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한매일] 대덕밸리에 대한 '장광설'

글쓴이
정문식
등록일
2002-08-1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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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s를 검색하다가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았는데, 참 욕이 나오는군여...(7월 25일경 기사입니다.)
위의 <커버스토리>는 동아일보에 실렸고, 아래 <다시 일어서는 대덕밸리>는 대한매일에 실렸는데,
현재의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장밋빛 수사만 늘어놓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현재 이공계를 보는 언론의 시각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실망스럽습니다.
 
커버스토리/대덕밸리의 공부벌레들/대덕밸리의 ´자급자족 과외´ 
 《‘대덕밸리 키드’인 노진영군(15·대덕중3년)은 미국 변호사가 되고 싶어한다. 진영이는 얼마 전 이 꿈에 한 발 다가서는 작은 성공을 이뤄냈다. 민족사관고 국제계열에 합격한 것이다.
전국의 수재들이 선망하는 민사고 입시 합격 비결에 대해 진영이는 이렇게 말했다. “팀워크가 좋았어요.”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진영이는 이런 점에서 공부벌레로서 제 몫을 다했다.
가족들의 도움은 이런 진영이의 재능과 노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인 아버지 응원씨(51)는 영어로 수학 문제를 푸는 심층면접을 도왔다. 영어 에세이를 쓰는 논술 시험 준비는 사회학 강사인 어머니 서명성씨(47)가 거들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사과정 전기전자과 4학년인 형 현우씨(21)는 ‘노진영을 강력 추천합니다’라는 제목의 추천서를 썼다. 대덕과학고 2년만 마치고 KAIST에 조기 합격한 자신의 경력을 걸고 쓴 추천서였다. 진영이 가족이 경험한 작은 성공은 수재들이 모여 사는 대덕밸리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녀의 교육 문제를 남의 손에 맡겨두지 않고 부모 형제가 팔을 걷고 나서는 일은 대덕밸리의 일상이다.
서울에서 들려오는 입시 성공담들은 막대한 사교육비와 첨단을 걷는 교육 산업의 합작품인 경우가 많다. 진영이의 경우 소자본의 가내 수공업으로 빚어낸 명품이라고 해야 할까.》
진영이가 다니는 대전 유성구 가정동 대덕중학교는 대덕밸리라 불리는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다. 이 학교 학생 2명 중 1명의 아버지는 단지 안에 직장과 집을 갖고 있는 교수나 연구원이다. 전교생 815명 가운데 304명이 유학 중인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고 10명중 1명꼴로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
진영이는 전형적인 대덕밸리 키드다. 진영이네는 연구단지 서쪽에 있는 신성동 두레아파트에 산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아버지 노 교수는 큰아들 현우를 낳은 이듬해인 1982년 미국 인디애나대로 유학을 떠났다. 서울대에서 독문학 석사를 마친 어머니 서씨는 현우가 만 두돌이 지난 뒤 전공을 바꾸어 인디애나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박사학위 과정이 끝나갈 즈음 둘째 진영이를 낳았다. 진영이는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됐다. 88년 노 교수가 학위를 마치고 귀국할 때 어머니 서씨는 논문을 포기하고 8세인 현우와 생후 8개월된 진영이를 데리고 귀국, 89년 대덕 연구단지에 합류했다.
● 엄마 아빠가 모두 미국 석박사
대덕밸리는 여러모로 아이들을 키우기에 좋은 곳이다. 단지 내 사람들은 교육이나 소득 수준이 비슷해 동네가 안정적이다. 주변에는 번화한 상가가 발달돼 있지 않아 조용하다. 아버지들은 직업 특성상 밤늦도록 술자리를 전전하기보다는 집과 연구실을 오가며 산다. 직장도 집도 연구단지 안에 있어서 늦게까지 연구할 일이 있어도 저녁은 집에 들러 자녀들과 함께 먹는다. 어머니들도 교육 수준은 높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개 집을 지키고 있다. 유학시절 서구식 생활 방식과 검소함이 몸에 밴 어머니들은 빵을 직접 굽고 쇼핑보다는 책을 가까이 하고 산다.
진영이 형제도 방 4개 중 3개가 서재인 집에서 어머니가 굽는 빵냄새를 맡으며 책만 펼쳐들고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 서씨는 충남대 배재대 등에서 시간 강사를 했지만 두 아들이 필요로 할때는 늘 아이들 곁을 지켰다.
