람의 보편적인 정서에는 놀기를 더 좋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학생이 배움의 기회를 스스로 선택했다고, 당연히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안일한 생각입니다. 일단 받아 드렸다면, 최선을 다해 가르쳐야지요. 교수들이 스스로 공부했다고, 문화가 다른 어린 학생들이 자신들과 같은 문화로 공부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이가 없는 행동입니다. 저는 교육에 있어서, 교육자의 책임을 논하고 싶었습니다.

  • 소요유 ()

      앗 그렇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주장하던 건데 반대하는 것 처럼 됬네요.  제가 워낙 공부도 못하면서 공부하라는 소리를 싫어해서 스스로하자에 심정적으로 동감이 갔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교육의 문제는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주체가 문제가 크지요.  제 느낌에 좀심하게 말하면 교수들이 학부는 포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학원이라도 잘 이끌어 가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다행히 포닥님이나 저도 그렇지만 그래도  경쟁력 (전 빼고) 있는  연구자들을 길러내는 교수가 늘어나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좀 긍정적인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런 교수들이 힘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 포닥 ()

      경쟁력에는 저도 빼주십시오. 취직못해서 머나먼 곳에서 조상의 묘소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패륜아가 무슨 경쟁력입니까? 무슨 낯으로 조상들을 뵈올지 그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뿐입니다.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하니, 어찌 제 자식에게 효도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서, 어찌 학문을 논할 수 있는지, 스스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소요유 ()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아직 젊으시니까 기회가 있을 겁니다. 저 같이 앞으로 살날이 산날과 비슷한 사람도 외국에 포닥 비슷하게 나와서 공부한다고 쭈구리고 있거든요.  전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지키면 사는데 지장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취직은 역시 '운'이 맞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마음 잡고 다시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전 한참 어려울때면 어려움에 처했던 제 동기 여자가 제한테 한말을 항상 떠올립합니다.  자신은 자기가 '공부' 할 수 있는 여건이 어떤 형태로든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친구 지금은 가정주부로 '근무'하긴 하지만요.

  • 포닥 ()

      '운'이 맞아야 한다면 더욱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를 입으며 살아왔는데, 갚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생에 못갚으면, 다음생에 짐승으로 태어나서라도 갚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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