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경쟁' 과 '학벌사회'

글쓴이
korn
등록일
2004-05-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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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란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해 온 이래 각 생명체의 생존과 종족 지속을 위한 필연적 속성으로 자리잡아 왔다고 봅니다. 특히 인간에게 있어서 경쟁은 자연과 사회와 사람에 대응하며 생존 뿐만이 아니라 존재환경 및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유익한 내적동기로 작용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자연적'이고 '광역적'이던 그러한 '경쟁'이 인간이 비로서 사회적 존재틀 안에 갇혀 운신하게 됨으로서, 특히 국가주의적 획일화(집중화)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생존형 운신으로 대처하게 될 때, 여기에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상대평가의 구체적 적시와 가치선동에 의해 결국 '경쟁'의 본질은 점차 왜곡되어 가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서 사회적 존재틀 안에서의 운신이란 인간이 직접생산자 위치에서 점차 타자의 잉여를 쉽게 취할 수 있는 지위로의 이동을 위한 '경쟁'(또다른 노동으로서의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주의적 획일화-집중화란 국가권력이 주도하는 법과 제도의 틀만이 아니라 나아가 문화와 사상에서까지 다양성이 말살되고 개인의 생존과 행불행의 진로가 그 안에서 결정되는 사회내 생존전략을 말하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로서 주체사상 및 선군정치 하에서 북한의 전 인민이 '경쟁'적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을 울부짖듯 추종하는 현상을 들수 있겠습니다. (미디어에 의한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한국에서의 '학벌' '학벌문제'도 따지고 보면 국가주의적 요소로 출발한 사회내 권력이 오직 대학(학벌)서열별 지분 할당식으로 독점 획일화되고 집중됨으로써 가치편중이 필연이 된 결과라고 봅니다. 서울대가 지나치게 권력을 독점하며 정점을 차지하고 있고 그 나머지 지분도 나눠먹기식으로 서열화되어 있기에 '경쟁'은 필수적으로 '학벌사회체제' 방식의 '경쟁'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미디어들이 앞다퉈 벌이는 '상대평가' 와 '학력(학벌)'에 대한 가치선동이 교묘히 맞물려 체제는 굳건히 지켜지게 됩니다.

이제 '경쟁'의 자연성과 광역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평준화'의 역사적 모델이자 '경쟁'의 축을 가진 프랑스의 그랑제꼴이 국가가 나서서 분야별로 소수의 지식엘리트들을 양성시키고자 하는 제도라면 무시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왜냐면 '소수'라는 것과 '어떤 분야'라는 다양한 측면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경쟁'의 자연성과 광역성 의미에는 '다양성'과 그 분야 내에서의 '무한경쟁'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가치독점과 권력독점과 집중화 그리고 획일화만을 배제합니다.

그러한 '경쟁' 은 고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모두가 다 대학을 가야만 하는 그래야 사람취급을 받는 사회 그리고 가능하면 최고의 '학벌'을 따야만 하고, 전공 구분 없이 너도나도 '고시'에 도전해 매달려 보거나 의대나 한의대에 가겠다고 재수 삼수를 하는 사회, 그렇게 한 두 군대만 바라보며 울부짖는 정글같은 '무한수렴경쟁'과는 분명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가 되겠다고, 최고의 과학농법을 연구하겠다고, 가장 아름다운 간호사가 되겠다고, 가장 멋진 모델이 되겠다고, 최상의 디자이너가 되어보겠다고, 가장 훌륭한 경찰상을 그려보고, 억만장자가 되어보겠다고, 대대로 이름을 남기는 존경받는 교사상을 꿈꾸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철학자, 스포츠맨, 가공사, 이미용사, 기술자, 문학가, 영화배우, ,,가 되고자 하는 그러한 분야별 '무한자율경쟁'은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분야별로 성공한 사람들이 삶의 가치를 분점하고 경제적 지위도 보장된다면 이미 '학벌'이 없는 사회인 것입니다.

따라서, 학벌없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을 '경쟁'의 원리나 본질적인 긍정성마저 무시하는 획일적 평등주의자들이라고 매도하거나, 엘리트 교육(그 부분도 사회적 요구로서의 다양한 분야중 하나로 인식한다면)을 외면하는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단견입니다. 아울러 국가는 본래의 제 역할을 회복하는 모습으로서 교육의 공공성을 책임져야 하며 국가권력과 사회가치 배분에 있어서 민주성과 다양성을 확대해 나간다면 서울대가 국립이든 사립이든 상관없이 학벌권력은 점차 해체되고 바람직한 '경쟁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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