하지만 집 안팎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력이 높은 부모에게서 좋은 머리를 타고난 아이들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시험이 쉽게 나오면 한 문제만 틀려도 전교 등수가 80등까지 내려간다. 실력이 없어 시험을 망쳤다면 모르지만 한번의 실수로 등수가 뚝 떨어지는 것은 참기 어렵다.”(진영)
대덕밸리의 교육열이 서울보다 낮을 리 없다. 그러나 입시학원 등 사교육 인프라는 서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월급이 후하지 않아 원없이 과외를 시킬 형편도 못된다. 자연히 과외 학습의 가내 자급자족이 이뤄진다.
진영이 형제는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부모의 학습 지도를 받았다. ‘과외 교습’이 이뤄지는 곳은 어머니 서씨의 서재. 노 교수와 서씨는 지름 1.5m 크기의 원탁에 형제를 차례로 앉혀두고 공부를 도왔다.
● 학원등 사교육 인프라 서울 못미쳐
영어는 어머니 담당이었다. 대다수의 대덕밸리 아이들이 그러하듯 진영이 형제도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혜택을 누렸다. 현우는 유학 중인 부모를 따라 미국에서 유치원을 다녔다. 진영이는 중학교 2학년 2학기에 교환교수로 떠나는 아버지를 따라가 미국에서 4개월간 공립학교를 다녔다.
어머니 서씨는 성문 기본영어로 최소한의 문법 지식을 가르치고 영어책을 많이 읽도록 지도했다. 미국에서 가져온 책들과 서울 교보문고에 틈틈이 들러 사들인 페이퍼백이 교재였다. 진영이는 영어 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4개월간 새벽 2시까지 영어책과 씨름한 끝에 귀국 후 치른 토플 시험에서는 277점(PBT로 647점)을 받아 민사고 지원 자격(PBT 620점 이상)을 얻었다.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은 진영이는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을 탐독한다. 민사고 진학을 위해 에세이도 여러편 썼는데 엄마는 진영이가 써온 에세이를 검토하고는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려면 구체적 사례를 넣어야 해”라며 교정을 해줬다.
노 교수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수학 공부가 시작됐다. 우등생인 형제는 혼자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을 표시해두었다가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노 교수는 원탁 맞은편에 아들을 앉혀두고 화이트보드에 공식을 써가며 문제를 풀어주었다.
부모들의 교수법이 완벽한 것만은 아니었다.
성질이 급한 어머니는 아들이 엉뚱한 대답을 하면 원탁 위의 책들을 집어던졌다. 과외가 끝날 즈음엔 원탁 위에 쌓여있던 책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곤 했다. 아버지는 한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 하지만 형제의 표현을 빌리자면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 교수들의 특성” 때문에 간혹 눈높이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다.
“과학고와 민사고에 진학하려면 과학이나 수학 경시대회 수상 경력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출제 경향을 훤히 꿰고 있었다. 아버지의 강의는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현우)
이 때문에 진영이 형제는 경시대회를 앞두고는 인근 둔산 신도시에 있는 학원이나 KAIST학부생들에게 2,3개월간의 단기 과외를 받았다.
이 같은 자급자족식 과외 방식에 대해 진영이네 가족 구성원 모두 만족도가 높다.
우선 방과 후 학습이 집에서만 이뤄지니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없다.
현우는 “엄마는 훌륭한 조련사였다”고 했고 진영이는 “부모는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는 최고의 선생”이라는 표현을 썼다.
어머니 서씨는 “아이들 곁에서 공부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부모 자식간에 싸울 일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자녀와 갈등 관계에 있는 부모들의 공통점은 자녀를 잘 모르거나 과대평가한다는 점이다. 아이를 직접 지도해보니 아이가 잘하고 못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적성은 무엇인가를 파악하게 됐다. 아이를 잘 알게 되니 턱없는 기대를 하지 않게 돼 거리감을 줄일 수 있었다.”
한동안 진영이의 고교 입시에 매달렸던 가족들은 이제 작은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진영이는 민사고, 형은 KAIST 기숙사로 돌아간다. 몇 번이나 박사 논문을 쓰려다 포기하고 형제들의 곁을 지켜온 서씨도 올 가을엔 여성학 공부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대전〓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커버스토리/대덕밸리의 공부벌레들/대덕연구단지의 탄생과 성장 
 대덕 연구단지는 과학기술 관련 연구 및 관리인력 1만6000명과 그들의 가족 5만여명이 모여 사는 산학연(産學硏) 연구촌이다.
