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技術士가 설 땅이 없다.. 박성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글쓴이
고영회
등록일
2002-08-16 11:46
조회
5,048회
추천
0건
댓글
16건
[시론] 技術士가 설 땅이 없다..
朴聖炫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게재일: 2002-08-15  한국경제신문

"기술사제도"는 1963년 국가경제개발 5개년 사업의 일환으로 기술사법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탄생된 제도다.
이 제도는 정규 이공계 4년제 대학졸업 후 7년의 실무경험을 갖추거나,기사자격을 획득한 뒤 4년이 경과하면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는데,그런 응시자의 약 9% 정도만 시험의 문을 통과하여 자격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기술사 수는 기계제작,선박설계,품질관리 등 97개 기술자격 종목에서 총 2만5천7백16명이다.

기술사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응용능력을 갖고 연구 설계 분석 조사 등에 관한 기술자문과 기술지도를 하는 기술계 최고봉이다.
지난 4월18일 발표한 제66회 시험의 경우,합격자가 응시자의 3% 미만인 종목도 5개나 된다.
사법시험 8%,행정고시 8% 등 다른 자격임용시험의 합격률과 비교할 때 기술사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자격을 획득한 기술사들은 그들 역량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해 낙담하고 있다. 기술사 중 실업자도 상당수 있으며,취업을 해도 박봉에 허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자의 "꽃"인 기술사로서의 자존심은 찾을 길 없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초라한 모습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첫째, 기술사의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제도가 미흡하다. 법에 명시된 기술사 우대조항의 실천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기술자격법 제10조와 기술사법 제5조에 "정부는 기술자격취득자를 우대하고 기술사 활용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기술사의 67%를 차지하는 건설업 관련 분야는 기술사 없이도 건설업 등록을 할 수 있게 완화했다. 건설업 면허요건에 토목공사업,건축공사업,토목건축공사업 등 건설업 등록을 위한 기술기준에도 기술사 없이 중급기술자만 보유하면 되게 되어 있다. 예전엔 반드시 기술사가 있어야 등록이 가능했던 것을 기업의 압력으로 완화시킨 것이다. 기술사 한 명 없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은 기술을 무시하는 행위로,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참변을 예방할 아무런 조치가 안돼 있다는 증거다.

둘째, 국가 자격제도를 무색케 하는 인정기술사(認定技術士)의 양산이다. 정부는 95년 건설경기 활황으로 인해 건설기술자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인력수급상의 불균형이 초래되고,WTO 시장 개방에 따른 해외기술자의 국내 건설분야 활용을 위해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정했다. 이 법에서 기술사 외에 박사 3년, 석사 9년, 학사학위 취득 12년 이상이 경과하거나 실무경력 15년과 18년 이상인 전문대와 고졸자에게 기술사와 동등한 특급기술자로 인정해 기술사에 버금가는 "인정기술사"로 대우를 하도록 명시했다. 학력 경력만을 갖고 정식 기술사와 동등하게 인정해주는 그런 제도는 명백히 모순이다. 법대를 졸업하고 12년이 경과했다고 해서 변호사로 인정해 주는 법이 가능한가? 95년 이후 "인정기술사"숫자는 6만4천여명으로 정식 기술사의 3배에 육박한다. 건축 전기 등 관련 분야 경력서류 몇 장이면 기술사나 다름없는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는 잘못이다. 고졸자가 18년 이상 병원에서 일했다고 의사 자격증을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셋째, 기술사의 선발, 활용과 관리를 담당하는 정부 부서가 여러 곳에 나누어져 있다는 점이다. 기술사 선발은 노동부의 산업인력공단에서, 활용은 관련 정부 부처에서, 관리는 과학기술부가 하고 있다. 이렇게 분산된 기술사 관련 정책은 어떤 부서도 결정적인 책임을 피해 나갈 수 있으므로 혼돈과 무질서가 반복되고 있다.

기술사는 기술자의 장인(匠人)으로 기술계의 최고자격이다. 이런 기술사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면 우수한 청소년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한가지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술자들의 미래인 기술사의 모습을 이렇게 초라하게 만들어 놓고 어떻게 청소년들에게 기술자의 길을 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기술경쟁력이 뒤진다면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선진국의 반열에 낄 수 있을 것인가?

  • 박상욱 ()

      와. 자연과학자인 박성현학장이 기술사에 대해 이토록 관심이 많은지 미처 몰랐습니다. 자세한 자료까지...

  • 김기범 ()

      정말 대단한 글인데요..감동받았습니다. 하나하나 맥을 집어가면서 근거를 들어 기술사 제도의 미비점을 비판하셨네요.

