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드러난 美 신경제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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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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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월드]드러난 美 신경제 허상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2월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엔론을 “패거리 자본주의”로 질타하며 미국 경제의 투명성과 성장신화에 사망을 선고했다.


그의 말처럼 IMF와 월가 등 시장이라는 종교의 ‘근본주의자’들이 세계로 수출한 1등상품 미국 경제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


회계부정, 내부자 거래, 정경유착과 기업가 정신의 타락 등 지금 미국의 위기는 흡사 1997년 한국을 연상시킨다. 경제지표의 개선 조짐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충격보다 더 큰 폭으로 붕괴하고 있다. 환란에 직면해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강변하던 한국의 경제관료처럼 증시와 달러화 가치가 추락한 2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함을 강조했다.


제임스 루빈 전 재무장관은 ‘신경제’라는 말로 90년대 미국 경제의 활황을 주도한 신자유주의를 미화했다. 정보기술(IT)의 지속적인 기술혁신으로 끊임없는 생산성 향상과 불황과 인플레가 없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과잉투자에 따라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거품”이라고 폄하한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처럼 지금 신자유주의의 거울은 깨지고 있다. 80년대 2000선에서 2000년 12000까지 치솟은 10년간의 주식거품 속에서 기업윤리라는 탈규제의 전제조건은 주가 지상주의로 일그러졌다.


앤더슨 등 회계기업들과 메릴린치 등 금융기업들까지 합세해 그들만의 ‘부정의 성’을 쌓았다. 2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0년 선거기간 동안 부시는 앨 고어에 비해 6배나 많은 자금을 지금 추진중인 사회보장제 부분 민영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증권 투자’와 ‘잡금융’ 진영으로부터 끌어 모았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지난 16일 상원 청문회에서 “기업가들이 ‘전염병적인 탐욕’ 때문에 외형적 성장의 덫에 빠졌다”고 신경제의 허상을 시인했다.


냉철한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도 무너졌다. 정보통신에 대한 무차별적 투자는 대공황 직전처럼 공급과잉 현상을 낳았다. 시장의 자연적 조정이란 탐침은 컴퓨터처럼 기민한 것이 아닌 시행착오를 통해 조정하는 무딘 장치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실패의 직접적인 증거는 지금 미국사회의 모습이다. 신경제 기간동안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기업들이 해고의 자유를 얻으면서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인 중산층은 몰락했다. 유례없는 호황에도 96년 처음으로 1백만명을 넘어선 개인파산은 98년엔 무려 1백40만명에 달했다. 올 1·4분기에도 벌써 36만9천2백37명이 파산을 선언했다. “시장이 인간과 환경의 운명을 결정하는 유일한 잣대가 된다면 사회는 반드시 붕괴된다”는 헝가리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예언은 60여년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


〈김광호기자〉

  • 정문식 ()

      '이성'이 실종되고 '탐욕'만이 난무하는 사회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칼 폴라니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대표적 호교가로 알려진 슘페터도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1949년 발간)에서 '시장 만능 사회'는 '이성'에 의해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져... 어쩌면 현재 미국의 경제 위기는 더 큰 비극의 서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여... 사족입니다만, 만약 그런 '비극'을 통해서라도 '이성' 본위의 사회가 복원된다면, 이공인들도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기대를 걸어 본다면 너무 무리한 생각일까여?

  • 과학도 ()

      엔론 문제는 이성보다는 도덕률의 문제였죠. 삼성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봤는데 정리를 잘 했더군요. 똑똑한 사람들이 뽑아놓기는 했는데 그들이 "절제"가 없었습니다. 소로스의 철학이기도 한 포퍼의 반성성(reflexivity)가 없었던거죠. 원래 그냥 그런 굴뚝세대 기업이던 엔론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예측능력을 이용해 각종 권리를 사고파는 파생상품으로 신경제의 신데렐라였습니다.

  • 과학도 ()

      파생상품 분야는 추풍령님이 잘 아시지 않을까싶은데 엔론의 파생상품 개발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 전력수요,공급량 예측, 일기등까지 파생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의 개발자,운용자들이 현재시점에서의 손익을 자기 좋은쪽으로만 잡고 손실이 커지자 나중에는 상품 자체의 복잡성을 이용해 감춥니다. 신경제는 소소의 엘리트에게 부가 집중되는 면이 있는데 엔론의 경우 그런 면이 더 심했고요. 신경제가 일종의 상전이(수증기에서 물,물에서 얼음이 되듯)처럼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나 봅니다.

  • 추풍령 ()

      에.. 파생상품 잘 모르는데요. ㅡ.ㅡ 개인적으로 선물에 손을 댔다가 기냥 몇백 날린 경험도 있져. ㅡ_ㅡ 우리나라만큼 파생상품으로 돈벌기 어려운 나라도 별로 없습니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이 델타니 베가니 전문용어를 써가며 투자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그만큼 개인들이 똑똑합니다. 그리고 세계에서 홈트레이딩이 제일 발달한 나라다보니, 개인들도 시스템트레이딩(프로그램 짜서 컴퓨터 켜놓으면 알아서 사고파는거)을 합니다.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선 시스템트레이딩은 진짜 전문가나 하는거지 일반인들은 그런게 있는줄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처럼 무서운 나라 없습니다. ㅡ.ㅡ

  • 추풍령 ()

      그리고 엔론이란 회사, 말 그대로 패거리 자본주의의 상징이었죠. 워낙 못된 짓을 많이 하고 다녀서 다 알진 못합니다만, 본래는 평범한 발전회사였어요. 근데 자꾸만 단가가 낮아지니까 발전은 그만두고 서비스업으로 뛰어든거죠. 결국엔 증권거래소와 비슷한 식으로 에너지를 거래하는 관리회사가 됩니다. 이미 파생상품에 대한 이론적 바탕은 증권시장에서 다 개발되었으니 그걸 갖다 써먹은거죠.