유성구 일대 840만평에 조성된 이 단지에는 2001년 12월 현재 정부 출연 연구소와 민간 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충남대, 벤처기업 40여개 등 모두 116개의 기관이 입주해 있다.
연구 인력 중 박사급은 4400여명, 석사급은 4900여명. 최근에는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들도 속속 입주해 연구단지 대신 대덕밸리라고도 부른다.
정부는 과학입국(科學立國)을 목표로 1973년 단지 건설 기본 계획을 세웠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다니며 직접 장소를 물색했다. 유성구로 편입되기 전 충남 대덕군이었던 지금의 단지 자리는 남한의 중간지점인데다가 산으로 둘러싸인 구릉지여서 유사시 군사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는 후문이다.
연구 단지는 크게 동과 서로 나뉘며 1978년 서쪽에 정부 출연 연구소들이 입주를 시작했고 민간 연구소들은 1985년부터 동쪽에 입주했다. 단지내에는 조합 아파트 형식으로 조성한 주거지역이 4곳 있으며 중부(도룡동) 남부(어은동) 신성(신성동) 동부(전민동) 주거지 순서로 준공됐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커버스토리/대덕밸리의 공부벌레들/대덕밸리 주변 곳곳에 미술관 공연장…예술 즐기는 과학자들 많아 
 대덕밸리에는 도룡동 등 17개 동에 6만6000여명이 산다. ‘깔끔하고 산뜻하다’는 것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의 첫 인상이다. 예쁜 연구소 건물들과 조형물이 즐비한 데다 녹지비율을 80%로 정해 둔 때문이다. 계룡산 국립공원이 배후에 자리한 영향도 크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고급인력을 끌어들이는 지역의 중요조건의 하나로 이런 자연 조건 외에 예술문화 인프라를 꼽았다. 대덕밸리의 문화 인프라는 거주민 수에 비춰 넉넉한 편이다.
대덕밸리 안팎으로는 차로 15분 거리 안에 다양한 예술문화 시설이 있다. 밸리 내에 엑스포아트홀, 가족용 영화 등을 상영하는 대덕과학문화센터, 클래식공연 등이 열리는 충남대 국제문화회관이 있다. 밸리 남쪽 갑천을 건너면 바로 대전시립미술관이다. 그 옆에는 대전 예술의 전당이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대덕밸리 내에 단란주점과 비디오방은 없다. 밸리 내 상업지역에 노래방이 서너군데 있을 뿐이다. 충남대와 한국과학기술원 사이 궁동의 호프집 거리가 유일한 주점가다. 특별법인 대덕연구단지 관리법이 있으며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가 새로운 건물의 입주 심의를 하는 영향이 크다. 이 같은 환경 때문인지 사람들의 여가 생활도 담백한 예술문화 취향이 강하다.
●공룡다리 밑의 간이 연주회
24일 오후 8시 미생물과 인공토양 실험 시설이 즐비한 바이오벤처 인바이오넷 사옥 1층 로비. 대덕밸리 곳곳에서 모여든 연구원 엔지니어들과 그 가족 100여명이 모여 네덜란드 출신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 미국 예일대 음대 교수 함신익씨를 둘러싸고 앉아 있다. 대전시향 지휘자이기도 한 함씨는 이튿날 충남대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릴 연주회에 관해 설명했다.
“내일 들려드릴 곡 중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에 대한 비난으로 5, 6년간 막막한 침체기를 보내다가 내놓은 곡입니다. 악장마다 강철과 순금이 안팎에 배어 있지요. ‘내 이제야 작곡가로서 찬란한 부분을 보여주겠노라’는 의지 같은 게 들어 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3악장을 들어보면 이런 각오가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이어 비스펠베이씨가 레퍼토리 중 한 대목을 들려주자 로비는 박수갈채로 가득하다. 세계적 첼리스트와 지휘자의 이같은 공연 ‘맛뵈기’는 전례가 드물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전시향의 연주회가 열리기 전이면 클래식음악 애호가인 과학기술자들과 함씨는 지질연구소의 공룡 다리 밑,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실험실 옆 등 대덕밸리 곳곳에서 만나 클래식 음악에 대해 묻고 답해왔다.
