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에 보낸 정책제안 내용

글쓴이
김세훈
등록일
2003-01-19 16:41
조회
3,0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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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오시는 많은 분들의 여러 좋은 생각들을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나도 한번 의견을 개진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잘 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제 생각을 써서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제가 쓴 내용에 문제가 있거나 더 다듬을 것이 있다면 가차없이 태클 부탁드리겠습니다.(근데 좀 길게 써서 보기 힘드실수도... ^^;)

<---- 시작 ---->
제목 : 장학금 조성 반대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는 KISTI라는 정부출연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입니다.
 제 이력을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과학고등학교-KAIST 학부-KAIST 석사를 하고 지금 KISTI라는 곳에 있습니다.

 제가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인수위에서 내놓은 황당무개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연합뉴스의 내용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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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장학금 연간 5천억 조성 검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공계 대학생 3명중 1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는 우대정책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
인수위는 이 정책을 실현하려면 매년 5천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인수위 경제II분과의 한 인수위원은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려면 이공계생 우대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노무현 당선자의 뜻"이라며 "재원조달상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지만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공약실현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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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는 교육부 등 관계부처의 장학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일반예산으로는 재원마련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역균형특별회계나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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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는 또 청소년들의 이공계 진출을 적극 독려하기 위한 '대통령 과학장학생사업'을 도입하고 포스트닥터(박사이수 후 연수과정), 공동연구 장기연수 등에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서울=연합뉴스)
---------

 서두에도 밝힌 저의 이력을 보아도 간단하게 알수 있듯이 저는 국가에서 공부를 시키고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고등학교때부터 교육을 받아서 사회에 나온 사람입니다. 즉, 이전 정부들이 시행해온 정책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게 장학정책을 수혜받고 사회에 나왔지만, 선배 연구원들의 현실을 보면서 적잖이 당황해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출연 연구원들이 온갖 정부부처들과 행정직원이라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리 휘둘리고 저리휘둘리면서 일을 방해받고 있는데다가 소득은 턱없이 낮다는데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특히나 열심히 공부해서 석사 학위 이상의 소지자들이 그에 준하는 대우를 못받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그리고 부서 & 연구소 통폐합을 할때 제일 먼저 짤리는 사람들이 우리 연구원들이라는 점에서는 항상 자신의 위치를 의심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왜 나타난다고 보십니까?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안줘서? 그게 아니죠. 제가 이전단락에서 언급한 내용때문에 그렇습니다. 의사를 예로 들자면, 국가에서 장학금을 준다던지 해서 학생들에게 오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잘 갑니다. 왜 그럴까요? 모든 의사들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대체적으로 '고소득을 보장'한다고 생각을 하고, 그에 걸맞는 '사회적 지위'를 얻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공계 연구원들은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어도 그에 대한 성과급을 제공받지 못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인정을 못받는다기 보다는 '싸구려 노동자'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회적인 인식이 더 큰 문제겠지요. 그리고 국가는 입으로는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라고 하지만, 실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과학기술자들의 발목이나 잡는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도록 여러가지 제재를 합니다.

 요즘의 어린 사람들(저도 뭐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만)은 상당히 풍족한 생활을 하고,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발달로 이전 세대들이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사는 이공계인들의 현실도 알고 있다는 뜻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일은 기피하려는 요즘 세대들에게 고작 장학금 따위로 그들을 유혹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오히려 학교를 졸업하고 일선에서 뛰고 있는 연구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어린 사람들에게 굳이 투자를 하지 않아도 그들이 자진해서 어렵고 힘든 이쪽 세계에 도전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출연 연구원들의 연봉을 20% 인상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출연 연구원인 저로써는 반가운 일이지만, 제 후배 연구원들을 위해서라면 아직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각 연구소의 보직자들의 연봉을 일반 연구원들보다도 더 많이 올려서, 부하 연구원들이 '아, 나도 열심히 연구해서 저들의 지위를 누려야겠다'라는 희망을 갖도록 해 줘야 합니다. 제가 다니는 연구소의 상급 연구원들의 연봉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그걸 보고 좌절을 했습니다. 한때는 연구소장을 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의 현실에서는 포기하는게 낫겠더군요. 그래서 고등기술고시를 준비해서 사무관이 되려고 합니다. 돈은 좀 적게 벌게 되겠지만, 최소한 '싸구려 노동자' 취급은 안받을거 아닙니까?

