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원하는 게 진정 경쟁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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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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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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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원하는 게 진정 경쟁력인가
김근태, 신기남 의원님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연구소)가 4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발표를 접하고 나서 첫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오늘 자 조선일보 사설 첫머리입니다. 우국충정에 불타는 조선일보께서 국가경쟁력 답보에 가슴이 답답하다는군요. 인구 2000만명 이상 30개국 중에서 작년과 같은 15위를 차지했답니다.

중앙일보의 관련 분석기사 제목은 "불안한 노사관계, 부실한 대학교육 경쟁력 갉아먹어"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비효율성을 덧붙혀 지적했지요. 조선일보도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사관계는 전체 꼴찌고 대학 교육은 끝에서 두번째랍니다.

"정부는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이고, 노조는 전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정치권력과 전투적 노조가 어깨동무를 하고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암담한 것은 지금 ‘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과제의 논의 방향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쪽이 아니라 끌어내리는 쪽이라는 것이다. 꼴찌에서 두 번째인 대학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논의만 봐도 대학의 평준화라는 대학 공멸(共滅)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조선일보의 같은 사설입니다. 정부의 무능력과 노조의 이기적 전투성이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고 대학평준화 등의 논의는 이 나라의 미래를 공멸로 끌고 간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몰라서 저러는 것일까요?

총선에 급변한 의회권력판도에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도 조선일보는 천천히, 또박또박, 악랄하게 교육분야에 포석을 다져 왔습니다. 교육분야가 국가경쟁력의 핵심토대이어서인지, 아니면 구체제 기득권세력의 미래를 담보해주는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어서인지 어쩐지 어쨌든 교육에 대한 저들의 관심은 집요한 바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평준화 틀을 부수는 게, 혹은 논의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국가경쟁력 향상의 지름길이라는 신화를 유포하려 혈안이 돼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 15세까지는 학력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급전직하해서 대학생이 되면 바보가 됩니다. 이유는 명백합니다. 대학입시가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입니다. 멀쩡한 사람을 문제풀이 기계로 전락시키는 인간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폭력이 대한민국의 이른바 '교육'입니다.

존엄성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도 꼴찌로 만듭니다. 창의력, 응용력, 유연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조야한 두뇌들을 양산하는 것입니다. 21세기에 필요한 인재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개인입니다. 우리 교육은 개인이 아니라 톱니바퀴를 찍어내는 시대착오적인 '폭력'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 교육이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아닌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기 때문이고, 입시를 통해 보다 높은 서열의 학벌에 속하는 것이 개인의 영달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입시를 통해 서열적인 학벌 체제 안에 속하게 되면 인생의 대강이 잡힙니다. 대학에서 학문을 연마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대학이 수준 미달인 이유입니다. 교육은 껍데기요 실상의 내용은 서열적 학벌체제의 할거만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서열적 학벌체제를 위한 입시경쟁에서 공교육은 발벋고 뛰어도 사교육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어쨌든 공교육은 명색이 교육인지라 사람을 키우는 흉내라도 내는데 반해, 사교육은 아이들을 문제찍기 기계로 제조함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고한 서열적 학벌체제가 사교육비를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하고, 그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노조는 조선일보가 그렇게 싫어하는 이른바 '전투적/이기적'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마디로 국가경쟁력 저하의 핵심에는 서열적 학벌체제 즉 우리사회의 봉건적 연고주의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학벌타파를 위한 평준화 노력에는 그렇게 기를 쓰고 반대하는 조선일보가 국가경쟁력을 걱정하는 체하는 모습의 가증스러움이란 가히 필설로 형용키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 공고한 서열적 학벌체제 토대 위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이른바 메인스트림이 최상위 서열에서 배제된 대다수 국민들을 거센 파도 앞의 돛단배로 내몰고 있고, 우리의 대표 돛단배를 결국 유폐시킨 상황입니다. 그 학벌체제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서울대벌입니다. 실로 서울대벌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모든 병폐의 알파요 오메가인 것입니다.

-김근태, 신기남 의원님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왜 서울대벌이 문제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사건이 얼마 전 있었습니다. 17대 국회에 서울대 출신 인사가 무려 143명이나 당선 됐다고 합니다. 그 축하 모임이 얼마 전 있었습니다. 이날 흥에겨운 나머지 서울대당 창당이라는 호기로운 우스개 소리까지 나눴다고 합니다. 143명이면 과반수에 7명 모자라는 수입니다.

국회의원 보자관들을 보면 당이나 이념을 중심으로 뭉치는 게 아니라 출신학교별로 뭉친다는 얘기가 그 전부터 나왔습니다. 당적도 이념도 초월하는 것이 이 사회의 학벌이라는 연고주의인 것입니다. 동문회 한 번 한 것에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 학교에서 국회의원을 과반에 가깝게 배출했고 그 사람들이 당적에 상관없이 동문이라는 이유로 모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엄중합니다.