반도체 제조설비 관련업체인 블루코드 임채환 사장은 아침마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 습관이 있다. ‘색소폰 부는 의사회’에 나가 재즈 듣는 것도 즐긴다. 그는 지난해말 대덕밸리 사람들이 중심이 된 대전시향 후원회 ‘높은음자리표’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매번 연주회가 열릴 때마다 500여석을 차지한다. 임 사장은 “내년이면 후원회원들이 1000석 이상 객석을 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휘자 함씨 역시 “여러 아이디어들을 실험 삼아 내놓고 있다”며 “호응이 눈에 보여 1년 중 3개월은 미국에서 대전으로 건너와 산다”고 말했다.
●과학과 미술의 만남
대덕밸리 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현빈 박사는 금속공예를 전공한 부인 때문에 미술에 관심이 크다. 일본 오카야마에서 유학하던 때는 두 딸의 손을 잡고 미술관 들르는 일이 잦았다. 7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미디어 아트’전의 경우 심포지엄에 패널리스트로까지 참여했다.
한국과학기술원 배석형 박사는 동료들과 어울려 틈날 때마다 미술관을 찾는다. ‘미디어 아트’ 전에서 눈여겨 본 작품은 반짝이는 발광소자들을 캄캄한 전시실 벽과 천장에 촘촘히 꽂아놓은 오스트리아 작가 어빈 레들의 ‘매트릭스’.
3차원 형상을 컴퓨터 모니터상에 구현하는 연구를 하는 그는 “발광소자들이 어둠 속에 만들어낸 공간을 보면서 과학과 다른 예술 차원의 공간에 대한 느낌이 퍼뜩 다가왔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인 에이펙 송규섭 사장은 대덕밸리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의 계룡산 도예촌을 보름에 한번꼴로 찾는다. 직원 30여명과 함께 도자기를 만든 적도 있다. 그는 “실험 기자재와 회계 자료에 둘러싸여 살다가 초벌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면 초등학생이 된 것처럼 기쁜 마음이 된다”고 말했다.
지니텍 이경수 사장은 도예 취미를 비즈니스에 활용한다. 그는 “외국 바이어들과 함께 도예촌 내의 후소도예원을 찾곤 하는데 그때마다 일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젠포토닉스의 한선규, 베리텍의 한미숙 사장도 ‘도예파(派)’다. 일류기술의 남승엽, 인바이오넷의 구본탁 사장은 가족과 함께 도자기 만드는 일을 즐긴다.
●‘지식’을 넘어서는 예술적 상상력
한국원자력연구소 장인순 소장은 79년 박정희 대통령이 핵(核) 전공 과학자 유치 프로젝트에 따라 미국에서 스카우트해 온 이다. 그에게는 핵 이미지와 다른 낭만적인 데가 많다. 연구소 정문의 아름드리 고목 나무 둘레에 커다란 원형 벤치를 만든 것을 연구 업적 만큼이나 자랑으로 삼는다. 대구의 문인모임 ‘시(詩)사랑’회 고문이기도 한 그가 매년 사들이는 150여권의 책 가운데 절반은 시집이다. 장 소장은 “아이오와대 유학 시절 가끔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며 “그때마다 시를 읽는 것이 탈출구였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를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김용택 정호승이나 프로스트, 라즈니쉬 등 국내외 시인의 시들을 복사한 인쇄물을 주곤 한다. 그 맨 앞장에 장 소장 자신이 쓴 글은 이렇다. “지식은 제한됐으나 상상력은 우주를 품는다.”
