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공도리가 선배님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글쓴이
고민
등록일
2002-08-01 23:45
조회
4,7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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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건
안녕하세요.
얼마전 부터 이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이 곳의 많은 글들을 읽어본 한 나이많은 공도리 입니다.
일단, 제가 처한 현재 상황에서 앞으로의 진로를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을 지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도 쓰는 것이고요.

먼저, 제 소개를 하면요.
나이는 28(75년 토끼)이고, 신촌의 s대 컴퓨터학과 3학년 입니다. 어려서부터 단지 컴퓨터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다니던 학교 때려치고 재수해서 공대온 지금보면 정말 무모한(?) 짓을 한
놈입니다. 어찌어찌해서 군면제는 꿈도 못꾸고 연기할 기회도 없어 군대까지 갔다오고 났더니,
이제 다른 평범한 사람들(학부 도중 군대 3년 갔다온 사람기준)에 비해 정확히 만 3년 늦어졌
군요.
고등학교 동기(외고를 나와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편입니다)는 취직한 친구도 있고,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 치과의사하는 놈도 있고 진로는 참 다양해도 저같은 케이스는 없으니
딱히 조언을 구하기도 쉽지않고.... 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의 저의 원래 계획은 공부를 열씨미해서 k나 p로 석사를 하고나서, 직장경력 2-3년 정
도 쌓은 후, 박사를 미국에서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k를 간 우리학교 1년 선배말에 따르면 지
금 제 학점은 그리 나쁘지 않으니(부족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남은 2-3학기 빡세게 하면 올 수
도 있다고 격려해줘서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 놈의 나이인데, 위에서 말한데로 밟아나간다고 해도 나이 30
에 학부 졸업, 32에 석사, 직장경력 3년 더하면 35, 박사 4년 잡으면 39인데 이런 호호 할아버지
(?)가 과연 수지타산 맞는 장사인지 언뜻 생각해 봐도 참 우울합니다.

제 주위 대학 동기나 주변에 학부 졸업하고 대기업 취직한 사람들은 거의 너는 나이가 너무 많
으니 하루라도 빨리 취직을 하는 게 낫다라고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공부는 더해서 무
엇하느냐라고 묻기도 하고요. 여기서 여러 선배님들 말씀하신 것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살고
싶으냐라고 물어보라고 하셨는데, 저는 조용히 그냥 공부나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어려
서부터 박사님 소리 들으며 평생 연구소에서 연구하며 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껏 길을 밟아 왔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니 제가 원했던 그런 삶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하군요. 그리고, 집안 분위기도 가방끈이 다들 긴지라 공부에 대한 미련도 많이 남아 있습니
다.(제가 막내고 누님 두분 계신데, 한 분은 대학 졸업 후 캐나다로 이민가서 지금은 박사과정
밟고 계시고, 또 한 분은 학부 졸업후 러시아에서 6년동안 미술을 하고 오셨습니다)

집이 경제적으로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많은 제가 지금 당장 직업전선에 뛰어들
어야만하는 상황은 아니어도, 석사부터 미국으로 떠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석
사를 한국에서 하는 방향을 고려했고요.

이 쪽 이야기를 읽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원 생명이 40을 넘기지 못한다니, 제 목표대로 잡
고 나아간다면 제가 목표를 이루고 났을 때에 할 것이 없어지는군요. 그리고 요 몇 주전에 오빠
공부하는 것 기다릴 수 없다며 같은 이유로 두번째 여친까지 떠나보내고 나니 정말 사는 것이
무엇인지라는 한숨만 나옵니다.

선배님들의 따뜻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제 인생을 여기서 접고 내후년에 그냥 평범하게 취직해서 조용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요즈음 자꾸 듭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방황한 2-3년의 기간과 그 이후 내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지금껏 걸어온 짧지 않은 몇 년이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게 하고요.
제 나이면 대졸 취직도 마지노선이라 쉽지 않다고 주위에서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하시고 제가
봐도 그러하니, 공부를 더 하겠다는 결론이 쉽게 서질 않습니다.

아~~~,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 연공 ()

      서강컴수준이라면 학사취직하세요. 박사딴다면 헛고생하고 ㅈ되기 쉬어요. -> 집에서 노는 박사 백수되기 쉬어요. 집에 돈이 많으면 장사(레스토랑, 주유소 등등)할 수도 있으니 박사따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연공 ()

      차라리 지방대라도 한의대에 재진학하심이 어떨까요? 아무리 잘난 공도리라도 40세 이후에는 머리가 굳어 쓸모없는 연구원으로 전락하여 폐기처분될 텐데. 한의사는 치매가 걸릴 때까지 해 먹을 수 있쟎아요?

  • 과학도 ()

      "연공"이면 연세공댑니까? 이런식으로 모교이름 더럽히지 마세요.

  • 배성원 ()

      말씀대로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겠습니다. 역시 취직이 현실적인 대안인것 같은데요. 취직할때 조차도 나이 제한에 걸리거나 면접관들이 몹시 의아하게 생각할겁니다. 몇번 고배를 마신다는 각오로 여러군데 도전하십시오. 박사 4년에 딴다고 보는 것도 1년정도를 줄이신 거군요. 전자쪽이라서 그런가요? 박사5년 잡습니다. 30대 그 긴 시간을 인고하며 살 자신 있습니까? 결혼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전 매우 현실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외 길은 잘 떠오르지 않는군요. 숙고해 보시길....

  • 배성원 ()

      현업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거나 회사내 흐름을 잘타서 파트타임등으로 학위과정까지 가는 길이 전에는 꽤 있었습니다. 세상이 다시 그때 같이 된다는 희망을 품고 회사가서 열심히 하십시오. 직장에 계시면서 기회를 준비하시면 큰 무리는 없을거 같습니다. 그리하시면 그리 뒤쳐진 나이로 여겨지진 않을겁니다.