 지금 제 또래나 후배들을 보면 계속해서 이공계 분야에서 일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특히나 똑똑한 친구들일수록 경영쪽이나 기타 이공계와 무관한 분야로 빠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죠. 저의 모교인 과학고나 KAIST에서 의치계열로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그들의 선배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바로 옆에서 잘 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더 이상 연구자의 길을 가지 않으려고 하니까 말이죠.

 제발 노무현 차기 대통령이나 인수위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많은 정부부처의 분들은 현장에서 이공계 연구원들이 겪는 현실을 좀 똑바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이공계 장학금'같은 사탕발림에 넘어갈 순진한 젊은이들은 없다는 것도 명심하십시오. 정말 과학기술 강국을 꿈꾸고 이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연구원들의 처우개선(연봉인상, 교육지원 등)에 더욱 신경을 써 주셔서, 이 사람들이 힘을 내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을 쏟을수 있도록 격려를 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른데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 끝 ---->

  • 김일영 ()

      미래의 핵심인력을 위한 장학금은 이해가 되나 이공계 전체 지원은 말도 안됩니다. 마치 우는 아이 떡하나 더 주는 식으로 장학금을 준다면 지금의 이공계 위기를 절대 타계할 수 없습니다. 이공계 위기는 학문적 위기 보다 현실적인 위기감이 강하므로 정출연 및 각 기관 연구소, 그리고 미래의 연구인력인 대학원생들에게 그 초점을 맞추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유학지원도 반대입니다. 세계 최고를 위한 1% 를 위한 노력과 이에 대한 대우만이 이공계 위기를 타계할 수 있습니다. 99%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 김근수 ()

      이런 정책을 해봐야 장학금 받기도 힘들지만, 만약 대학 1학년 부터 석사과정까지 전액으로 장학금 받아봐야 2천만원 넘기 힘듭니다. 물론 학생때는 큰돈이지만 졸업하고 나면 그리 큰돈은 아닙니다. 금융계 신입사원 연봉이 3000-4000만원 입니다. 즉 6년 동안의 장학금은 졸업 후 1-2년 후에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정책 펴봐야 우린 1-2년치의 당근을 먹고, 20-30년 박봉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정책으로 학생들을 이공계쪽으로 유도하고 이공계 학생을 속이는 펴서는 안됩니다. 당장은 장학금이 탐나지만 장래를 봐서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당근 정책에 속지 맙시다. (물론 집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되지만, 그래도 그런 분들도 장학금 안 받고 고시에 도전하는게 더 낮지 않을까요?)

  • 딸콤쌉쏘름 ()

      이런글 노하우(<a href=http://www.knowhow.or.kr/ target=_blank>http://www.knowhow.or.kr/</a> )에도 같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김세훈 ()

      이글을 쓰게 된게 공대생님이 손님게시판에 올린 글(<a href=http://www.knowhow.or.kr/에 target=_blank>http://www.knowhow.or.kr/에</a> 의견 개진합시다)라는 글을 보고 올린겁니다. ^^ 딸콤쌉쏘름님의 말씀은 이미 실행한 것이라고 할수 있겠네요. ^^

  • 딸콤쌉쏘름 ()

      헉. 그렇군요 ㅡㅡ; 저도 제이름으로 노하우에 글하나씩 올리는데..

  • 김세훈 ()

      근데 제가 쓴 이글은 아마 게시판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정책수렴하는 쪽으로 바로 가는거 같습니다. 비밀보장이 어쩌구저쩌구'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제 글은 비밀보장이 별로 필요가 없는 것인데다가, 여기 계시는 많은 분들과 비슷한 것이라고 여겨져서 그쪽에 먼저 보내고 여기에다가 공개적으로 쓴 것이죠.

  • 프방 ()

      뒷북이지만, 전적으로 공감하는 좋은 내용입니다. 다만 조금 더 구체적인 정책제안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 김세훈 ()

      아직 공력이 모자라서 대안제시할 내용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정리되는대로 올려서 검증(?)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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