그는 “과학은 자연의 섭리를 찾는 여정”이라며 “이같은 여정은 예술문화의 순수성과 상통한다”고 말했다. 대덕밸리의 예술문화 취향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대덕밸리 뉴스 사이트인 대덕넷(hellodd.com) 취재팀장 구남평씨는 “이곳 과학 기술자들은 담백, 소탈하다”며 “여가 역시 쾌락 문화로 시간을 탕진하기보다는 무언가 생각을 맑게 하는 것으로 보내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립미술관 박일호 관장은 “미술관은 대전시민 전체를 위한 것이지만 대덕밸리의 문화를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과학과 미술’을 테마로 한 기획전에 수만명이 다녀간 것은 이곳 과학기술자들의 여가 문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대덕밸리의 과학기술자들은 홀로그램 레이저 프로젝터 센서 등이 어우러진 이 미술관 특유의 기획전들을 통해 과학의 틀 바깥에서 생각의 전환을 맞아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덕밸리와 인접해 정부 대전 청사의 공무원 등이 살고 있는 둔산 신시가지가 두터운 중산층을 이루고 있는 점도 대전의 예술문화를 꽃피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전〓권기태기자 kkt@donga.com

[다시 일어서는 대덕밸리] (상)불밝힌 연구소 
 ***연구인력 복귀… 옛영광 재현 용틀임
지난 18일 한국과학기술원이 앞으로 첨단전략산업 창출의 전진기지가 될 나노기술(NT) 국가공동연구 시설인 ‘나노팹(Nano Fab)센터’를 유치함으로써 대덕연구단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과 뒤처진과학기술정책 등으로 한때 연구원들이 등지는 아픔을 겪은 대덕연구단지이지만 이번 유치를 계기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IT(정보기술)·BT(생명기술) 등 첨단 신기술(6T)의 대두와 벤처기업 붐,대덕밸리의 등장으로 변화의 용틀임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메카로 자리잡은 대덕연구단지의 과거와현재,그리고 미래의 나아갈 방향 등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시리즈는 상·중·하 3회에 걸쳐 게재된다.
◆다시 불 밝힌 대덕단지 연구소- ‘생명연장의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국내 바이오산업의 구심점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양규환)은 자생식물과 미생물 연구 및 경쟁력을 확보한 동물 복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여기에 국가 프런티어사업으로 전세계적 바이오붐을 타고 지난 99년부터 10년 장기 과제로 인간유전체기능연구를 추진중이다.사실상 한국형 게놈프로젝트로유전자의 세포내 기능을 밝히고 이를 활용해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위·간암 등의 진단 및 치료,신 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정부출연금 1330억원과기업부담금 440억원 등 1770억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양규환 원장은 “국내 바이오산업은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했지만 아직은 연구 기반이 취약하다.”면서 “생명연은 유전체/단백질체 분야와 융합생명공학 분야를 중점 연구테마로 정해 집중 육성하는 한편 바이오벤처에 대한산업화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통신·전자분야의 핵심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오길록)의 IT-KORE A를 향한 발걸음도 계속되고 있다.현원의 90%인 1772명이 석·박사인 국내 최대의 두뇌집단으로 현재 TDA,CDMA를 이을 ‘4세대이동통신기술’과 ‘차세대 능동형 네트워크 정보보호시스템’ 등 정보통신부 5대 대형 국책과제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에너지 전문기관으로 495명이 근무하고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손재익)은 대체에너지 개발 연구가 한창이다.특히 다음달에는 연간 80억∼130억원이 투자되는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기술개발’ 사업단이 구성된다.
항공우주연구원(원장 최동환)은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의 후속인 ‘아리랑 2호’ 연구와 함께 현재 타당성 조사를 마친 성층권 무인 비행선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인공위성보다 낮은 지상 40∼50㎞에서 보다 정확하게 지상을 관측할 수 있는 비행선 개발사업은 7년 장기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국제 소급성이 적용되는 측정표준을 확립,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은희준)은 온도·전자기 등 단위별 표준의 정밀도 제고 및 비파괴·인간공학 등 산업측정·평가기술 연구가 한창이다.여기에 길이그룹(그룹장 염태봉)이 지난 99년부터 오는 2004년까지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돼 수행하고 있는 NT분야 나노측정기 개발 등도 주요 사업이다.
