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위기의 사립대학

글쓴이
정문식
등록일
2002-08-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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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뉴스데스크에 3회 연재된 기사입니다. 대학의 실정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공계(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는 물론 사회 발전은 요원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한국 교육과 학계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인지도 모르져...

 
[위기의 사립대학] 대학교 맞나?

앵커: 우리나라 대학의 80%는 사립입니다마는 그중 상당수가 대학이라고 부르기 뭐할 만큼 교육여건이 또 경영상태가 부실합니다. 뉴스데스크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 사립대학 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95년 대학 설립이 사실상 자율화된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신설 사립대학 의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고현승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96년 4년제 대학들로 인가를 받은 서울 개봉동의 한 신대학교. 바로 앞에는 경인선 복선철로가 깔려 있고 옆으로는 4차선 고속 국도가 지나가며 위는 이착륙하는 비행기 항로입니다. 수업시간에 2, 3분 간격으로 열차와 비행기의 굉음이 울리고 자동차 소음이 곁들여지는 셈입니다. 방음벽을 학교 입구부터 세워놨지만 군데군데가 떨어져나가 있고 기숙사 앞에는 아예 방음벽이 없습니다. 본관 지하 체육실. 탁구대 2대가 놓여 있지만 입구부터 물이 가득 고여 있습니다. 이 학교 조직도에는 4개의 부설 연구소가 설치돼 있는데 이중 3곳은 연구실 연구원도 없는 유령연구소입니다. 그나마 연구실이 있는 한 곳은 담당교수가 퇴직해 문을 닫았습니다. 이 학교의 지난해 자금내역서입니다. 단기 자금수입 27억여 원. 이 가운데 등록금 수입은 23억여 원으로 84%에 이릅니다. 반면 법인전입금은 1억원이 조금 넘습니다. 학교경영은 친인척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형은 재단이사장, 동생은 총장을 맡고 있고 기획실장 겸 교무처장과 대학원장은 총장의 매제들입니다. 현 총장의 친형인 전임 총장의 아들과 딸은 이 학교 교수였는데 강의는 하지 않고 2년여 동안 월급을 받아갔습니다.

기자: 그러나 이를 견제할 총학생회나 교수회는 없습니다. 지난해 학생들이 투표로 뽑은 총학생회 회장단 3명은 지난 3월 모두 제적처리됐습니다. 터뷰: 학생 총투표를 통해서 다시 생겼다가 3월에 총학생회의가 또 다 없어진 거죠.

기자: 모든 교수는 정관과는 달리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습니다. 지난 95년 건물만 있어도 대학을 세울 수 있다는 이른바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된 이후 새로 문을 연 학교는 모두 48개. 이 가운데 1곳은 이미 폐교됐고 학생모집 정지나 정원 감축조치를 받은 대학이 세 군데입니다. 대학설립이 사실상 자유화되면서 가서는 안 될 대학도 크게 늘어난 셈입니다.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고현승 기자]

[위기의 사립대학] 등록금받아 딴짓

앵커: 우리 사립대학 들의 재정을 들여다 보게 되면 재단에서 지원하는 돈은 아주 미미하고 거의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중심으로 운영이 됩니다. 그런데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 사립대학 들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까지도 교육비로 쓰지 않고 다른 데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현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설립한 지 50년이 넘은 서울의 한 여자대학교. 여름학기 수업이 한창인데 강의실에는 선풍기 하나 없습니다. 시청각 자료 열람석은 8석, 학생 6000여 명이 이용합니다. 학생활동의 보금자리인 학생회관은 이 학교에서 가장 낡은 건물입니다. 원래 강당이었던 건물 복도 칸막이를 쳐서 동아리방을 만들었습니다.

기자: 이 학교는 교수 1명당 학생 수가 46명으로 전임 교수가 크게 부족하고 도서구입비, 실험실습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평균에 못 미칩니다. 등록금이 학생 교육에 직접 투자되는 비율인 교육비 환원율은 55.7%로 전국 최하위입니다.

인터뷰: 사학재단들이 여건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기자: 교육비 환원율은 대학별로 차이가 매우 큽니다. 설립된 지 10년이 넘은 사립대학 103곳 가운데 포항공대는 1000%가 넘어 등록금의 10배 이상을, 한국기술교대는 4배 이상, 연세대, 한림대 등 10위권까지는 1.5배 이상을 학생 교육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한양대와 서강대가 각각 16, 17위로 지방대 중에는 영남대와 조선대가 24, 25위로 등록금 이상을 학생들에게 썼고 숙명여대와 홍익대 등은 80%를 겨우 넘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사립대학 의 절반 이상이 등록금만큼도 교육비로 쓰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일부 대학은 60%에 못 미치는 곳도 있습니다. 교육비 환원율이 100% 이하인 학교들은 등록금의 일부를 떼내 학교의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짓는 등 재단의 재산을 늘리는 데 쓰는 걸 의미합니다.

인터뷰: 재단전입금으로 지어야 할 건물들, 이런 거를 주로 학생 등록금 가지고 하는 게 문제죠.

기자: 더 큰 문제는 교육비 환원율 등 대학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정보를 학부모나 학생들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고현승 기자]
 
[위기의 사립대학] 학생은 뒷전

앵커: 사립대학 들, 특히 갑자기 등장해서 이름을 알리려는 대학일수록 학교 건물을 새로 짓는 등 몸집 불리기에 주력하게 됩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대부분 학생들이 낸 등록금, 그래서 정작 학생들을 위한 교육 여건은 뒷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현승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남의 한 사립대학 교. 설립 당시 네 동이던 건물이 15년 만에 18동으로 늘어났고 컴퓨터 등 일부 특성학과를 키우면서 몇몇 분야에서 우수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학교 학생회관, 유리창이 여기저기 깨져 있고 한 동아리방은 천장이 뜯겨진 채 방치돼 있습니다.

