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장면, 과학적 오류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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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TION
등록일
2004-07-1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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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 낸 이재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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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울의 한 극장안. 영화 <다이하드2>의 클라이막스 장면이 한창 스크린을 비추고 있었다.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는 악당이 탄 비행기가 연료를 흘리며 이륙하자 기름에 불을 붙였다. 불길이 순식간에 흐르는 기름 줄기를 타고 올라가 비행기를 공중폭발 시키는 순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던 수많은 관객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당시 대학 3학년이던 한 관객은 재미에는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처구니가 없어 쓴 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말이 되냐고. 여객기 연료인 등유는 저렇게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단말이야. 그리고 화염의 전파 속도는 초당 10m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저렇게 빨리 불길이 퍼질 수가 없다고.’ 영화니까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법도 한 그 장면에서 깐깐하게 과학적 오류를 찾아낸 그 학생은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던 이재진(31)씨였다. 그리고 4년 뒤인 98년, 이씨는 이날 <다이하드2>를 보며 느꼈던 영화의 과학적 오류에서 착안해 영화를 통해 과학을 가르쳐주는 과학 칼럼을 인터넷 패러디 신문 <딴지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칼럼 제목은 ‘폭로, 영화속 비과학적 구라!’, 필명은 ‘구라도리’였다. 이씨의 칼럼은 과학이란 어려워보이는 소재를 특유의 ‘구라발’로 영화와 잘 버무려 놓아 딴지일보의 인기 코너로 몇년 동안 장수했다.

딴지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이제는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강사로 자리잡은 이씨는 최근 당시 칼럼 가운데에서 중고등학교 과학교과와 연관된 과학상식을 다룬 것들을 추려 <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를 펴냈다. 특유의 입말 문체로 영화 속의 과학적 오류를 잘근잘근 해부해 청소년들이 쉽게 과학적 사고를 익히도록 돕는 책이다.

칼럼 당시의 재미는 책에서도 여전하다. 이씨가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순간 그럴듯해보이던 영화의 명장면들은 이내 오류를 드러내며 넌센스로 밝혀진다.

<타이타닉>에서 찬 바닷물속에서 숨진 주인공 디카프리오가 바닷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은 주검과 바다의 밀도차이를 무시한 영화적 허구일뿐이며,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거미인간이 내뿜는 두꺼운 거미줄이 굳으려면 거미가 내는 거미줄과 두께차이를 비교해볼 때 과학적으로는 7시간이 걸려야 한다는 것 등등이다. “가장 과학적일 것 같은 영화 <매트릭스>가 과학적으로는 가장 엉터리에요. 인간의 생체에너지로 컴퓨터가 운영된다는 등의 설정은 ‘열역학 제2법칙’같은 기본 전제를 완전히 넘어서는 것이거든요.” 이씨의 바램은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영화를 보듯이 이 책을 통해 과학도 한번 재미있게 접해보라는 것이다. 과학이란 공식이나 외워서 풀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명랑과학사회’가 이뤄져야 해요. 서로 거리가 먼 것 같은 ‘명랑’과 ’과학’이 서로 마주쳐야합니다. 재미없는 것일수록 재미있게 가르쳐야죠. 살아가는 데 흥미를 주지 않으면 모두 죽은 지식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와 참고서에 치인 청소년들이 제 책을 통해 과학에 대한 알레르기를 조금이나마 떨쳐버렸으면 합니다.” ­푸른숲/1만2000원.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 REVOLUTION ()

      살아있는 과학 교육..^^ 꿈일까요?

    제가 예전에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과학실험실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실제 행해지는 수업을 접하고 실망했던 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 REVOLUTION ()

      그런데 사실 저렇게 영화를 보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은데...ㅡㅡ;;

  • 김덕양 ()

      이 분도 학원강사 하시는 군요. 쩝.

  • offaxis ()

      저 양반이 저렇게 생기셨군요. 예전에 딴지일보 열심히 볼때 저 칼럼 재밌게 봤습니다. 딴지일보 특유의 어투가 재밌었지요.

    저도 항공과 나왔는데, 용어를 틀린 걸 쓰셨길래 메일도 보내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수업도 재밌게 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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