이밖에 원자력연구원과 기계연구원 등 단지내 각 연구기관들도 기관 고유사업 및 국가 대형 프로젝트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대덕연구단지에 활기가 넘치는 날,한민족은 다시한번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다.”는 어느 과학자의 말은 현 대덕단지의 위상을축약하고 있다.내년이면 대덕단지 30주년을 맞는다.재도약의 기대를 부풀게 한 첫 삽은 지난 2000년 9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대덕연구단지와 과학산업단지,신탄진 3∼4공단,엑스포과학공원과 정부대전청사를 묶는 대전시의 ‘대덕밸리’ 선포식이다.그동안 축적된 대덕단지의 개발기술을 산업화로 연계한다는 취지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모델이다.현재 대덕밸리에는 800개 벤처기업(등록업체 500개)이 있고 이미 IT분야에서는 산·학·연이 연계돼 적지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덕단지의 여건도 나아지고 있다.19번째 출연연이 될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내년 말까지 이전할 계획이고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매장문화재 보관센터도 건립이 한창이다.이밖에 애경연구소가 지난해 개원했고 최근에는 코스닥 등록예정인 몇몇 벤처기업이 대덕밸리에 입주하는 등 연구인프라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올들어 연구원 창업이 10명 안팎에 불과하고 고급인력들의 유입이 활발해지는 등 연구 분위기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대덕단지에는 국가 연구인력의 10%인 1만여명이 상주해 있고 주변에 벤처기업과 대학이 인접해 있는 등 과학도시로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나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이 미약하다.”면서 “앞으로는 기존 기술개발 기능에 지식생산·보급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국가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과학기술 중심축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kdaily.com

■입주기관 116개…科技한국 첨병
대덕연구단지는 지난 73년 국토의 균형 개발 및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관련 연구·교육기관을 집중 배치·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조성됐다.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다.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국토의 중앙-서울기점 150㎞,부산기점 280㎞,광주기점 170㎞-에 위치해 있고 행정구역은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과 전민동 등 유성구 일원 17개 동을 포함하고 있다.
총 면적은 27.8㎢,약 840만평으로 교육·연구관련 시설이 47%(13.2㎢)를 차지하고 있고 녹지보존(11.8㎢)과 주거(2.4㎢),상업(0.4㎢) 구역으로 나눠져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입주기관은 116개로 지난 74년 이주한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구기관 18개와 민간연구소 27개 등 연구·교육·공공기관이 72개이고 44개는 벤처기업이다.
특히 지난 99년 12월 대덕연구단지관리법이 개정되고 지난해 5월 대덕연구단지개발 기본계획변경에 따라 벤처기업 입주가 가능하게 돼 창업 열기가 뜨겁다.
이를 반영하듯 기존 44개 외에 47개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며 창업보육센터(171개)와 시설지 외(外)업체(19개) 등을 포함하면 모두 281개 벤처기업이 연구단지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입주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IMF 이후 구조조정 등으로 감소했던 대덕연구단지 종사인력은 지난해 말 현재 1만 5899명으로 전년대비 986명이 증가하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 중 연구직은 70%인 1만 714명으로 2000년보다 640명이 증가했고,특히 박사급이 241명늘어난 4455명,석사급은 310명 증가한 4916명으로 고급두뇌의 유입이 활발하다.
박승기기자

[다시 일어서는 대덕밸리] (중)최첨단 산업 메카 부푼꿈 
 ■3200억 투입 세계 최고 나노팹 육성
지난 18일 첨단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나노종합팹센터 유치기관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선정됐다.대덕연구단지의 재도약을 이끌 첨병인 셈이다.
◆나노팹 추진계획- 오는 9월부터 2010년까지 3단계로 나눠 추진될 나노종합팹센터 조성에는 정부출연금 1180억원과 민간 부담 2017억원 등 총 3197억원이 투자되며 이중 1154억원이 장비설치에 소요된다.나노팹 규모는 1700평 부지에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3937평으로 △나노소자실 △나노소재실 △특성평가실 등 나노기술 연구실이 들어선다.
KAIST는 또 신속한 팹 구축 및 조기 서비스 제공을 위해 오는 9월 착공되는 나노SoC(System on Chip)센터에 입주,세계 최고의 팹으로 육성할 계획이다.나노SoC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시스템을 한개의 칩에 집적한 기술로서 팹과 연계돼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부적으론 △1단계(02∼04년) 팹 시설·장비구축 완료 △2단계(05∼07년)국내외 석학 유치,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및 교육훈련 실시 △3단계(08∼10년) 본격적인 장비 및 재료 개발 착수 등이다.
KAIST 이희철 교수(전자전산학과)는 “나노팹은 산·학·연과 위성랩(lab)을 구축해 보유 연구장비를 공동활용함으로써 중복투자를 줄이고 투자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다.”면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미국 코널대보다 시설이나 서비스면에서 우위에 있는 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기대효과- 나노팹센터 설치는 국내 과학기술 단일사업으로는 가장 큰 프로젝트이다.무엇보다 연구영역이 무궁무진하고 특히 기존 학문영역을 혁신하고 뒤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신기술·신산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나노기술 개발 효과 및 파장은 엄청나다.
