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등학생으로, 진로를 택하는 나는 어떻게...?

글쓴이
김준석
등록일
2003-08-2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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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로가 무엇인가 고민하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글을 씁니다.
글들을 보아 제가 매우 어린 나이인것처럼 보이는 군요.(사실 어립니다)
그러나 이미 진로의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은 누구나 같다고 생각해서 좀 적어보겠습니다.

제 주위에는 생각하는 것도 고등학생답지 않게 생각이 뛰어난 녀석도 몇 명 있어서 그들과 친하게 지내는데, 제가 목표를 공대라니까 그 중에 피식 웃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엔 그 녀석은 의대를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조금은 거창하게 첨단 산업의 밝은 미래의 모습을 꺼내가며 내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요즘 병원도 망하는 일이 있지 않는가 하고 친구에게 따졌습니다.
그 녀석은 저보다 똑똑해서 그런지 저보다 신중히 어휘를 가려가며 '망하는 병원이 과연 망하는 벤처보다 많을까?' 하고 물었습니다. TV에서 나오는 무너진 벤처신화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생각된 저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밝게만 느껴졌던 그 분야가 과연 그런가 의심이 생겨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밤이 가는 지도 모르며 좋은 게시물 모음을 읽고 애국심이 동했다고 할까? 그래서 우리가 이런 상황에 와 있구나 하고 탄식하기도 하고 다른 나라는 이공계 학생을 위해 그렇게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우리는 뭔가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도 제가 이공계는 어떨까 하고 고민해보는 데는 약간 이유가 있습니다
 부모님은 특별히 무슨 직업이 좋다고 말을 꺼낸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보다 저에게 더 큰 영향은 얼굴도 모르는 숙부입니다. 작은 할아버지 아들이라고 합니다. 사실인 이야기인지 확인할 바는 없습니다만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을 들은 대로 쓰자면, 그분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서 그곳에서 박사를 과정 거쳐 삼성연구원에 들어갔다가 지금은 국방부에서 우주 쪽을 연구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머리가 영특해서 그런지 남들은 들어가기 힘든 곳을 박차고 나와 자신이 좋은 대로 국방부로 들어갔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공부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보름을 도서관에 파묻혀 지내며 공부를 해서 숙모와 집안 사람들과 걱정하게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들려 주셨습니다. 아마도 숙부 자신은 그렇게 책에 파묻혀 있는 것을 지락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께선 그렇게 살면 고생할 것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으셨지만 그런 삶이 분명히 보람이 있는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시고 싶었는가 봅니다.  근래에는 다른 사람들이 의사의 좋은 점을 많이 들려주는 것에 비해 저의 할아버지는 그 숙부이야기를 재탕 삼탕 해 주십니다. 지금 들으면 조금 지루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 막연히 과학이라는 것을 인지하던 나에게 그쪽의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과학에 대한 흥미는 남다르다고 자부 할 수 있습니다. 과학에 관련된 내용이면 모의고사 지문중이든 수업중이든 꼼꼼히 읽는 버릇도 있습니다. 책도 자주 즐겨 읽어 과학동아가 교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집어 가는 사람이 접니다. 연예계 누가 어쨌느니 하는 내용보다 우리 과학자의 자외선 망원경이 하늘에 쏘아 올려지는 것이 더욱 흥미 있습니다. 그 흥미가 직업에 이라는 영역까지 확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선택을 굳힐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저에게 보람된 일을 선택하자면 목표를 이공계로 잡고 열심히 공부해야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저의 생각을 이야기했을 뿐, 현실을 무시하고 제 생각만 쓴 게 많습니다. 부모님은 아무런 개입을 않겠다고 하지만 집안의 경제사정이라는 무언의 압력에 눌려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많이 벌어오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되는 직업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님께서 석사 박사 과정은 절대로 안 된다고 못박으셨기 때문입니다. 집안 사정도 안 좋은데 배우는 사람으로 남아 남들보다 6-8년 더 있는 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공계에서 대학교 졸업으로 취직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제 각각의 능력에 따라 성공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정되기에 제 성적이 어느 정도다 라고 말해야겠지만 그건 고작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이고 성적을 운운하는 것이 건방지기에 쓰진 않겠습니다. 정확히 저에게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이냐고 묻진 않겠습니다만 하나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과연 15년 후에는 이공계에 발전이, 비전이 있는 겁니까? 소위 말하는 학력의 인플레가 그때까지 지속될까요? 그때 와서 시대를 비관하고 싶진 않습니다.

  • prism ()

      음... 의대 공부도 꽤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집에서의 얘기를 들어보면 치대나 한의대 쪽을 원하는 듯 하네요. 그런 일을 하면서도 취미로 수학이나 과학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과학자가 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대학에 남는 것이 좋겠죠.