  • 임호랑 ()

      전반적으로 공감하지만, 사법시험 8%, 행정고시 8%라는 것은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입니다. 통상 1,2차 통산 경쟁률이 100:1 전후인 것으로 통계에는 나오는데... 기술사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사시, 행시보다 훨씬 어려운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술사가 꼭 필요한 직위(일자리)를 사회적으로 잘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이를 정부나 회사 등의 기술관료나 기술관리자들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공계가 다수의 과학기술 전문가만으로는 안되고, 선진외국의 경우처럼 5%의 과학기술 관리자(manager)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금 한국에 가장 시급한 것이 이 이공계 관리자이지, 기술사, 연구원, 교수 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겠지만....

  • 시카고 ()

      저도 기술사 자격을 땄습니다만, 실제로 그 자격증은 소용이 없습니다. 회사에서 기껏 수당 몇 만원 더 챙기는것 뿐입니다. 한국은 기술 및 노하우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가 아닙니다. 5000원짜리 점심 한끼면 남이 수 년간을 갈고 닦은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입니다.

  • 박상욱 ()

      우리도 박성현학장님께 자료를 드리고 그대로 신문에 기고해달라고 부탁해볼까요.

  • 고영회 ()

      박성현 학장님은 품질관리기술사 시험출제 위원을 역임하는 등 기술사문제에 식견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기술사관련 자료를 제공해 드렸지만 시론은 순수하게 박 학장님의 글입니다. 박상욱님의 '자료를 드리고 그대로..'란 표현은 아끼는 게 좋겠읍니다.

  • 박상욱 ()

      그대로 라는 표현은 글을 써드렸다는 의미로 쓴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 표현이 경솔했다면 죄송합니다. 그쪽 모임 까페에 제가 자주 구경가서 글도 많이 읽었는데 같은 내용이라 그렇게 말한 것이고, 박성현 학장님이 기술사문제만큼 과학자문제에도 식견과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입니다. 이공계 기피현상 관련해서 매우 원론적인 글 외엔 기고도, 활동도 없으니 섭섭하더군요.(서울공대 이장무, 한민구 학장은 열심히 뛰던데...)

  • 박상욱 ()

      기술사모임이 아무래도 동질성이 강한 전문가집단이고, 경제력과 활동성이 뒷받침되니 범이공인보다 오프라인활동쪽이 강하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기술사의 구체적 권익보호를 목표로(진입장벽 강화, 다른 '사'들과 비교등) 한다는 점에선 개인적으로 선뜻 모임에 가입해서 활동하기 주저되는 면이 있습니다.

  • 고영회 ()

      기술자, 아니 이공인들의 약점 중 하나가 자기 몫(?)을 자기가 챙기지 못하고 남이 챙겨주길 기다린다는 점일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꿈꾸며 활동하고 대상인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의 위상을 망가뜨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문자격사들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공계 분야는 자기의 미래상이 무너져도 조용합니다. 기술사도 그렇습니다. 기술사 업역이란 가장 기본적인 활동범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사모임의 목표는 기본 위상 정립입니다. 기술분야의 최고 자격인 기술사의 기본 위상을 세워야 한다는데 왜 거부감을 가지는 지 이해하기 어렵군요.

  • 고영회 ()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자존심을 살리며 살아갈 수 있는 이공인의 상이 많아 질수록 이공계 기피현상은 자연스레 해소되어 가겠지요. 이곳 과학기술인연합의 궁극적인 목표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생각입니다.

  • 임호랑 ()

      기술사가 제 위상을 못 갖는 것, 분명 이공계 미래상 중 하나가 또 타격을 받는 것입니다. 기술사를 고졸자들도 현장경력만 있으면 갖게 한 점 등은 의사나 변호사의 전문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분명 형평성과 일관성, 전문성 면에서 잘못 된 정책이라고 봅니다. 과학기술인 연합의 한 주요 집단으로 기술사의 위상정립에 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공인들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관심을 가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다른 문제와 별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 고영회 ()

      그렇습니다. 어쩌면 가장 기본인 과학기술자의 자리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여론형성력, 정책반영 능력 등을 고려해 보면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 교수들이 적극 나서면 실현이 빨라 질텐데 실제 교수분들은 별 관심이 없더군요. 의대, 한의대, 법대 교수들의 자기 제자들 진출분야에 대한 관심에 비하면...