생명공학연구원 양규환 원장은 “나노팹이 근거리에 설치됨에 따라 단백질칩·센서·약물전달기술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나노기술 연구가 국내에서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나노팹 유치에 따라 대전과 충청권은 첨단기술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도 커졌다.나노팹에는 고가 장비가 설치돼 있고 기술을 측정·평가할 수 있는 연구기관들이 대덕연구단지에 있어 결국 기업들이 편의 및 투자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 곳으로 이주하리란 전망이 우세해서다.
대전시와 충남도가 나노팹센터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전시는 대덕테크노밸리 내에 나노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아래 3만평의 부지 제공과 2010년까지 100억원 현금 출자 의사를 밝혔다.충남도 역시재원 투자와 함께 호서대 반도체 제조장비 국산화 연구센터를 첨단 나노장비 개발단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대전시 기업지원과 양승찬 사무관은 “나노산업단지가 조성되면 나노팹과 대덕단지 연구기관,산업계으로 짜여진 이상적인 나노네트워크가 구축될 것이다.”면서 “나노팹의 유치에 따른 고용 창출 및 관련 산업의 활성화로 1조원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 민간부문 투자유치가 문제다.나노팹 유치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관·업체 중 상당수는 장비 이용을 위한 소액 부담 의사만 밝히고 있다.때문에 막대한 사업비를 부담할 수 있는 대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그러나 대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재원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운영이 독립채산제로 바뀌는 2010년 이후도 부담이다.주 수입원이 각종 서비스에 따른 이용료로 자립화되더라도 원가 이상의 요금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KAIST 관계자는 “9월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지만 재원 마련을 제외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현재 비용부담 규모에 따라 제공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멤버십 시스템 등 다양한 투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한뒤 “근본적으로 나노팹은 국가 과학기술의 근간이고 서비스 성격이 강한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나노팹이란- 나노기술(NT)은 신기술(6T) 중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가장 적고 미래 과학기술 및 경제발전의 열쇠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나노(nano)란 10억분의 1을 가리키는 미세단위로 1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에 해당된다.이처럼 나노기술은 작은 원자세계를 다루는 초극 미세기술로 원자들의 결합·제어를 통해 새로운 물질이나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노팹은 나노기술 개발에 필요한 공용 장비를 갖추고 전자·생물·컴퓨터·유전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하게 될 국내 나노기술의 본산이다.KAIST는 나노관련 교수 80여명과 연구센터,창의연구단,국가지정연구실 등과 연계한 교육인프라를 구축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요람 역할까지도 맡게 된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kdaily.com

■홍창선 KAIST 원장/ 국내 산업경쟁력 도약 확신
“나노종합팹센터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만의 것이 아닙니다.우리나라의 나노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대덕연구단지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최근 나노기술(NT) 국가 공동연구시설인 나노팹센터 구축사업의 유치기관으로 선정된 KAIST의 홍창선(洪昌善) 원장은 “나노종합팹센터 컨소시엄이 유치한 나노팹을 성공적으로 운영,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면서 포부를 밝혔다.
◆나노팹을 유치한 소감은. 선정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KAIST와 대덕연구단지의 역량을 정당하게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나노팹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구체적인 시스템을 구축,세계 5위권의 나노팹으로 육성하겠다.
◆나노팹 유치의 의미는. 나노기술은 선진국에서도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는 핵심기술이다.특히 NT는 IT(정보기술),BT(생명기술)와 연계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나노팹의 설치는 선진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KAIST와 대덕연구단지의 연구기관간 교류확대 등을 통한 활성화도 기대된다.이를 통해 연구역량 증대,관련 기술을 이용한 기업 유치 등 지역경제는 물론 국내 산업 경쟁력을 한단계 높이는 효과까지 기대된다.