  • prism ()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말씀: 너희들이 이공계 안온다고 해도 인도나 중국에서 오겠다는 사람 널렸다고...ㅡㅡ; 저도 기본적인 수요공급의 원리를 믿지만, 그냥 자기 하는 일만 계속한다고 무슨 변화가 생길 것 같진 않아요. 특히 수학이나 우주 쪽은 정말 기초분야라서 연구비를 타내는 것조차 사정사정을 해야 하는듯. 지금보다는 낫겠지만 판단은 각자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 prism ()

      학부만 졸업하고 취직하려면 아무래도 유명한 대학에 취직하셔야 되겠네요. 회사 입사만 예정된다면 전액 보조를 해주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초과학 쪽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국내에서만의 공부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요?

  • 김선영 ()

      물리나 기초과학에서는 학부만 마쳐서는 아무런 의미가 거의 없죠. 심지어 물리를 학부로 하고 다른 응용학과로 대학원을 진학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단순하게 과학자가 될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유학을 가서 외국에서 살지 않는한 현재로는 좀 암울합니다. 밥먹고 살기도 빠듯할것입니다. 10년후를 바라보는 혜안이 없지만, 10년동안 뭐가 바뀔 수 있을까요? 크게 바뀔수는 없습니다. 시스템이니까요.

  • 배성원 ()

      집안사정때문에 대학후 진학이 어렵다니 더더욱 선택이 힘들겠군요. 대학만 졸업한 상황에서 '과학'을 업으로 삼기는 불가능합니다. 생각을 고쳐먹고 은행이나 증권등에 취직할 수 있도록 진로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대학만 나와서 게중 나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쟁이 심하죠. 열심히 공부하세요. 나중에 나중에 과학은 취미로 하십시오. 천체 망원경 사서 좋은 집 옥상에서 밤하늘을 감상하는 상상을 하며 열심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그 상상은 취미생활에 국한되어야 먼 훗날 후회가 없을겁니다. '과학'이 아니라 그냥 '직업'의 관점에선 공대 졸업하면 왠만한 기업에 큰 경쟁 없이 취직은 될겁니다.

  • 놀자박사 ()

      과학동아를 가장 먼저 집어간다....흠...이공계 오셔도 후회는 않하시겠네요...하지만 학부만으로는 부족합니다...과학동아를 집어갈 정도라면 박사까지 하세요...외국 나가셔서...집안의 경제력이 문제가 된다지만 능력과 자질이 있다면 길은 많이 있습니다...제가 중학교때 뉴튼이나 과학동아를 가장 먼저 집어가던 학생이였죠...지금 후회는 않습니다...다시 태어나도 의대가 아니라 공대 올거구요...ㅎㅎㅎ...열심히 하시면 길은 많이 있습니다...

  • 놀자박사 ()

      윗분들 말씀은 이공계 출신의 일반적인  상황입니다...능력있고 자질있으면 길은 많이 있습니다..그러니 하고싶은것 하세요...취미로 하는것도 좋지만..님의 경우는 취미가 아니라 업이 되야할것 같군요..

  • 놀자박사 ()

      자외선 망원경..연대 이영욱박사님이시군요..그분도 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금까지 오신 분이신데..ㅎㅎㅎ 그런 열정이면 한번 도전해볼만 하죠..

  • 지니 ()

      똑똑한 학생같군요. 님 친구분도 영악스러울만큼 똑똑하구요. 글을 보니 너무 진지해서 그냥 댓글달기 좀 뭐하네요...  일단 이공계 학부 나와서 취직하기는, 일단 명문대생이라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생각을 10년후에도 계속 지니고 있을지,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물론, 그전에 현실을 충분히 조언받으신다음에요....

  • 포동이 ()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을 읽다보니... 순수한 호기심이 정말로 중요하다는걸요. 과학이라는 분야 저도 아직은 잘 모르지만 ^^; 하다보며 느끼는 것은 끊임없이 샘솟는 호기심이 연구하는 사람들의 양식인것 같아요. 물론 경제적인것도 중요하지만...

  • 프랑스공대유학생 ()

      의대가 좋다 좋다 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여... 전 괜히 의대같은 치열하게 경쟁해서 실패할 수 있는 곳보단 자기에게 주어진 기회들을 다 잘 활용하면서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것 그리고 자기의 적성에 가장 맏는것을 준비하시는게 후회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 프랑스공대유학생 ()

      의사들이 좋다구요? 푸훗 제 아버지 말씀인데요. 제 아버님 친구분들이 의사분들이 계시는데요. 그 사람들 왈: "우리 철물점이나 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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