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major job versus minor job

글쓴이
보통상식
등록일
2002-09-10 11:3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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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건

백수님께서 내신 주제에 대하여 임호랑님의 댓글과 관계되는 주제로 틈새의견을 내겠습니다. (그러면 이 글도 두 고수님의 글 틈새에 실리겠죠)

상식적인 이야기만 쓰겠으며, 사실 볼만한 내용은 본문중의 이야기 두편 뿐입니다.


먼저 가벼운 동화 하나.
옛날 어느 나라의 오지의 국경에 조그만 다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느날 장군이 이 다리의 전략적인 가치, 즉 밀입국자의 발견이나 전쟁발발시 조기경보의 기능에 착안하여 경계병을 주둔시키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오지라서 대규모의 군대를 상주시킬 수는 없어 2명의 병사를 보내어 2교대로 근무를 서게 했습니다.
수주후 자신의 판단에 만족한 장군은 그 병사들을 지휘할 하사관을 1명 보냅니다. 그러자 tent생활을 하던 병사들은 비번시 하사관의 오두막을 지어야 했습니다. 수개월후 새로운 장군이 부임하자 그는 보다 수준높은 보고서를 받아보기 위해 장교를 파견합니다.
장교는 부임하면서 장교대우법에 따라 전속요리사와 전속부관, 마구간지기를 데리고 도착하였고 2명의 병사는 근무를 서지 않을 때 장교를 위한 벽돌집과 마구간을 자기들의 tent옆에 지어야 했습니다.
매주 토요일에 ‘극오지국경아주중요교량경비단장’인 이 장교가 개최하거나 참석하는 파티가 열렸고 비번인 병사는 이 보고서 작성자를 위해 파티준비를 하거나 파티장 경비를 서야 했습니다.
세월은 흘러가고 초병이 도착한 이후 수년간 이 다리에서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새로 부임한 장군은 경비절감을 이유로 인원을 20% 감축하도록 지시합니다. 그리하여 경비단장은 2명의 초병, 하사관, 요리사, 마구간지기, 후에 도착한 이발사, 피아니스트, 재단사, 정원사중에 “제일 할일이 없는” 2명의 병사를 자르기로 결정하고 두 병사는 자기들의 tent를 등에 지고 떠나야 했습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파티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이야기지?)



요새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느 연구소에서 일어 났으리라고 추정되는 사건입니다.
12월, 내년 예산에 복사지 10박스 신청하는 경우 그쪽에서는 전년도 사용실적을 요구합니다. 그걸 보내주면 일별/월별 사용실적 및 이면지 사용현황과 파지발생률, 복사기의 가동 및 정비시간표를 요구하며, 이것도 해줍니다. 그러면 상사 지시라며 다시 복사물의 연간 list를 요구합니다. 박사가 제목 불러 주면 석사가 typing하고 그 옆에 다른 덩치좋은 박사가 file들을 날랐습니다. 며칠 날밤새워 수십장짜리 list를 print로 뽑아서 보내 주면 word가 아니고 아래아한글로 짜라고 되지도 않은 표 만들어 보내 옵니다. 해줍니다. 몇주후 내년도 예산절감을 위해 복사지 소비량을 1/2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포기할만 하면 3월말쯤에 복사지 타가라고 전화옵니다. 이렇게 그들은 복사를 합니다. 얼마후 한 연구원이 모나미 볼펜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key point : 박석사 인건비, list 출력용 종이, 잉크비, 가장 중요한 연구원의 사기저하.  versus  복사지5박스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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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부서와 단순기능직이 아직도 아웃소싱되지 않았다면 관련 장들을 직무유기로 문책해야 합니다. 그러한 업역의 존재 또는 비대함이 가지는 문제는 단순한 인건비의 과다지출이 아니고 그 단체 본연의 목적에 역행하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위의 연구소의 경우 소 본래의 목적은 연구개발이나 부가가치창조이므로 연구원으로 하여금 본일을 하도록 하고 지원부서는 그들을 문자그대로 지원하도록 해야 합니다. 상식이 있는 연구소장이면 그럴리가 없죠.
조직의 장이라면 major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연구소면 연구원이, 다단계회사면 제조보다는 sales man이, 술집이라면 얼굴마담이 ^^ 주라는 겁니다. (동동주집에서는 좋은 동동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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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나 입장이 충돌하는 경우 자신이 있으면 major의 위치에 서도록 해야 합니다.
경쟁에서 살아 남을수 있는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며, 너무 많은 개발비와 때늦은 출시는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개발과 자금담당자간에 의견의 충돌이 일어 납니다. CEO와 기획담당자는 이것을 조절하겠죠.
개발과 자금간의 주도권은 '주는 돈만큼 만들어봐라' 하는 경우와, '이정도 해야 하니까 얼마를 준비해달라' 하는 것으로 양립될수 있겠죠. 둘만의 이야기일 때 어느쪽이 유리하겠습니까? 물론 현업에서는 위에 든 예와는 틀리게 상황이 발생하며 대인관계와 CEO style, 관례, 그날의 날씨와 담당자가 전날 부부싸움을 했던 것 등 변수가 많고 복잡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1. 자신의 업무에 정통해 있어야 한다.
2. 자신의 업무와 연관된 타업무에도 정통해야 한다.
3. 순발력과 재치, 말빨(!), 대인관계 등 인간사의 모든 것이 다 관계된다.
4. 마지막으로 일반적으로는 계급 및 보직이 결정한다.