◆컨소시엄에는 어떤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나. KAIST 나노팹 컨소시엄에는 대전시와 충청남·북도,정부출연기관 12곳,대학 19곳,대기업 및 중소·벤처기업 160개 업체 등 20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각 참여기관의 성격과 역량에 따라 기반구축,연구참여,기술 실현 및 사업화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함혜리기자 lotus@kdaily.com


 [다시 일어서는 대덕밸리] (하)활성화 방안 
 ***국가의 인건비지원 70%로 높여야
“대덕연구단지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10년 이상 뒤처졌을 것이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관계자의 평가처럼 한국과학기술의 메카로서 대덕연구단지의 연구기관,이 가운데서도 18개 출연연이 그간 거둔 성과는 매우 크다.그러나 한국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막대한 지원 아래 한때 최고의 직장으로 부상했던 출연연이 연구원들의 사기 저하와 신분 불안정,경쟁력 저하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성과- 99년 항공우주연구원이 아리랑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위성시대를 열었고,원자력연구소는 한국형 경수로 ‘하나로’를 통해 남북협력의 기틀을 제공했다.원자력연구소는 또한 연구용 원자로를 이용해 세계 최초의 간암치료제인 ‘미리칸주’를 개발했다.
표준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박막 계면 분석기술을 개발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슈퍼미니컴퓨터,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 등 정보통신 기술개발에 성공,신산업 시장유발 효과를 창출했다.주요 7개 기술에서만 연구개발투자비의 220배가 넘는 168조 1776억원의 막대한 성과를 거뒀다.특히 96년 총 781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을 개발,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을 상용화하면서 지난해 4월 미 퀄컴사로부터 로열티 1억달러를 받아내며 과학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한국생명연구원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감염여부 진단을 정확하고 빠르게 측정할 수 있는 초정밀진단시약을 개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과학기술성취지수 5위(UNDP),지식기반국가 10위,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과학경쟁력 평가에서 10위에 오른 것은 출연연의 활발한 연구개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위기의 출연연- 출연연 중심의 과학기술정책이 이뤄진 것은 70년대로,정부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소)를 모델로 한 ‘특정연구기관육성법’을 제정하고 산업분야별 출연연을 설립했다.
과학기술부는 95년 프로젝트 중심의 연구원 편성과 예산집행,팀 구성을 통한 연구개발을 수행함으로써 출연연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목적에서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Project Base System)를 도입했다.또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며 연구원들의 정년을 61세로 단축하고,연봉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는 연구원들의 고용 불안 및 연구활동에 대한 불확신,사기저하를 초래했다.마음놓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는커녕 연구원들의 분위기를 침체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로 지난해 모 출연연의 연구비 내역을 보면 총 143개 과제 469억원 중정부출연금에 의한 기본사업 및 일반사업은 17개 224억원에 불과했다.반면 특정연구개발사업(44개 112억원)과 수탁연구개발사업(82개 133억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현재 출연연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인건비는 평균 34%에 불과하다.이에 따라 각 연구원들은 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특정연구개발사업에서 30%,산업체 등의 위탁연구과제를 통해 36%의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다.결국 연구원들은 인건비를 벌기 위해 연구를 하고,직접 세일즈까지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이는 연구기관이나 연구원들의 고유 분야에 대한 역량을 분산시킴으로써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연구원들의 사기 저하는 때마침 벤처 붐과 이어져 집단 이직사태를 낳았다.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가 97∼99년 3년간의 종사원 이직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구직의 경우 1만 2504명의 9.1%인 1139명(박사급 439명,석사 384명,학사 316명)이 직장을 떠났다.
출연연 출신 한 대학교수는 “70∼80년대 연구원들은 책임과 자긍심은 물론 경제적인 보상도 받았지만 최근에는 사기저하와 신분불안정,상대적 빈곤감을 느낀다고 한다.”면서 “탁상행정으로 이뤄지는 과학기술정책 아래서 제대로 된 연구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출연연 활성화대책-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5월 ‘출연연 활성화 및 사기진작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연구기관으로서 생존을 위한 최소 연구비·인건비 부족에 따른 외부 수탁부담 가중과 복지수준 악화 등에 따른 사기저하를 인정,출연연을 대학·기업 부설연구기관과 함께 국가혁신체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것이다.
이어 지난달 22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와 출연연 활성화를 위해 출연연 연합대학원 설립과 연구원 연금혜택,정년보장 연구원제도입 등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이번 조치는 그동안 경영혁신 및 전문·특성화 노력으로 경영효율 및 연구성과의 질적 우수성이 향상된 만큼 과학기술자가 사회적으로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늦으나마 이같은 조치들이 발표된 것을 다행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라면서 “국가가 인건비를 최소 70% 정도를 지원해 연구기관이 고유의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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