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4월 5일 울진원전 사고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글쓴이
천칠이
등록일
2002-09-25 23:4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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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명재님 자료를 보고 저도 관련자료를 봤습니다. 제가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2차측 냉각수가 누출된 것은 아니더군요. 1차측 냉각수가 흘러 나온 것이 맞고 이 정도의 사고는 꽤 드문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세관이 양단 파단되어서 일어난 사고라면 더욱 놀라운 사고라 할 수 있죠.

근데 원자로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덩어리는 아닙니다. 사실 이 사고 하나만 가지고도 관련된 강의는 엄청나게 양이 많고 전공인 저도 일일이 자세히 알기는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래도 들어본 풍월을 좀 간단히나마 읊어 보겠습니다.

우선 1차 냉각수의 누출에 대해서 보자면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가진 자료에는 2차측(증기발생기쪽) 압력 경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므로 외부로의 유출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원자로 사고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방사능을 띤 물질이 외부-발전소 차폐 건물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다중방호개념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1. 핵연료봉, 2.1차냉각계통, 3.2차 냉각계통, 4. 차폐건물.) 이번 사고는 2에서 3으로 물이 샌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핵연료봉에 바로 닿아있는 1차 냉각수라고 해서 엄청난 방사능을 띄고 있거나 하진 않습니다. 냉각재에 부분적으로 부식되거나 녹아나온 물질이 방사능을 띄는 경우가 있는데 핵연료봉이 깨져서 그 안의 연료가 새어나오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극미량입니다. 물이 조사화되거나 하지도 않죠. 에너지 레벨이 다르고 핵구조가 단순한데 방사능을 흡수해서 여기된 상태로 있을 수가 없죠.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물이 다량 새어나와서 노심을 제대로 냉각시키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TMI 사고가 바로 이러한 경우로서 이른바 Loss Of Coolant Accident(줄여서 보통 LOCA, 로카라고 하죠)라고 아주 크게 다루는 사고입니다. 냉각수가 유출되고 중성자 감속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엄청난 양의 핵반응에 의해 노심이 용융되는 것을 가정하는 사고인데 이 경우 핵연료를 담고 있는 압력용기가 녹으면서 방사능 물질이 압력경계 바깥으로 새어나갈 경우 그야말로 심각한 사고가 됩니다. (TMI 사고도 여기까지 가진 않았습니다. 이런 사고는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하나의 시나리오입니다.)
 
유출된 45t의 냉각수에 얼마만한 방사능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군요. 보통의 경우 매우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2차측에서 검출이 되면 경보를 울리게 되어 있습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이죠. 아마도 방사능 경보가 울렸다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구요.

그 국감을 지켜본 제 친구 말을 들어보니 실제 이슈는 역시나 방사능 누출보다는 세관양단파단이 TMI와 같은 사고로 이어지면 어쩔 뻔 했냐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한수원은 운전정지 중이었기 때문에 발견이 어려웠던 것이지 정상운전 중이었으면 검출 가능한 사고라고 하고, 감사하는 쪽은 정상 운전 시 그런 사고가 있었으면 TMI와 같이 주민이 대피하는 큰 사고로 이어졌을 텐데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했다네요.

제 생각엔 사고 자체에 대해서는 한수원의 입장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운전정지 중에 일어났기 때문에 어차피 TMI와 같은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며, 정상운전 중이었다면 자동적으로 사고방지 시스템이 동작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왜 이 사실이 제대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냐 하는 것인데요, 그건 의견이 분분합니다. 뭔가 꼬리한 데가 있는 것 같긴 한데, 글쎄요...

과학기술정책 게시판에서 댓글로 지적된 바가 있듯이 이 사건이 정부와 국민 사이의 과학기술정책 시뢰성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면 좀더 파 보겠습니다. (지금은 다른 일이 많이 밀려서 좀 신경쓰기가.... -_-)

다른 운영진 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군요.

  • 박병훈 ()

      울진이어서 관심이 많이 갑니다만.. 제가 울진 5,6호기 건설현장에 있는 관계로.. 여기 지방 뉴스나 지방 신문에서도 다루기는 하지만 크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정도로 중요하진(?) 않다고 보이네요.. 4월5일에 근무 했습니다만, 무슨일 있는 분위기는 아니였습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갑자기 이걸 다루는지 궁금하네요..쩝..

  • 배성원 ()

      한수원의 입장도 운전정지..(이때 약 2%의 출력, 보통 전출력이 1000MWatt Thermal이니까 한 20M 정도 될겁니다) 였으므로 운전중 사고로 치기엔 좀 과다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운전정지중엔 중성자 흡수를 위한 control rod(조절봉)을 최하단까지 삽입해 놓는 상태이고 이때에도 1차 냉각수는 미량씩 잔열제거를 위해 순환합니다. 주순환계통이 아니라 다른 보조열제거 루프를 돌지요. 이것을 mid loop operation이라고 합니다. 세관 파단은 현재로선 애초의 표면결함이 유동부식(corrosion)에 의해 취약해 있다가 열적 스트레스에 갑작스럽게 파단된걸로 보입니다. 45톤의 냉각수는 방청,제염을 거치고 오염도 검사를 거쳐 매우매우 경미한 수준으로 판명났는데요. 문제는 역시 한수원측의

  • 배성원 ()

      은폐의혹 이겠지요. 시기상의 난점도 있고요(월드컵). 이런 사건 볼때마다 참 한심스럽습니다. 사건 축소를 지시한 한수원 경영층의 마인드..그것은 아직까지 이 사회를 지배하는 전근대성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도 곧바로 알려주고 보도하는 자세를 보이고 그에따른 홍보도 죽 해왔다면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이해가 지금처럼 열악하진 않았을 겁니다. 저희 연구소에서 그런 사고원인 분석을 업무로 하는 팀에서는 역시 운전원 팩터를 중시하는 쪽으로 제어나 경보시스템의 개념이 옮아 가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설이나 경보시스템투자보다 훌륭한 운전원 한명기르는데 더 투자해야 한다는 거지요....

  • 인과응보 ()

      1년에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전쟁으로인한 사망자수에 필적한다고 하지만, 아무도 -거의 아무도 - 자동차를 당장 없애자고 하지는 않습니다. 자동차가 위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자동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원전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복잡한 기술적인 내용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원전사고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않다고 보는데 있읍니다.  어쩌면  인간이 이해하기엔 원전이 너무 큰 시스템이 아닐까요? 그리고 6-sigma 밖에서 일어날수 있는 사고들이 너무 큰 대형사고이구요. 그래서 원전을 담당하는 기술자들도 원전의 문제가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은폐사고가 발생하는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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