글로 표현하기는 힘들군요. 0.02M

P.S. 임호랑님의 댓글에 리플이 많이 달리기 전에 이 글을 구상했었습니다. 읽으시는 분은 참조하시길…

  • 임호랑 ()

      먼저 전 고수 아니고요.... 그 동화를 지어내셨나요? 기가 막히게 이공계 기관들을 잘 묘사하셨네요. 근데, 막 자르다보니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아세요?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하는 사무원/행정직원을 연구조직에서 떼어내어 통합지원조직을 만들어 '효율'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위의 예에서 든 것이죠. 요점은, 연구책임자(PM)에게 지원인력을 직접 붙여주고(part time이 많음) 근무실적을 평가하게 하는 것입니다. 외국 회사가 잘 돌아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이게 잘 안되고 있는 대부분의 국내 연구기관/대학들은, 기관장이나 부서장이 연구행정에 무능해서입니다. 이거 제대로 하려면 장난이 아닙니다. 진짜 효율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행정업무를 줄이고 연구개발(정책)업무에 집중할 것인가를 경영목표로 정해놓

  • 임호랑 ()

      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행정이 줄었는가, 규정이 얼마나 간소화되었는가, 서류가 얼마나 줄었는가 등으로 감사도 하고, 경영평가도 해야합니다. 단순히 행정직 줄이고, 행정직만 탓해서는 안됩니다. 여기에는 무능한 이공계 기관장, 부서장이 있습니다.

  • 보통상식 ()

      아이디어는 10-20년전 어느 hard copy에서 본 아마도 구소련의 사회주의 체제를 풍자하는 것으로 기억되는 3줄짜리 글에서 차용했습니다. 문득 그게 생각나서 동화를 만든거죠. 그당시는 씨익 웃고 말았는데 사회물을 먹다보니 내가 사는 나라가 그렇더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이란……

  • 보통상식 ()

      객관적인 평가방식의 중요성 인정하며,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역시 leader를 잘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군요. 잘키운 장 하나 열 졸 안부럽다.

  • 백수 ()

      엄청 재미난 글입니다. 러시아 관련 우스개 소리를 미국서 듣고 읽고 하면서, 낯간지러웠던 적이 많았지요. 그래서, 우리민족의 DNA 는 여전히 19 세기 봉건주의의 잔재를 가지고 있음을 알았고, 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밀리게 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 백수 ()

      사실, 국제사회에서 신뢰도를 얻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 국민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행동이 합리적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멀쩡한 기업 사기꾼에게 팔아 넘긴다고 신뢰도가 올라가는게 아니죠. 그런건 일종의 뇌물인데, 장사꾼 월스트릿 넘들에게는 통하지않습니다. 그넘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영혼이 없는 넘들이거든요. 돈에 눈이 달려있지 않습니다.

  • 백수 ()

      저는 공적자금 퍼다가 외국인들에게 갖다바치고, 뒤로는 온갖 부정을 일삼으며, 패거리 배불리기에 전전하던 넘들의 가증스러움에 치를 떱니다. 그넘들의 머리속에서 나온 생각이 천명 유학보내자는 것이죠. 오호통재라.

  • 보통상식 ()

      '국제사회에서 신뢰도를 얻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 국민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행동이 합리적으로 변화'라는 표현 저의 의견과 완전히 같습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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