기자: 학교 구석에 있는 제2동아리관. 방마다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고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기자: 10년 전 설립된 경북의 한 종합대학교입니다. 캠퍼스 가장 높은 곳에 고급스럽게 지은 3층짜리 건물. 석재로 마감한 외벽에 옥색 기와지붕을 얹어 화려함을 더합니다.

기자: 학교 영빈관입니다. 실내도 외관 못지게 복도와 계단 모두 고급 목재로 꾸며놨습니다. 층마다 응접실도 있고 객실마다 욕조도 설치돼 있습니다.

기자: 영빈관 아래에 있는 총학생회관. 영빈관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인 벽돌집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학생들 동아리 건물은 아예 없습니다.

기자: 이 학교의 등록금 의존율은 91%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등록금 중 학생 교육을 위해 쓰는 비율, 즉 교육비 환원율역시 64%로 전국 최하위권입니다. 교수 1인당 학생수는 53명이나 됩니다. 그런데도 이 학교는 내년 봄 개교 예정으로 경남 김해에 분교를 짓고 있습니다.

기자: 사립대학 의 교수 1인당 평균 학생수는 34.2명으로 국립대학보다 20%나 많은데 이 중 45명이 넘는 학교가 21곳이나 됩니다. 상당수 사립대학 이 등록금으로 땅과 건물을 늘리는 사이 학생을 위한 교육 여건은 OECD 국가 중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고현승 기자]


  • 배성원 ()

      부모들도 마음 고쳐 먹고 이런 대학을 보내야 할것이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엄청난 등록금을 쏟아 붓고 내 자식이 과연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나를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지요. 돈 줘놓고는 알아서 공부하겠지 식은 이제 자기 자식 귀한 젊은 시간만 내다버리는 꼴입니다.

  • 임호랑 ()

      학부모도 정보가 없으니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힘들고, 또 이미 다니는 학교에 문제가 있어도 집행권한이 없으니 데모하는 수밖에는 없다. 학생이든 학부모든 결국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진국들처럼 교육이나 의료, 사회복지는 정부가 강력한 행정권한을 가지고 국민들의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게 선진국형이고, 골자는 학문은 철저히 대학 자율에 맡기되, 대학행정 및 회계처리, 대학평가는 철저히 정부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다. 물론 그 정부는 국민들의 여론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며, 종종 적절한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그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아무튼 대학개혁은 대학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학생의 교수평가와 학부모들의 대학선택권, 정부의 대학평가가 학교자체의 노력과 병행해야 한다.

  • 정문식 ()

      임호랑님의 의견에 200% 동감합니다. 그런데 영국은 17세기 이후로 시민혁명의 전통이 깊어서-비록 올리버 크롬웰의 공포 정치라는 부메랑에 맞기도 했지만- 임호랑님께서 누누이 지적하신 '국민(민중)을 위한 행정'이 이미 정착된 반면, 한국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인습과 비합리주의, 그리고 온갖 비리로 점철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선진국에서 성공했다는 경제, 사회, 교육 정책이 한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점이 이를 잘 웅변해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학 개혁을 위해서는 부패한 대학 재단들부터 척결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부 스스로가 온갖 인습과 우상, 허위의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비록 막연한 가정일지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1987년과 같은 '시민 혁명'이 다시 한 번 일어

  • 정문식 ()

      나야 하지 않나-1987년에는 '군부독재 타도'라는 정치적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가 자신의 권익 챙기기에는 민감하면서도, 예전처럼 공공선을 생각하는 의식은 없어져 버린 것 같아 안타깝네염...

  • 임호랑 ()

      아무리 비능률적이고 비리의 온상일지라도 정부와 관료를 무력화해서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최근 10년간 개혁이 부진한 이유는 지도층의 문제도 있지만, 과거 군사정권시절 '정부=타도대상'의 개념이 '정부=국민권력'으로 전환되지 못해서 생기는 개념적/사상적 혼란이 큰 이유라고 봅니다. 결국 '시민권력=이익집단 권력'으로 변질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권이 자발적인 이익집단이나 시민단체보다 무기력해질 수가 있단말입니까? 결국 '국민권력'은 실종되고, 무기력한 대다수 국민이 이익집단(법조, 의료, 교육, 경제, 관료 등)의 독재에 시달리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결국 국민들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힘이 막강해지고 국민들의 통제하에 있게 해야함다.

  • 정문식 ()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관료 자신이 도덕성을 가져야 하고, 제도적으로 관료들의 윤리 의식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시민 혁명을 통해서 민중의 힘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정부가 스스로 도덕성을 갖출 수 있는 반면, 한국은 1987년 이후로 '민주화'에는 성공했지만, 정부의 윤리 의식을 요구하기보다는, 몇몇 힘있는 집단에 의해 사리 추구의 도구로 악용되어 버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시민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아예 정치에 관심을 끄고, 개인의 향락에 빠져 버리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저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젊은층...) 민주주의는 공공

  • 정문식 ()

      선을 추구하는 시민들에 의해서 가꾸어지는 것이지, '정부'만을 민주화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기력한 정부'(예를 들어 '물 정권'으로 알려진 모 전직 대통령) '목소리 큰 이익 집단'만이 남을 경우, 남미와 같은 과두 정치가 등장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어쩌면 남미의 비극 또한, 이러한 고질적인 과두 정치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립대 문제 또한 부패한 교육 관료와 사학 재단이 야합하여 생긴 과두정과 자식의 대학 입시에만 급급할 뿐, 교육의 공공성을 고민하지 않는 무기력한 시민 의식이 낳은 희극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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