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학이 무상 평준화된 독일을 찾아서

글쓴이
korn
등록일
2004-05-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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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학벌없는사회 학생모임 신문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모든 대학이 무상 평준화된 독일을 찾아서

초-중등교육이 전문적, 체계적으로 나눠져 있어...

독일은 한국보다 의무교육기간이 길다. 만 6세에 초등교육기관인 그룬트슐레에 입학하여 중등교육과정이 끝나는 만 18세까지 12년간 의무교육이 실시된다. 보통 4년 과정으로 이루어진 그룬트슐레에서 1학년은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지 않으며, 처음 2년은 성적에 따른 순위를 정하지 않고 사회성, 창위성 발달상황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만 한다. 4년간 어린이를 지켜 본 담임교사가 부모에게 진로를 추천하는데, 그룬트슐레를 마친 대다수 학생들은 이를 참고하여 적성에 따라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 김나지움이라는 3대 중등교육기관이나 현재 몇몇 연방주에만 있는 게잠트슐레로 진학한다. 진학률을 살펴보면 하우프트슐레는 26%, 레알슐레는 약 21%, 김나지움은 약 31%, 게잠트슐레는 약 17%정도가 된다. 이들 각 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서로 간에 어느 정도 편입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중등교육은 대체로 두 단계로 나누어 실시되는데, 하우프트슐레와 레알슐레가 1단계이며, 김나지움과 게잠트슐레는 5에서 10학년까지가 1단계에 해당한다. 하우프트슐레를 졸업한 대다수 학생들은 2단계 중등교육기관인 직업학교나 직업전문학교, 전문고등학교로 진학하여 기능공이나 수공업자가 되는 교육 및 훈련을 받는다. 레알슐레는 경제와 행정 분야에서 중급에 해당하는 직책을 갖도록 준비시키는 학교로서, 6년 과정의 학업을 마치면 전문고등학교로 진학하든지 혹은 김나지움의 상급단계로 편입하게 된다. 2단계 중등교육기관인 이러한 직업교육기관들에서는 산학협동체제에 따라 이론과 실습이 겸비된 2원체제를 이루고 있고, 실습기간에는 실습수당을 받는다. 이들 학교에서는 기술과 직업에 직결되는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역사, 독일어, 영어 등 일반교양 강좌를 많이 마련하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할 후 경험을 쌓고 전문학교에 진학하여 기술전문가 인증인 마이스터(Meister)가 되는 시험을 치를 수도 있고, 전문대학이나 종합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 길도 열려있다.

자신이 원하는 과, 대학에 자유롭게 진학 가능

김나지움에 진학한 학생들은 졸업시험인 ‘아비투어’성적에 따라 대학진학 자격을 얻게 된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다. 10학년 말에는 전문고등학교로 편입할 수 있는 자격증이 수여되며, 아비투어를 취득한 후에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게잠트슐레는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 김나지움을 통합한 학교로, 기존의 교육제도가 학생들로 하여금 지나치게 일찍 진로를 경정하게 한다는 인식하에 1970년대 초 사민당 집권과 함께 신설된 학교 형태이다.


독일에서는 한국처럼 전국적으로 치르는 수능시험이나 대학별 입학시험이 없다. 내신성적과 아비투어 성적을 종합한 결과에 따라 대학진학자격이 주어진다. 아비투어 시험은 기본과목 2개, 선택과목 2개 등 모두 4과목으로 되어있고, 이들 중 한 과목은 구두시험만으로 치르게 되며, 출제 및 채점은 일선학교 교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시험문제는 주어진 자료나 텍스트를 분석하고 논술하는 것으로 보통 답안지가 A4용지로 약 16장에 달해 시험시간도 과목당 최소 3, 4시간 이상이다.

독일의 대학은 한국의 대학과 완전히 대비를 이루는데, 종교단체에서 설립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주립대학이며 평준화되어 있다. 진학자격이 주어지면, 성적에 따라 독일 내 자신이 원하는 어떤 대학, 학과든지 진학할 수 있다. 다만 입학정원제를 실시하여, 의학과 같은 지원자가 많은 학과의 경우 대학정원분배 중앙본부에 지원하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입학 후 학생들은 자신의 학문적인 관심에 따라 이 대학 저 대학 옮겨 다니면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의 대학은 학제가 엄격하고 까다로워 졸업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정평이 나있다.

학문의 가치를 중요시 하는 독일의 대학

이러한 독일의 교육체제는 무상으로 실시되고 있어서 경제력이 부족한 계층을 소외시키지 않으며, 김나지움에 진학하지 못한 이들이 다시 김나지움에 들어갈 수 있는 여러 길을 열어놓고 있고, 대학입학자격이 미달인 경우에도 무상 보충 교육제도를 통해 다시 기회를 부여하는 등 자기계발 여하에 따른 기회의 균등을 가능한 한 보장하고 있다. 즉, 효율성보다는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의 가치를 중시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학생을 인적자원으로 보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한국의 교육제도와는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또한 한국과 달리 대학간 서열이 없으므로, 졸업장에 따른 특권이나 지대부여가 없다. 이러한 가운데, 마인쯔 대학은 철학에 있어서 칸트 연구에 중점을 두며, 브레멘 대학은 경제학에 있어서 보다 폭넓은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등, 학파나 학풍의 다양성은 유지하고 있다. 교육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독일의 교육체제, 서로 간에 권력의 지대싸움이 없는 평준화된 대학과 그 속에서의 학문적 치열함과 다양성 등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훈 (학벌없는사회 학생모임 배움터 일꾼) kafca@hanmail.net

  • Simon ()

      요즘 Friedrich Pauwel이라는 독일인이 쓴 책을 읽고 있는데...

    독일은 엄청난 나라입니다. 감히 우리로서는 아직 "비교" 조차 하기 힘들만큼, 적어도 과학기술에 있어서는 엄청난 수준과 역량을 쌓은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독일...입니다. 우리도 독일 처럼 힘있는 나라, 또 잘 사는 나라, 나아가 통일된 나라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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