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이공계 자리와 몫 ; 홍성욱 교수 기고문

글쓴이
김덕양
등록일
2004-05-28 01:07
조회
4,7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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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건
이미 우리연합에서 여러번 토의된 내용입니다만, 과학기술보좌관의 자리가 서열상 제일 말석인 줄은 처음 알았군요. 쯔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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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세상보기] 이공계 자리와 몫
 
[중앙일보 2004-05-27 21:19]
 
[중앙일보 홍성욱] 며칠 전에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의 좌석 배치도가 언론에 공개되었다.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자리에 비서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이 앉고, 그 다음이 정책실장과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 언론은 차관급 중 상석을 차지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을 "과연 왕수석"이라고 집중 보도했다. 반면에 과학기술보좌관은 가장 말석인 열네번째 서열이었다. 이것이 당연한가?

세상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지식기반 사회로 바뀌면서 정부 각 부처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은 급증한다. 기초과학과 기술혁신 지원, 첨단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가 훨씬 더 중요해진 것은 더 거론할 필요가 없다. 과거에는 우편과 전화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체신부가 무선전신과 인터넷의 전도사인 정보통신부로 바뀐 것도 변화를 상징하며, 농림부와 해양수산부.건설교통부의 업무에서도 과학기술을 빼고 나면 일을 할 수가 없다.

국방부는 어떤가. 첨단 기술병기의 개발과 보유가 국방부의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금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크고 또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다.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의 업무도 과학기술과 뗄 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공계를 포함한 대학의 교육과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다.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행정자치부가 관여한 원전센터의 문제 등 과학기술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갈등도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영화와 게임, 컴퓨터 아트에서 보듯이 과학기술과 문화와의 접점도 급속히 늘어간다. 이제 정부의 절반이 과학기술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3급 공무원 중에 이공계 출신은 20%남짓하다. 그것도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줄어들어 1급에서는 9%대에 머문다. 지금 17대 국회의원의 8.6%만이 이공계 출신이다. 청와대 수석, 보좌관 중에 이공계 출신은 과학기술보좌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으며, 그나마 한명 있는 과학기술보좌관도 서열이 '꼴찌'다. 대통령직속 자문위원회 중에 이공계 출신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궁금해 교육혁신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찾아갔는데, 23명의 위원과 13명의 자문위원 중 과학기술과 관련이 있는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통령은 국가혁신체계(NIS)를 직접 챙기겠다는데, 기술혁신과 과학적 창의성의 토양인 교육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에 변호사는 있을망정 과학자나 엔지니어는 볼 수 없다.

이런 불균형이 잘 드러나는 또 다른 조직이 언론, 즉 신문과 방송이다. 정부 조직의 절반가량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우리의 삶이 과학기술 없이는 하루도 지탱할 수 없지만, 이공계 출신 기자나 PD는 아마 10%를 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이들 대부분은 과기부에 소속돼 있다. 유능한 이공계 학생일지라도 일간지 기자나 방송국 PD가 되기 위한 관문인 자칭 '언론고시'의 관문을 뚫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보좌관,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 기관 종사자들 대부분이 비이공계 출신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인재 등용 시스템이 무척 편향돼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기술고시 출신을 30% 이상 선발하고 3급 이상 공무원에서 기술직과 행정직의 구분을 없앤다는 사항을 골자로 한 이공계 공직 진출에 대한 정책 기조가 만들어졌는데, 최근에는 이런 정책도 이제는 물 건너갔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이공계 출신이 반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렇지만 열명에 한명도 없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 과학기술 부총리제도가 새로 만들어지는데, 연구.개발 조정, 기초과학 지원, 예산권 확보 등 할 일이 태산이겠지만 과학기술 부총리는 과학기술의 '자리'와 '몫'을 잘 잡아주기 바란다. 21세기 한국은 상투 틀고 과거보는 '사농공상'의 농경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홍성욱 서울대교수.과학기술사
 

  • 나대로 ()

      해결방법은 있다. 현실에서 과확과 기술이 거의 반을 차지한다면 모든 시험에 물리와 화확을 기본시험과목으로 채택하고 일반 경제 법학 관련 과목을 줄여서 시험과목에 있어 실 생활에 차지하는 비중대로 균형을 맞추어 준다면 이러한 문제는 점점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시스템에 의해 기득권을 차지한 세력들은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이를 반대할 것이다.

  • Simon ()

      어제 중앙일보에서 읽은 기사네요. 한마디로 제 느낌은:

    과기 중심사회, 과기보좌관, 또 과기부총리...

    저런게 다 잘 정착되려면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입니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기대하기보다, 나중에 우리 이공계가 정말 실권을 잡는 시기가 올 때를 지금 대비하고, 준비해서, 기회가 오면 정말 우리 실력을 잘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그리고 당분간은...계속...우리사회는 문돌이/율사들 것 입니다.

    우리가 "대한민국 이공계"라는 특수한 "업보"를 가지고 태어났어요.
    "한국 이공계", 우리 업보, 우리가 노력해서 반드시 좋게 바꿉시다.
    이공계 우리 선배들 탓도 이제 그만하렵니다.

    우리 세대가 후세, 이공계 후배들 바라보고, 좋게 변화시킵시다.

  • 나대로 ()

      좋으신 생각입니다. 이공계의 문제는 이공계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대책을 강구하고 또한 강구한 대책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 설득하면서 하나 하나 개선해 나갈때 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공학문과 연구에 겸하여서 경제나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반드시 익힐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현실 사회와 제도에 대해서 항상 감사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함께 노력해서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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