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라틴 아메리카와 한국/ 김수행

글쓴이
정문식
등록일
2002-08-0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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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와 한국/ 김수행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자립적 민족경제의 건설’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주장이 국민의 상당한 공감을 얻었다. 다만 그 방법을 둘러싸고 군부·경제관료와 진보적인 지식인·학생이 대립했다. 군부와 경제관료는 외자도입과 수출증진을 통해 경제개발을 추진해야 하며, 권위주의적 정권은 개발 초기에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데 반해, 진보적인 지식인과 학생은 그러한 개발방식은 대외종속과 정권의 매판성을 확대·심화시킨다고 비판하면서 라틴 아메리카를 전형적인 예로 들었다.

그 당시의 라틴 아메리카는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미국 자본이 지배하고 있었고, 라틴 아메리카의 정부는 미국 정부의 `뜻’에 맞추어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다. 걸핏하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음모한 쿠데타가 일어났고, 미국 자본이 주요한 자연자원의 개발이나 제조업·금융업·서비스업에 투자해 거대한 이윤을 얻었으며, 부유층과 빈민층은 분리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라틴 아메리카는 정치와 경제 모두를 미국 정부와 미국 자본이 지배하는 `신식민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속이론’이 형성되고, 후진국이 `자주와 자립’을 얻으려면 미국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쿠바혁명을 격찬한 것이다.

정치와 경제가 외국투자자에게 지배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라틴아메리카에서 배우는 것은 우리에게도 긴급한 과제가 되었다. 1989년에는 미국의 특공대가 파나마에 침공해 파나마의 실권자 노리에가 장군을 체포하고 그를 미국 법정에 세워 마약거래죄로 40년의 징역형을 내린 적이 있다. 며칠 전에는 미국 재무부장관이 중도좌파 후보가 브라질의 대통령이 되면 브라질에 경제적으로 원조할 수 없다는 뜻을 흘려 브라질의 환율과 주가에 큰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시카고출신 경제학자들이 설교한 개방과 자유화의 선두 주자인 라틴아메리카에서 외국투자자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현지정부의 정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세금은 적게 내고 규제는 거의 없고 노동자들은 마음대로 착취하고 있다. 경제를 지배하는 외국자본이 세금을 적게 낸다면 현지정부는 국채를 외국인에게 발행해야만 자금을 조달해 국민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 국채가 바로 외국에 대한 채무, 곧 외채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 챙기기에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관 자리를 잃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비싼 약을 처방하지 말도록 의사와 약사에게 약품종류별 최고가격을 통보하는 약가 `참조제도’가 미국계 제약회사의 판매를 대폭 감소시키기 때문에, 주한미국대사관, 미국무역부, 미국상무부, 다국적 제약회사 연합회 등등이 이 제도를 없애기 위해 거대한 로비활동을 폈다는 이야기다. 자기 나라에는 엄연히 있는 제도를 우리나라는 채택하지 못하게 하면서 이윤을 얻으려 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의사들이 비싼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하며, 그 대가로 해외여행을 무료로 다닌다는 이야기다. 의정부에서 일어난 여중생 압살사건의 경과를 보면, 한국에 주둔한 미군이 충분히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며칠 전 정부는 김포 등에 `경제특구’를 조성해 외국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곳에는 `세금도 없고 규제도 없으며 파업도 없고 투자의 위험도 없는 특수 지역’이 될 것으로 외국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라틴 아메리카 전역이 사실상 경제특구인데, 그 대륙은 왜 아직까지도 정치적·경제적 종속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곰곰 생각해야 할 때다. 발전소를 민영화한다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남동발전소를 회계부정의 전문가인 미국계 에너지기업에게 매각하지는 않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제발 청문회에 불려갈 일은 하지 말기를 거듭 당부한다.

김수행/ 서울대 교수·경제학


  • 임호랑 ()

      의사들이 고가약처방하는데에는 다국적 제약회사 로비뿐아니라, 의보재정 적자확대를 통해 정부의 의약분업정책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나라팔아서 자기 뱃속채우기식입니다. 이런 의사들의 행태를 보며, 의사들도 크게보면 이공계로서 어려운 전공공부나 하고 수련의생활(노가다)에 찌들다 보니 머리는 좋지만 사고능력이 낮아져 버리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 협회의 큰 임무중 하나가 '생각하는 이공인' '행동하는 이공인'이 되도록 후배회원들을 교육하는 것입니다. 의협보다는 변협이 이협(이공인협회)이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는 생각입니다.

