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바이오석학 대담①] 日 게놈연구 주도 사카키 교수

글쓴이
준형
등록일
2002-10-0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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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인간 게놈(genome) 연구가 내년이면 100% 완성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게놈 정보를 이용해서 바이오(생명공학)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한창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혁명에서는 뒤졌지만,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미래산업의 핵심이 될 바이오기술혁명에서는 반드시 강국(强國)으로 우뚝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지는 충북 청주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석학들을 만나 생명과학의 미래를 진단하고, 우리나라가 바이오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어보는 연쇄 좌담회를 마련했다.

첫 번째 순서로 일본의 게놈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도쿄대 사카키 요시유키 교수를 ‘21세기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유향숙(兪香淑) 단장이 만나 게놈 연구의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유향숙 박사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이제 거의 끝나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국가별로 어떤 연구가 추진되고 있나?

▲사카키 요시유키 교수 =인간게놈프로젝트 연구팀은 내년 4월쯤 인간의 게놈연구를 100% 완성했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인간게놈프로젝트는 2005년에 완성될 예정이었지만 그동안 바이오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2년정도 앞당겨진 셈이다. 앞으로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쏟아져나온 유전정보를 가지고 실제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향후 게놈관련 연구는 당연히 질병진단과 예방의학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능유전체학(유전자 기능을 찾는 연구)·비교유전체학(생물 간 유전정보를 비교분석하는 연구)·바이오인포매틱스(컴퓨터를 이용해 유전정보를 찾는 연구)·프로테오믹스(인간에게 유용한 단백질의 기능을 밝히는 연구) 분야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post) 게놈프로젝트의 주요 연구분야다.

▲유 박사 =게놈연구와 포스트게놈연구의 차이점을 쉽게 설명한다면?

▲사카키 교수 =게놈프로젝트는 사람의 유전정보를 수치적으로만 얻은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염기서열만 죽 늘어선 일종의 난(亂)수표에 해당한다. 게놈연구 이후의 과제는 이처럼 난수표 같은 염기서열 중 의미있는 부분을 어떻게 찾아내고, 그 결과를 사람이나 생물체에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다.

▲유 박사 =포스트게놈 연구는 결국 3만~4만개 수준으로 알려진 인간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기능을 확실하게 규명하는 연구라고 말할 수 있다.

▲사카키 교수 =그렇다. 이와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다른 생물체 간의 유전자를 비교해서, 생물체마다 고유한 유전자를 찾아내야 한다. 현재 사람과 비슷한 침팬지를 비롯해서 다양한 생물체에 대한 게놈연구를 병행하는 것도 생물체의 고유 유전자를 찾기 위한 작업이다. 현재 전체 유전자 중 30~40%를 찾아냈고, 이중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는 1000여개에 불과하다.

▲유 박사 =포스트게놈프로젝트의 연구결과를 통해 향후 사람들의 실생활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나?

▲사카키 교수 =당장 신약개발 기간이 당초 10여년에서 5년 정도로 대폭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의 유전자 기능을 비교분석하게 되면 개인별로 고유한 유전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개인별 고유 유전정보만 알 수 있다면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맞춤치료가 가능하다. 또 새로운 유전자 기능을 찾아내면 심장병·암·당뇨병 등 주요 질병에 대한 확실한 예방법과 치료법도 나올 것이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될 것이다. 바이오산업은 이러한 이유에서 폭발력을 지닌 미래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유 박사 =일본은 바이오산업의 발전전략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가?

▲사카키 교수 =일본의 미래산업 전략은 한마디로 BT(생명공학기술)·IT(정보통신기술)·NT(나노기술)·ET(환경기술)이다. 이중 일본이 향후 포스트게놈연구에 쏟아부을 연구비는 대략 6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은 이 돈으로 사람과 사람 간, 사람과 침팬지 간 유전정보를 비교분석할 것이다. 또 일본 고유의 식물이나 동물들의 게놈을 연구하고, 아시아인에게 고유한 유전자를 찾는 작업을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할 생각이다. 미래 바이오산업의 토대가 되는 기술을 축적하겠다는 전략이다.

▲유 박사 =그동안 미국과 영국이 인간게놈 연구를 주도해왔는데, 한국이 앞으로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카키 교수 =바이오연구는 막대한 돈과 수많은 연구인력이 확보됐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연구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전 세계 과학자들과의 공동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전 세계 흐름에서 뒤처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제반적인 토대 위에 한국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한국은 반도체 기술이 뛰어나니까, 반도체 기술을 바이오 기술에 접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한국의 IT와 BT를 융합시키면 값싸고 정확성이 높게 유전자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 박사 =이번에 오송바이오엑스포가 열림으로써 향후 한국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뭐라고 생각하나?

▲사카키 교수 =이번 엑스포에 청소년들이 많이 왔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일본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청소년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바이오교육의 장을 제공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전 세계에 한국의 바이오기술 수준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 박사 =이미 바이오기술은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이오기술이 미래산업의 핵심이 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카키 교수 =바이오기술은 단지 의학계의 신약개발에만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게놈연구가 완성되면 이미 확보된 유전정보를 토대로 하는 바이오관련 연구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바이오기술이 가지는 엄청난 파급효과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車秉學기자 swany@chosun.com )


◆게놈이란?/ 생물 유전정보…인간은 염기 30억개로 구성

게놈(genome)은 문자적 의미로는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두 단어를 합성해서 만든 말이다. 생물학적 개념으로 게놈은 생물체에 담긴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인간 게놈이라는 말은 사람의 종합적인 유전정보를 일컫는 말이다.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체는 세포다. 이들 각각의 세포 핵에는 23쌍(46개)의 염색체가 존재한다. 유전정보는 바로 이 염색체에 담겨 있다. 이 중 나선형의 DNA로 이루어진 23쌍의 염색체 세트에 담긴 유전정보를 총칭해서 게놈이라고 부른다. 인간게놈은 3만~4만개의 유전자와 이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로 구성돼 있다. 즉 인간게놈에는 사람의 생로병사(生老病死)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HGP)는 미국과 영국의 주도로 8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인간게놈을 구성하고 있는 30억쌍의 염기서열을 모두 찾아내고, 이 중 유전자가 포함돼 있는 염기서열을 골라내는 연구를 말한다. 일종의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내년에 끝나면, 생명과학자들은 인종별·국가별 고유 게놈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사카키 교수를 중심으로 아시아 10여개 국가의 생명과학자들은 올 초 ‘아시안SNP컨소시엄’을 구성, 아시아 사람들만의 고유한 유전정보를 찾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울산대 의대 송규영(宋奎影) 교수는 “아시아 사람들의 고유 유전정보를 찾아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든 의약품을 아시아 사람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車秉學기자)


◆사카키 요시유키 교수 약력 △일본 도쿄대 교수 △신경계 질환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세계최초로 인간의 21번 염색체 해독 △현재 인간게놈기구(HUGO) 회장, 일본 인간게놈 프로젝트 리더, 침팬지국제공동연구 컨소시엄 리더.

◆유향숙 단장 약력 △미국 피츠버그대학원 분자생물학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간유전체연구사업단장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과학기술부 ‘21세기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단장.

  • J. Simon Shim ()

      해당 기사 보았는데, biology하시는 분들만 초대되고 정작 "공학" 부문의 대가로 분류되는 분들은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현재 오송 바이오 엑스포를 주관하는 분들이 주로 생물학 등의 싸이언스 부문 연구하시는 분들이라 그런 가보죠? 암튼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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