  • ()

      한의대도 중의사들 수입 된다는 말이 있어서..

  • 연구원 ()

      흠 저랑 비슷한 경우군요. 저도 그 당시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연의 섭리를 거꾸로 돌릴 순 없잖아요. 그 때는 많이 늦은 것 같지만, 회사생활 1년 덜하고 박사 1년 더 빨리따고 이렇게 줄여 나가면 30대 중반이전에 딸수 있을 꺼에요. 회사 생활 5년씩 하다가 유학가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랑 결국 나중에는 나이가 비슷해 질테니깐요.

  • 연구원 ()

      그리고,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은 본인에겐 엄청난 해악입니다. 어쩔수 없는 건 포기하셔야죠. 자연의 섭리인데..

  • zecks ()

      그냥 제 생각을 말씀드릴께요..전 님보다 나이가 2살이 더 많습니다..병특으로 내년 5월에 끝나는데요..사회 생활을 일찍 해서인지 참 많은 모습들을 봤습니다..IMF때 입사를 해서 정말 더러운꼴 많이봤죠..각설하구요..님은 결단이 필요하신거 같군요..취직을 하시던 공부를 계속 하시던..집안 여건이 그리 나쁘지않으신거 같은데, 저같으면 새롭게 시작을 해봄직도 한데요..물론 저 역시 그런것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그럴려면 정상적인 생활

  • zecks ()

      즉 결혼이나 머 그런것들을 다 포기를 해야겠죠..서글프긴하지만서도..아무튼 요점은 결단을 내리시라는 겁니다..그리고 그 나이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닙니다..마흔되어서 설계 실장 때리치우고 한의대 들어가는 사람도 있는데요 뭐..

  • 한다!! ()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 했을 때 일단은 취직을 시도 하심이 바람직 하지 않나 생각 됩니다.아무리 명문대에 전자,컴공 출신이라도 29살 후반을 넘기면 취직이 쉽지가 않습니다.게다가 잘 알고 계시듯이 국내 박사학위 가져봐야 40초반에 무용지물이 되는 현실에서 과연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수년간의 피눈물 나는 대학원 공부가 가능할 것인가가 의문시 됩니다.

  • fall ()

      호주에서 만난 어학연수온 78년생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상당히 나이 많은축에 들줄 알았는데.. 학원에서 만난 한국사람중에 자기가 젤 어리다고하더군요.

  • fall ()

      제 주위에는 나이많은 형님들이 참 많습니다. 기계공학 석사학위받고 연구소 잘 다니다가 전자공학으로 다시 석사다니는 30대 중반의 형님도 계시고..

  • fall ()

      일반인들이보면 완전히 싸이코라고겠죠. 여러가지로 트레이드오프가 있는거 같습니다.

  • fall ()

      석박사 통합과정이 개설된학교에 지원하면 어떨까합니다. 물론 박사학위에 대한 확실한 확신이 있는경우입니다. 타학교에서 석사마치고 직장생활 몇년하시다가 박사과정입학해서 3년만에 박사따신분을 알고있습니다. 미국 bell lab에서 잡오퍼 받았었구요. 요즘 루슨트가 엄청기울어서 딴데로가긴했습니다만.. 이분이 머 그렇게 특별한 경우는 아니고 박사로 입학해서 4년정도면 졸업할수 있으니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지원하면 넉넉잡고 한 5년이면 졸업이 가능할거같습니다.

  • fall ()

      위에 말씀드린경우는 국내에서 제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이구요. 저희 학교를 추천한다.  그런취지는 아니구요. 여기저기 한번 잘 알아보시기바랍니다. 예전에 P학교도 통합과정 이야기를 얼핏들었는데.. 잘 모르겠네요.  제가 공동 연구로 나와있는 학교는 석박사 거의 무조건 3년입니다.

  • fall ()

      옆에 있는 친구 80년생인데 박사과정이라고 3년후에 박사딴다고 생각하면 좀 허무하죠. 머 국내에서 얼마나 알아줄지는 모르겠습니다. ee나 cs 전공이신분들은 대뜸 아시겠지만 3년에 마쳐도 infocom, globecom,  JSAC 이런데 용케도 잘 퍼블리쉬하더라구요.

  • kista ()

      박사를 하고 연구를 하시겠다면 굳이 직장생활을 거쳐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네요. 직장생활 3년 생략하세요. 군대도 갔다 오셨겠다...36세에 박사학위 그렇게 늦은 거 아닙니다. 분발하십시오.

  • 백수 ()

      나이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 뿐입니다. 경력사원은 대부분 나이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뭐, 기분 좋지는 안겠습니다만. 못할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컴공이라면, 외국으로 취업을 하시기도 수월하니, 나이걱정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 배성원 ()

      36세에 박사학위...교수가 되시면 별 상관없습니다만...일반 기업이나 연구소에 가시면 얘기가 다릅니다. 대졸로 주욱 다닌 사람과 비교하시면 엄청 인생이 후회되실 겁니다. 학위 하실려면 저윗분 말씀대로 하루라도 빨리주는 통합과정으로 하시고요. 석사만하고 취직이라면 나이를 함께 고려할때 그리 추천할만 하진 않습니다.

  • mhkim ()

      석사만 하고 취직하는 경우 나이가 많아서 힘들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연구실 후배가 나이제한에 걸려서 떨어 졌거든요(삼전의 경우). 하지만 경력은 다릅니다. 딱 1년때문에 떨어졌거든요... 박사나 경력은 다릅니다. (어디 까지나 국내 삼전의 경우입니다.) 국내 대기업은 아마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ETRI나 다른곳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내는 별 차이 없을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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