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토목공학과 1학년입니다.

글쓴이
강제욱
등록일
2003-10-26 21:03
조회
10,7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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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합격한 이후로는 모든게 좋았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저 나름대로 과에 대해 자부심도 있었고
>학교도 유명하다 보니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 '과에 대한 자부심'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저는 그런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허나 그러한 환상은 몇 달 다녀보니 우르르 무너졌습니다.

---> 다들 그럽니다.

>주위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의대열풍. 뭐 그런건 참을 수 있습니다. 제 소신대로 온 거니 뭐라해도
>답할 자신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주위에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차차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
>선배들을 만날때마다 하는 얘기가 취직걱정이다 그러고.
>보는 뉴스마다 그런 소식을 떠들어대고..

---> 서울대도 취직 걱정 많이 하나 보군요. 저도 4학년떄, 친구들끼리 그 얘기 밖에 안했습니다.

>더군다나 얼마전에는 저희 과 친한 선배로부터 고시를 준비하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이 길로 가서는 길이 없다 그거죠.
>선배들 말을 두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답니다.
>1. 일찌감치 고시나 자격증 준비해서 취직걱정 안 하게 해라.
>2. 수능 다시 봐서 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로 가라..

---> 현명한 선배님들인 것 같습니다.

>으음.... 과에 남아있어서 잘 된다는 선배 한명 없더군요.
>
>물론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디 과이든지(의치약한 제외) 취직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압니다. 허나 공대는 그 노력에 비해서 그러한 것도 훨씬 적을 뿐 아니라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는데서 오는 문제이겠지요.
>
>정말 고민이 됩니다. 어찌보면 1학년이 이런 걱정 할게 아니라 4학년 졸업생이 해야할 이야기인지
>몰라도 적어도 저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 결정을 해야할 고민이기에.. 1학년때 어찌 해야할지 방향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전 그럴때마다 친구들과 술만 먹었습니다. 잔듸밭에서 퍼져 자고, 뒹굴고 --;;;;;

>솔직히 지금 저 공부가 잘 안되서 그렇습니다.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그런 환상들의 무너짐을
>느꼈고, 공부해서 이게 어디에 써먹는지. 이래서 학점 잘 따서 어디로 간다는것을 알 수 없는 상황
>에서 열심히 하기가 무척이나 힘들군요.
>
>제가 고민하는 것은 저 위에 있는 두가지 방법하고 거의 동일합니다.
>
>수능을 다시 봐서 의약계열로 가야할까
>아니면 자격증(저 같은 경우 감정평가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과 전공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군요. << 교수님 말씀) 을 지금부터 노려야 할까....

---->이미 모범답안을 알고 계시네요.^^;;;;

>이 곳에 오신 분들은 모두 다 이공계 출신이시고. 거의 다 사회에 진출해 있는 분들로 압니다.
>즉, 저에게 있어서 인생선배와 같다고 여깁니다.
>
>이공계 학생의 고민이라 생각하시고 읽으셔도 되고,
>아들뻘 되는 사람의 고민이라고 생각하시고 읽어도 됩니다.
>
>여러모로 좋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는 아니고, 연세대학 토목공학과 나왔습니다.
올 초에 졸업했으니까, 아직 사회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요. ^^;;;

제가 말씀드릴수 있는 부분은 저와 제 주변의 친구들의 사례이고, 따라서 전반적인
부분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도 다르니까, 더 다를 수도 있겠지요. 질문자께서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일단 저희과 졸업생들의 진로는

(1) 금융계
'어떻게 토목과 나와서 금융계로?'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졸업생만 2명이 있었습니다. 두명다 증권회사인데, 한명은 애녈리스트, 또 한명은 평범한 사원으로.......
이 둘다 경영 부전공하면서, 나름대로 빡세게 준비했습니다. 은행도 다른 여럿이 도전한걸로 아는데,
되지는 않았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2)IT
졸업당시에는 회사 잘 갔다고, 친구들한테 부러움을 샀는 데, 지금 IT업계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회사로, LG CNS, SK CNC 이고, 특히
SK CNC는 과 동문회해도 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냥그냥 다닐만 하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3)건설업회사가 아닌 회사
posco(posco 건설이 아닌), 현대 자동차, 대한항공(???) 이 있었습니다. 앞의 두 회사 간 친구는 시설부로 갔으니까, 건설회사에 다닌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지막 친구는 좀 의외였습니다.
시설부도 아니고, 기술부(?????)로 갔는 데 어떻게 갔는지는 별로 친하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 좀 튀는 친구이긴 했는 데....... 항공학원이라도 다녔나.....