열린우리당의 의원이 기득권체제의 핵심인 서울대벌에 안주하는 한 근본적인 개혁은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교육개혁의 핵심 의제인 국공립대통합안을 뭉개버리기 위해 서울대벌은 난닝구바람으로 난을 일으킬 것이고 만의 하나 열린우리당 내의 서울대벌에서 이 난의 가담자가 나온다면 참여정부와 개혁세력이 역사에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아래는 이날 이어진 발언들입니다.

임광수 서울대 총동문회 회장 = "국적은 바뀌어도 학적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번 서울대인은 영원한 서울대인이다"

손일근 부회장 = "(서울대 출신 의원은) 여야와 신구가 조화됐다. 이제 자유투표제가 확대되는 추세다. 143명이 당선됐다는 것은 어떤 법안이라도 발의할 수 있고 통과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조완규 전 총장 = "건국 이래 정부 장·차관의 80∼90%가 서울대 출신이었다. 이번에도 국회의원만 143명이다. 반수 가까이 (국회를) 장악했다. 법조·언론·외교·학계의 대다수가 서울대 동문들이다."

한화갑 당선자(민주당) =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가진 재산의 전부는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겠지만…."

김근태 당선자(열린우리당) = "한나라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여러분의 성원으로 과반수 1당이 됐다. 무겁게 생각한다."

박희태 당선자(한나라당) = "오늘로서 서울대당을 만들어 내가 당수를 했으면 좋겠다(박수와 웃음).실제 이런 당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이 자리에서 서울대당이 창당되었다고 생각한다."

신기남 당선자(열린우리당) = "서울대 입학식은 내 일생에서 제일 기뻤던 순간이다.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었다. 서울대 나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 들어와 보니 서울대는 욕만 많이 먹고 있었다. 서울대 무용론이나 폐지론은 더 분발하라는 회초리로 이해하면 된다. 당을 넘어서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만으로 뭉쳐서 노력하는 의원이 되자."

김덕룡 당선자(한나라당) = "박희태 의원이 얘기한 것처럼 (오늘) '143명의 서울대당'이 결당됐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정운찬 총장을 국무총리로 모시면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박수와 웃음)

정몽준 당선자(국민통합21) = "앉아서 생각해보니 동문회 모임을 별로 참석하지 않았다. 앞으로 열심히 참석하겠다."

김명자 당선자(열린우리당) = "99년 장관에 임명되고 4년 동안 국정활동을 하면서 (서울대 출신이라는 게) 보이지 않지만 힘이 된다는 걸 느꼈다. 서울대를 졸업한 것은 내 자존심과 자부심을 지켜주는 상징이었다."



김근태 의원님, 신기남 의원님 정신이 있으십니까?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서울대 국회의원 동문회를 나갑니까. 학벌타파가 참여정부 5대 차별 해소 정책과제 중 하나라는 걸 모르십니까? 학벌 연고주의의 기득권세력에 의해 지금 대통령이 유폐중이라는 걸 잊었습니까?

서울대 모임이라니. 자신은 돛단배가 아니라고 자랑이라도 하는 것입니까? 16대 국회의 서울대 비율은 38%였는데 17대는 47%입니다. 무려 10% 가까이 뛰었습니다. 민주를 위해 피와 눈물과 땀을 바친 수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군사독재하수인들을 하나하나 쳐나간 자리에 서울대벌이 야금야금 영토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런 건 정의가 아닙니다. 단언합니다, 이 상황의 엄중함을 모른다면 정치인의 자격이 없습니다.

지난 80년대 가장 강고한 반독재 대오로 빛났던 오월대, 녹두대의 남총련에서 정치적으로 출세한 사람이 나왔다는 소리를 아직 들은 일이 없습니다. 피는 똑같이, 아니 더 많이 흘리고도 훗날 그 보상은 서울 일류대 출신자들에게만 돌아간다면 그런 것이 역사의 바름입니까? 그러한 물구나무선 역사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요청하는 개혁입니까? 김근태 의원님께서 찾아야 할 사람들은 서울대 동문이 아니라 지방대 출신의 동지들이 아닐런지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학벌서열체제, 그리고 그 과실을 독식하는 서울대벌은 공화국의 적입니다. 공화국과 서울대벌은 같은 하늘아래 공존할 수 없습니다. 벌이 살면 공화국이 죽고 공화국이 살면 벌이 죽습니댜.

김근태, 신기남 의원님 명찰하십시오. 개혁은 칼날 위를 걷는 것입니다. 그 칼날의 푸르고 서늘한 예기를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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