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게시판] 교육에 대한 경험담

글쓴이
정문식
등록일
2002-09-19 19:13
조회
2,866회
추천
1건
댓글
3건
임호랑님께서 운영하시는 '영국 테마 기행기'에서 퍼온 글입니다.

>40을 바라보는 한국인 아줌마로서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극성스런 교육열에 가장들의 허리가 휘청거리는 현실이 안타까워 좀 끄적거려 봅니다.

저는 군소도시의 실업계 고등학교을 졸업하고 평범하지 않게 주경야독으로 서울소재 대학을 다녔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혹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내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여타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느낀점은 소위 인문계 학교에서 새벽녘까지 공부했다는 인텔리들이 'common sense' 가 부족하고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漢字마저 어림짐작으로나마 제대로 독음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적지않이 놀랐답니다.
현재 같이 살고 있는 남편마저 호놀롤루가 미국 하와이에 있다는 사실을 직장에 들어와 알았다면서 저보러 어떻게 그리 잘아냐고 놀라더군요.
도대체 뭘 공부한건지 지리 공부를 그렇게 안하고도 학력고사 점수는 어찌 많이 받았는지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아들이라고 과외까지 시켜 경제학과에들어간 제 남동생마저 전공책을 들고와서 어렵지 않은 한자를 몰라 물어보더군요. 암기킬러 라는 별명이 무색했을 거예요.

우리나라 교육이 기반없이 올라가는 빌딩같은 생각이 드는건 최근에도 마찬가집니다.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되는 퀴즈프로에서 현재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렇게 뼈빠지게 사교육비 들여서 공부시킨 자식들의 실력인가 의아하고 ...그래서 가만 생각해 보면 저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학급문고나 친구집에서 읽은 책들이 지금과 같은 지식의 양식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고전도 좋고 역사책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의 소산물들이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남보다 늦은 대학공부도 덜 힘들게 할 수 있었고 또 상업계 고등학교에서 배운 회계나 경제원리가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 같은 경우도 발음이 문제고 회화가 문제이지 차라리 영어작문은 문법에 맞추어 더 잘 쓰는 경향이 있지요.중학교 영어가 문법위주라고 비판이 많지만 원리만 터득하면 오히려 원어민이 교양있는 영어를 구사한다고 칭찬(?-입에 발린 소릴수도 있겠죠)해 줍니다.

결론인즉은 공부를 재미있게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독서를 꾸준히 하면 대학입시때 알게 모르게 피가 되고 살이되어 많은 도움을 주므로 자녀들에게 공부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보다는 많은 양의 독서를 통해 상식의 세계를 넓혀 주고 또 그러다 보면 국어책이 재미있어지고 국사가 흥미로워지며 세계 여러나라가 궁금하여서 지리책을 읽지 않으면 안되게 될 것입니다.

사교육비 말짱 도루묵이에요. 차라리 책 한권을 더 읽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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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써 주셨군여... 특히 마지막 말은 모든 학부모들이 숙지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고전이나 철학, 역사책이 어려워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서점에 가면 만화 등으로 재미있게 풀어 쓴 책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외면하고 몇 백만 원씩 아무 쓸모 없는 돈을 처바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 임호랑 ()

      음냐~ 요즘 그쪽 칼럼운영하랴 이곳에 들르랴 정신이 없습니다. 우리 학교교육이 얼마나 사회생활하는데 쓸모가 없는가에 대해 지적한 것은 공감을 합니다. 교과서든 학교 교육내용이든, 교대교수나 현직교사들만 하지 말고, 사회생활을 10-30년한 각 직업종사자들과 함께 쓰고 감리도 해야한다고 봅니다. 아마 학교때 배운게 얼마나 효용성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받게 되면 난리가 날걸요? 근데, 영국같은 경우에 교과서가 참 과학적이고 실용적이게 씌여 있더군요. 그게 타 직업종사자들과 같이 교과서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만, 너무 교육열로만 문제를 좁혀 본 것은 유감입니다. 선진국 어디에나 있는 문제인데... 그게 촛점이 아니고, 대학입학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학 및 사회생활을 통해 꾸준히 노력해야 성공하게 바꿔야됨니당

  • 소요유 ()

      동감입니다. 어제 제 아내와 저녁을 먹다가 방글라데시가 어디있는 나라인지 몰랐다는 큰 딸아이 (초등 5학년)을 보며  근석이 너무 책을 안읽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즈음 나이에 우리 친구들은 아프리카의 구석에 있는 나라 수도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이 '한국아줌마' 말 중에 공감가는 것이  '재미있게 공부하게 하자'는 말 입니다.

  • 정문식 ()

      두 분의 말에 적극 동감합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교과서를 통해서 앎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는 것만큼 좋은 교육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아쉬운 점이 많이 있긴 하지만 7차 교육과정은 그러한 목표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전에도 누차 이야기했지만 한국 교육이 골병을 앓고 있는 것은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사회경제적 구조의 잘못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교육개혁'이 교육개혁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성이 통하고 누구나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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