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믿는다.

글쓴이
비행접시
등록일
2007-09-19 00:15
조회
2,4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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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건
제 취미 중 하나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겁니다. 이야기하는걸 잘 들어보면서 나름대로 성향을 파악하고 무슨생각과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지를 살펴보죠.

그러면서 하나 느낀 게 있는데, 사람들은 사실을 믿는게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믿는거 같아요.

어떤 사실이나 증거를 보고 믿는게 아니라 자신의 믿음 자체를 믿죠. 그 믿음에 도전하는 어떤 증거가 나타나면 그걸 보고 생각을 수정하기보다는 그 증거 자체를 부정하려 합니다. 부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회피하거나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냄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유지하고 안심을 하게 되죠.

물론 그 생각이 자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냥 쉽게 생각을 바꾸긴 하는데 그것이 자신에게 중요한 무엇이라면 거기에 대한 저항이 커지더군요.

제 자신을 가만히 살펴 봤는데, 저도 마찬가지구요.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는 건 힘든 일인가 봅니다.

  • 돌아온백수 ()

      감수성이라고 하죠. 외부의 자극에 어느정도 반응하는지....
    감수성이 있어야, 외부의 자극에 의해 자신의 믿음에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감수성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지요.
    아무리 날이 잘 선 칼도, 자주 쓰면 무디어 집니다.
    칼을 자주 갈아야 합니다.

    칼을 가는 것이 개인에게는 영혼에 꾸준하게 양식을 주는 것입니다.
    독서나 영화감상, 예술 감상 등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해야 합니다.
    변화를 중단하면, 성장이 멈추는 것이 아니고,
    죽어 가는 것입니다.

  • 돌아온백수 ()

      흔히들 '보수적' 이라고 하면, 변화를 기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과 '보수'는 틀린 개념입니다.
    보수 (maintenance) 라는 것으로 해석해야하는데,
    끊임없이 낡은 것을 바꾸어 가고, 고쳐가야지 그 모습이 유지 되는 겁니다.

    흔히들 '개혁적' 이라고 해서, 변화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만을 고집하면,
    엄청난 낭비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교훈' 이 없는 '개혁'은 발전이 아닙니다.

    몇번의 개혁적인 변화로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벌어지는 이유가 그것이죠.

    결국 '보수' 든지 '진보/개혁' 이든지,
    감수성은 필수 입니다. 

  • SRH ()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지요.

  • 코코아 ()

      추천합니다.

  • 소요유 ()

      사건이나 사물에 있어서 사실 (팩트!)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여러사람이 그렇다고 느끼고, 그렇다고 여기는 것일까요?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일까요?  아니면 여러사람이 본 사건이나 사물의 모습을 합치면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모르겠습니다. 우리 시대의 특수한 상황인지 아니면  SRH님 말씀대로 나이가들어 갈수록 시야가 좁아져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게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어쩔수 없이 사물이나 사건을 받아들일 때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틀 내에서 해석하게될 것입니다. 이를 관념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이 관념을 뛰어넘어 사물이나 사건의 실체를 보는 것이 통찰력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사물이나 사건의 진실을 보는 문제가 개인적인 영역에 들어오면 관념의 문제, 인식의 문제 등등은 결국 통찰력과 직관의 문제로 가게됩니다. 사실 이렇게 직관과 통찰력의 문제로 가면 철학에서 종교적인 문제까지 가게 됩니다. 즉 선이니 노장이니에 도달하게 되어 초월적 인식문제가 되겠지요.

    그런데 이와같은 상황이 사회나 집단의 문제가 되면  뛰어난 한두사람의 통찰력에 의하여 사회가 추구하는 공통의 가치관으로 해석되게 될 것 같습니다.   

  • sonyi ()

      현실 속에서 팩트를 보고, 그것을 어떤 가치를 가지는 지식으로 가공하기까지는 많은 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에야 그저 신문이나 책은 거짓말을 안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절대 신봉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이 거짓말을 하나요.." 하면서 교사에게 대들었던 기억도 있구요..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 보면,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토론프로에서는 대치되는 주장들이 평행선을 달립니다.

    이러한 입장에 서게 되면.. 사람들은 그냥 있으면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이슈에 대해서 누구는 뭐라고 하고 누구는 뭐라고 하고.. 다양한 매체를 읽어보고, 그러고 심사숙고를 한 뒤에야 결론을 어느정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여유?가 주어지던가요? 당장 생계와 일에 급급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런 현실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언의 해결책이 바로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편, 우리당, 우리쪽이라는 의식을 어떤 가장 믿을 만한 매체와 단체에게 맡겨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당이나 단체의 주장을 많은 검토의 시간을 가지지 않고도 손쉽게 받아들이고, 그 단체의 패러다임과 가치관을 가지고 생각하려고 하게 되죠..

    어디 과학도 뭐 다른가요? 패러다임이론이란게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박사학위논문을 쓴다고 할 때 어디 선행연구들이 다 맞나 일일이 찾아보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그동안 쌓아놓은 것들을 믿는 "믿음" 하에서 그 다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이죠.

    "믿음"이 없다면.. 하다못해 우리는 지금 앉아있는 의자와 책상이라는 존재자체부터 의심을 가져야 합니다. 어차피 인식이라는 것에는 믿음의 측면이 있고, 학습된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인식하는 것이니까..

  • 프리라이터 ()

      인식된  것을 믿는 것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오래 살수록 알게됩니다.

    그래서 보고 듣고..느낄 수 있는 것을 믿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오감으로 느껴진 것이 진실인 줄 알지만, 전혀 그렇지 않는데..

    대표적으로 절단부위에 실제 고통이 느껴지는 환상통 같은 경우
    뇌에서는 절단 부위를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보니, (절단으로 센서가 없어도 라인이 살아) 실제 고통을 느끼지요..
    (제 주위에 교통사고로 무릎이하가 절단되신 분이 계신데,
    꼭 다리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합니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사회 생활에서 속고 속이는 일들이 다 이런 감각 의존적 신뢰때문에 발생하며,그래서 사기꾼이 사기 당한다고 하지요..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것만이 가장 (안전하게, 변함없이, 확실히,) 믿을 수 있으며, 그 정점에 종교가 있습니다..

  • dsl ()

      돌백님//
    보수할만한 시스템인지 아닌지 우선 살피는게 우선인듯 싶네요..

  • 지롱이 ()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브루스 핑크. ㄷㄷㄷ

  • 박상균 ()

      모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사람은 자신의 이론으로 세상을 보려한다". 당연하죠. 세상의 생각과 자신을 자연스럽게 분리시키는 것이 위대한 인간의 시작점입니다.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죠. ㅎㅎ 아무리 논리니 객관성이니 치장해봐야 그 인간의 퀄리티는 다 드러나는 법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의 방향성을 버릴 때 (잃는것이 아닌) 태평천하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 가난한백수 ()

      사실 사람들은 진리 보다는... 진리라고 믿는 신념을 더 믿지요.
    좋은쪽으로는 원동력, 나쁜쪽으로는 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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