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학과 1학년입니다.

글쓴이
공대생
등록일
2003-10-23 18:56
조회
8,951회
추천
2건
댓글
4건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1학년입니다.
(과의 정확한 이름은 이것이 아닙니다만 이해하기 쉽게 토목과로 하겠습니다. )

어려서부터 공대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왔습니다.
과학고 진학을 노렸다가 중학교 선생님의 실수로 원서 지원 시기를 놓쳐버리고, 그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제 마음속에는 반드시 과학고에 간 애들보다 잘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카이스트 아니면 서울공대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점수가 나름대로 잘 나와서 서울공대 토목과에 지원해서 합격했습니다.

정말 합격한 이후로는 모든게 좋았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저 나름대로 과에 대해 자부심도 있었고
학교도 유명하다 보니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허나 그러한 환상은 몇 달 다녀보니 우르르 무너졌습니다.

주위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의대열풍. 뭐 그런건 참을 수 있습니다. 제 소신대로 온 거니 뭐라해도
답할 자신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주위에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차차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선배들을 만날때마다 하는 얘기가 취직걱정이다 그러고.
보는 뉴스마다 그런 소식을 떠들어대고..

더군다나 얼마전에는 저희 과 친한 선배로부터 고시를 준비하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이 길로 가서는 길이 없다 그거죠.

선배들 말을 두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답니다.
1. 일찌감치 고시나 자격증 준비해서 취직걱정 안 하게 해라.
2. 수능 다시 봐서 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로 가라..

으음.... 과에 남아있어서 잘 된다는 선배 한명 없더군요.

물론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디 과이든지(의치약한 제외) 취직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압니다. 허나 공대는 그 노력에 비해서 그러한 것도 훨씬 적을 뿐 아니라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는데서 오는 문제이겠지요.

정말 고민이 됩니다. 어찌보면 1학년이 이런 걱정 할게 아니라 4학년 졸업생이 해야할 이야기인지
몰라도 적어도 저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 결정을 해야할 고민이기에.. 1학년때 어찌 해야할지 방향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솔직히 지금 저 공부가 잘 안되서 그렇습니다.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그런 환상들의 무너짐을
느꼈고, 공부해서 이게 어디에 써먹는지. 이래서 학점 잘 따서 어디로 간다는것을 알 수 없는 상황
에서 열심히 하기가 무척이나 힘들군요.

제가 고민하는 것은 저 위에 있는 두가지 방법하고 거의 동일합니다.

수능을 다시 봐서 의약계열로 가야할까
아니면 자격증(저 같은 경우 감정평가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과 전공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군요. << 교수님 말씀) 을 지금부터 노려야 할까....

이 곳에 오신 분들은 모두 다 이공계 출신이시고. 거의 다 사회에 진출해 있는 분들로 압니다.
즉, 저에게 있어서 인생선배와 같다고 여깁니다.

이공계 학생의 고민이라 생각하시고 읽으셔도 되고,
아들뻘 되는 사람의 고민이라고 생각하시고 읽어도 됩니다.

여러모로 좋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 ankwar ()

      제 후배시네요.. 지환시.. 취직은 생각보다 잘 됩니다. 근데 비전이 별루 없어서..  선배들이 잘 추천해 주셨네요. 둘 중 하나 하세요.. 전 병특 1년차.

  • blood ()

      아 그 나이에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건 큰 다행입니다. 나이 다 차서 그런생각이 들면, 대략 낭패. 아무쪼록 깊이 생각하시고, 주위의 조언도 들어보시고, 사회돌아가는 것도 찬찬히 살펴보시고 좋은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 황인태 ()

      흠... 저도 토목과입니다.. 학교는 다르지만...^^ 선배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알겠지만 모 아직 1학년이면 다 믿으실건 몬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졸업까지는 아직 멀었고 군대다녀오고 어쩌구 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대한민국이 하도 요지경 세상이라서요...^^;; 다만 토목과가 다른 공과대에 비해 진로가 좀 다양하다는 (잡식성이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는건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공무원 진출도 폭이 넓구요... 나머지는 스스로 판단하시길...^^

  • 가가멜 ()

      토목과도 잘 되는 사람은 잘 됩니다. 그 비율이 극히 적어서 그렇지..^^; 건설경기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불황이라 토목과가 별 비젼이 없는 거죠. 경기가 나중에 좋아지면 70년대처럼 건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떼돈 버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올까요??^^;;;) 현재로서는 별 비전이 없네요. 참고로 수험생에게 인기좋은 건축은 토목보다 몇배는 더 심각합니다. 저도 토목과 나와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만, 제가 1학년이라면 학교 휴학하고 한의대를 한번 가보고 싶네요. 제꿈이 한의사였으니..^^ 좋은선택하세요. 때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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