  • 추풍령 ()

      파생상품이란 한마디로 spread(가격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게 세가지 - 시간의 변화에 따른 가격차, 지역간 가격차, 상품간 가격차입니다. 이 가격차를 어떻게 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먹을 수 있을까 연구하는게 바로 파생상품이죠. 선물거래를 해보신 분이 꽤 되실텐데, 간단히 말하면 내일 석유값이 오를것 같으면 오늘 사서 내일 팔고, 내일은 내릴것 같으면 오늘 팔고 내일 삽니다(재밌죠?). 전자의 경우 '선물매수' 후자는 '선물매도'가 되는거죠. 즉, 값이 오르든 내리든간에 추세만 잘 예측하면 돈 법니다. 그리고 여기에 은행돈을 차입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죠.

  • 추풍령 ()

      엔론은 이걸로 돈을 끌어모았죠. 과학도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기상과 전력공급량에 대한 과거 자료를 모조리 찾아서 분석하고, 인공위성으로 날씨를 꼬박꼬박 감시했죠. 그래서 에너지 공급업체들과 계약을 맺은 겁니다. '내년 몇월 몇일에 단가 얼마에 이만큼의 에너지를 우리에게 넘긴다' 이런 식으로요. 공급업체로선 확실한 일거리가 보장되니 좋고, 엔론으로서는 전력이 비싸질걸 예측하고 미리 계약했으니 좋은거죠. 근데 이런 식으론 큰돈은 못법니다. 전기값이란게 크게 오르고 내리는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은행돈을 빌려서 에너지를 능력 이상으로 마구 사재기한거죠. 자기자본의 3배를 빌려서 투자했다면, 당연히 이익도 3배가 늘어납니다. 근데 문제는 손실을 볼때도 3배가 된다는거죠. 이 짓을 하다 몇번 크게 손해보고 파산..

  • 추풍령 ()

      그리고 나중엔 돈도 없으면서 통신, 닷컴에다가 전력과는 관계없는 신종파생상품까지 마구 확장을 거듭합니다. 부채는 늘어나는데 확장은 계속 해야겠고, 그래서 앤더슨에 일년에 천억 넘게 돈을 줘가면서 입을 막고, 정부에 로비해서 입 막고, 주식 줘가면서 애교떨고 그렇게 버티다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죠. 이 와중에 회계 조작한 테크닉은 대우 뺨치는(ㅡ_ㅡ) 엄청난 수준이었습니다.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유령 자회사를 3천개 넘게 만들어서 분식결산을 하고, 앤더슨의 일부 회계사는 아예 엔론 직원으로 양다리를 걸쳤죠. 게다가 파산하기 직전에 CEO들은 자기 주식을 다 팔면서 주위 임원에겐 사라고 했다고 합니다. 사업내용을 CEO가 독점하면서 엄청난 연봉을 긁어갔던거죠. 음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지? ㅡ.ㅡ

  • 추풍령 ()

      어쨌든 사람들의 욕심이란.. 저 분식회계가 어느정도 수준이었냐하면, 본래 130조원 매출이라고 발표했는데 알고보니 파트너쉽 내부거래로 부풀려진거고 실제론 겨우 7조원이었어요. 이 계통에서 숭배하는(?) 분식의 교과서죠. ㅡ.ㅡ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엔론은 한국에도 진출했었습니다. SK와 합작한 SK엔론.. 대한도시가스와 부산도시가스가 SK엔론의 자회사였죠. 우리가 엔론과 그렇게 연루되어 있었답니다. 무섭죠? 흐흐흐 ㅡ.ㅡ

  • 백수 ()

      엔론과 앤더슨이 주는 교훈은 도덕성이지요. 이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봐야죠. 미국의 몰락의 징조라는 분석은 좀 이른 감이 있습니다. 미국은 과거에도 이러한 위기를 여러차례 겪어 왔습니다. 그때마다 잘 헤쳐나왔구요. 지금은 위기는 조금 복잡합니다. 단순히 거업 회계 투명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더 복잡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보안에 관한 투자가 경제성장률을 깍아 먹고, 엄격해진 보안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으로 봅니다. 잘 지켜봅시다. 우리가 오랫동안 겪어오던 문제를 미국이 이제 시험을 치르고 있는 셈이지요.

  • 김덕양 ()

      오늘 GE 가 스톡옵션을 회계장부에 기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별거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전문경영인들이 받아가는 스톡옵션량이 엄청나더군요. 이걸 기입할 시에 기업순익이 무진장 떨어지는 계산을 내놓은 걸 봤습니다. 뉴욕타임즈 웹사이트 가서 한번 구경하세요. 4-600% 감소되는 경우도 더러 있더군요. 기업의 감시자, 회계사들의 도덕성이 정말 중요할 때입니다. 건축회사 감시하는 감리회사가 중요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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