  • 박상욱 ()

      제 사견이지만 기술사는 기술분야의 최고장인으로서 학력에 의해 기술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졸자들도' 당연히 합당한 기술과 능력을 지녔고 그것을 인정받는 단계를 밟아왔다면 기술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관련 대학 졸업생에게 거의 자동적으로 기사자격을 인정하는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름때 한번 묻혀보지 않고, 공구리 한번 안쳐보고 기사를 딸 순 없게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기능사, 기사, 기술사등은 말그대로 학력, 학벌등을 떠나 기술로 평가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평가도 절대평가로 이루어져서 좋은 기술자로 인정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독일이나 일본처럼)기술자를 우대하는 풍토가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 임호랑 ()

      전 조금 다른 의견... 현재 기능인, 기술인은 코스가 구분됩니다. 기능사2급-기능사1급-기능장(기능대학), 기사2급(전문대)-기사1급(학사)-기술사(석사급).. 기능장이 기능인의 베테랑이라면, 기술사는 기술인의 베테랑으로서 일정 수준의 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력과 자격증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는데, 변호사의 경우 고졸학력이면 사시응시자격은 되지만 시험은 엄격합니다. 지금 기술사의 문제는 기술사 시험을 굳이 치르지 않더라도 현장근무 경력만 있으면 동등한 자격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데 있습니다. 즉, 응시자격을 주는 문제와 자격증을 주는 문제와의 차이에 해당됩니다. 전 기능사2급, 기사1급, 석박사를 모두 해봤는데, 박사는 자격증이 아니고, 기술사가 이공계의 유일한 자격증인 만큼

  • 임호랑 ()

      기술인 최고의 위상으로서 관리를 해주어야 의사나 변호사 처럼 전문가로서 우리 사회에 정착을 할 수있다고 봅니다, 전 기술사는 아니지만. 차제에 사시처럼, 기술고시를 없애고 기술사 시험과 통합하여 과학기술 시험(기초과학 전공자도 응시가능)에 합격한 자(매년 500-1000명 선발) 중에서 매년 300명 정도는 5급 사무관으로 진출하게 하고, 나머지는 기술사 자격만 주어, 변호사나 의사처럼 자영업이나 회사 취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지금 기술고시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기초과학 전공자(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들이 공직에 진출할 기회가 공학계열에 비해 너무 적다는 것도 있습니다. 사실 공학과는 다른 감각으로 행정고시 출신과 유사한 기획업무를 잘 할 수 있는 학문적 토양인데....

  • 고영회 ()

      좋은 제안입니다. 현재 사법시험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하여 원하는 사람은 공무원임용, 나머지는 기술사 현업에서 활동... 배타적 업역없이는 불가능하므로 역시 업역설정이 문제가 됩니다.

목록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441 카이스트-포항공대 '과학두뇌' 맞대결 댓글 3 tatsache 08-26 4256 2
440 [펌글] 과학신문 유지영기자님께서 벌써 하나 쓰셨네요. 댓글 24 배성원 08-26 4221 1
439 제보 부탁드립니다! -과학신문- 댓글 3 유지영 08-23 3871 0
438 벌써 회원수가............... 댓글 3 안정현 08-23 3407 1
437 [펌] 커피를 자꾸 마시고 싶은 이유 댓글 4 박현정 08-22 4661 2
436 [연합] 병무청 '병역특례 돈거래' 의혹 조사 댓글 1 fall 08-22 4055 0
435 [연합] 97개 국가 핵심기술지도 작성 ; 다들 참여를.. 김덕양 08-21 3388 1
434 [연합] 재미교포 교수가 모국 고교생에 보낸 조언 댓글 9 박상욱 08-20 4784 4
433 이공계 기피 화두는 의도적인 음모인가? 댓글 17 고영회 08-18 4716 3
432 [동아/대한매일] 대덕밸리에 대한 '장광설' 정문식 08-18 5638 3
431 [디지털타임스] "청소년 이공계 전공및 진로엑스포" 현장 댓글 2 박상욱 08-17 3951 0
430 [단상] "무식은 자랑이 아니다!" 댓글 8 최성우 08-17 4976 0
429 [세계일보] 科技부처서 기술직 '푸대접' 댓글 4 박상욱 08-17 3902 1
428 [한겨레]교육개혁 비웃듯 입시학원 급팽창 댓글 3 정문식 08-17 4402 0
427 T-50 비행 훈련기 내구성 시험 수행 댓글 15 로켓연구가 08-16 4904 0
426 [국민일보] “과학―기술 뿌리가 흔들린다” 정부 이공계 정책 논란 댓글 3 sysop 08-16 3798 4
425 여긴 이공계 엑스포 ^^ 댓글 4 추풍령 08-16 3544 1
424 답변좀해주세요 댓글 1 엄재식 08-16 3823 0
423 [매경춘추] 이공계 기피현상 댓글 3 박상욱 08-16 3548 1
열람중 [한경][시론] 技術士가 설 땅이 없다.. 박성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댓글 16 고영회 08-16 5049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