  • 임호랑 ()

      근데 김교수 주장중 마지막 결론부분은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1)미국이 쿠데타를 일으킨다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를 막아낼 구체적 방법(자주국방,주한미군통제 등)제시 2)경제특구는 중국의 홍콩, 마카오, 미국주변의 버뮤다지역 처럼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봄 3)발전소 민영화 및 20%정도의 외자 참여는 유럽최고의 경제성장모델이 되고 있는 영국의 경우를 볼 때 우리경우에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음... 뭐든지 반대만 하면 지식인이 되는 80년대식 무책임 민주형 논법같아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입니다. 이제 지식인은 기회주의를 버리고 책임성있는 주장을 해야합니다. 무조건 정부나 관료를 비판하는 것은 이제 아무나 하는 일입니다. 인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혜안, 실사구시가 필요합니다

  • 과학도 ()

      여기선 이런 직접적 연관없는 정치성 글 보고싶지 않습니다. 자중하시죠.

  • 김운하 ()

      과학도 님의 말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한겨레 신문에 난 윗 글은 보지 않았는데 여기 올라온 글은 보았습니다. 적어도 scieng.net을 아는 사람이 올린 글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접적 연관이 없는 글들로 이곳이 도배되기는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과 인문학분야의 글들도 두루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요? 더구나 윗 글은 고차원적인 소위 과학/공학도가 머리아파하는 글은 아니잖습니까...

  • 과학도 ()

      저는 한겨레신문이 논조의 일관성을 중시하는 신문사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의 출범에 보였던 열광적인 지지와 지금의 비판은 서로 너무 모순됩니다. 그리고 미군의 쿠데타 운운이 최고수준의 지성들이 모여있다는 대학의 교수가 할 수준의 말입니까? 설령 이 문제는 넘어간다고는해도, 관료개인의 비리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노선을 생각없이 혼합해서 쓴 수준낮은 글 같습니다.우리나라 사회과학자의 낮은 수준을 드러내는 글이군요.

  • 과학도 ()

      이런 글 말고도, 가시화되고 있는 노골적인 반이공계 여론과 논리적으로 맞서고 우리의 상황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할 수준높은 글, 그러한 글을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글들이 더 시급합니다.

  • 배성원 ()

      글 부분부분에서 과격한 어구가 눈에 띄입니다만 국가 전반적으로 정신차려야 한다는 주제인거 같은데요? 글쓰신 분이 경제학자이다보니 라틴 아메리카의 비극이라면 비극인 '미국 종속'이 남의일 같지가 않아서..그러는거 아닐까요? 특정국가를 이정도로 지칭해서 '종속'을 이야기할 정도면 본인도 상당한 정치.경제적 위험을 감수하고 쓴걸 겁니다.

  • 정문식 ()

      이공계 문제의 시작은 어쩌면 이공계 밖의 방법으로 풀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치열한 고민과 논쟁이 있어야겠져... 제가 이공계와는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글을 올린 것은, 현재 이공인들이 직면한 참상 또한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사회경제적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것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져... 이 문제는 실험실에서 하듯이 열심히 '연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경제, 그리고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여? 물론 김수행 교수님의 견해가 100% 보편적인 견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인문사회학의 특성이 그러하듯이, 반론의 여지가 충분히 있져...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김 교수님의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넘어

  • 정문식 ()

      서, 보다 나은 상황을 모색하기 위한 논쟁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런 중에서 보다 좋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겠져... 적어도 이른바 '문돌이'들과 논쟁을 하려면 '문돌이' 이상으로 그들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올린 것은 한국 사회와 경제의 최근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읽을거리'를 제시했을 뿐,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기 위한 목적은 전혀 없으며 또 그럴 생각도 없다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 임호랑 ()

      올리신 분의 의도를 다들 이해하고 있을줄 압니다. 이런 글 많이 올려주세요. 꼭 문돌이와의 경쟁을 하기위해서라기 보다, 국가사회의 주역이 되려면 여러 사회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고민은 필수입니다. 이런 것 없이 이공계가 정당하게 사회의 주역으로 자리잡을길 없습니다. 좋은 생각거리입니다, 이런 글이....

  • 정문식 ()

      긍정적으로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김수행 교수님은 1970년대 중반에 영국 유학을 하면서, 영국의 사회민주주의 체제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 사회경제의 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 임호랑 ()

      뱀꼬리하나. 전 교수들 호칭에 님자 붙이고, 극존칭쓰는 것 반대하거든요? 대통령도 님자 안붙일 때가 많고 학회같은데서도 성명만 부르는데 교수(비록 은사라 해도)에 대한 공식성상의 호칭이 평어이여야 교수에 대한 거품을 빼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과학도 ()

      "이공계 문제의 시작은 어쩌면 이공계 밖의 방법으로 풀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는 말씀 동의합니다. 단지 제가 드리고싶은 말씀은.. 주관이 너무 뚜렷한 글은 좀 시각차도 클 수 있다는거죠. 인문사회쪽 주제에 관해 좀더 심도있는 글을 올려주실 수 있는분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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