(4)고시
기술고시 준비할려고 했던 애들이 몇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성에 질려서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애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공대생님의 선배들이 조언했듯이 토목쪽의
일을 계속 하시고 싶으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직접 국가적인 프로젝트들을
기안하고 관리하고..... 특히 언제나 계약서 상의 '갑'이다 보니 아쉬운 말하기보다 들을 일이
많습니다. 고시 통과해서 5급 공무원이 되면, 잘 아는 건설회사(현대니 대우, 삼성등등) 사장급들이
아쉬운 소리하며 접근 할 겁니다. 강추중의 강추 입니다. 하지만 월급은 좀..으흐흐흐

또 감정평가사가 있는 데, 이것도 상당히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것도 요즘 밥그릇 싸움땜시
말들이 많은 것 같네요. 한성고시학원 홈피나 다른 고시학원 홈피 게시판을 보시면서
한 번 분위기를 파악해보세요. 이것도 되면 되게 좋습니다. 알짜 직업중에 하나지요.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월 수입은 상당한 고소득에 들어갑니다.

변리사도 있는 데, 제 개인적인 의견도 그렇고, 업계에 있는 선배말을 들어도
토목쪽에서는 별로 비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변리사가 전공을 많이 보고, 같은
전공끼리 일을 독점하기 떄문에, 토목쪽은 별로 일이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특허 나올일이 별로 없죠?  전자나 화공계통이 아니라면,
특허 보다 다른 잡일만 죽어라고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만약 취직이 된다면..)

한명 특이한 애가 있었는데, 학부때 법학 부전공 열심히 하더니, 행정고시 준비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되면 기술고시 되는 것 보다 더 좋겠지요.

(5)시공회사 및 설계회사
제일 밑에 있듯이, 강력 비추중의 하나입니다. 소위 말하는 '노가다'하는 곳입니다.
박봉에 야근에, 현장에 있으면 산골 오지에 짱 박히고......체질에 따라서는 이런걸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저랑 가장 친했던  친구들--;;;;;;) 지금은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어서,
연락도 잘 안 됩니다.
저의 학번은 '탈토목'이 화두 였었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가 현장생활하기가 싫어서 입니다.
3학년때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방학동안 잠깐씩 회사 생활을 하는 데, 이거 하고 와서
애들이 모두 탈토목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현장생활이 정말 안 맞았습니다.
그래서 '탈토목'대열에 합류 --;;;;

(6)대학원진학
--;;;;;;;;;;;;;;;;;;;;;;;;;


지금 1학년이라고 하셨는데, 토목쪽을 확실히 버리실 생각이 아니거나, 고시준비를 할려면
대학생활을 좀 즐기라고 권해고 싶습니다. 인생의 그와 같은 황금기가 또 언제 오겠습니까?
고시준비로 마을을 굳힌다면 2학년부터 해도 되고, 아니면 군대 갔다와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시 준비는 군대 갔다오고 나서 준비하는 것이 신경쓸일도 없고 여러모로 좋습니다.
나중에 군입대 연장때문에 신경 무지하게 쓰게 됩니다.
미팅, 소개팅도 열라게 하고, 친구들하고 술 진탕 마시면서 같이 쓰러지고.....지나고 나면
정말 값진 추억이 됩니다. 그때 사귄 친구들과는 평생친구들이 되기도 하고....

의대로 다시 진학하는 건 이미 많은 분들이 조언을 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더 하지는 않겠습니다.
게시판을 검색해 보시면 많은 글들이 있을 겁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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