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부의 과감한 축소와 전문대학원 체제, 현실적이며 명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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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n
등록일
2004-05-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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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부의 과감한 축소와 전문대학원 체제, 현실적이며 명분도 있다. 
 
김진석 
 
1. 우리는 일단 ‘서울대 학부 개방’이란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꼭 거기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치 그것이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유일하고 또 최선의 방안인 것처럼 우리 스스로 세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선의 좋은 전략, 협상이 가능한 전략으로 여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더 나아가 우리가 서울대 개혁에 대해 최종적이며 최선의 방법을 발견했고, 이것은 타협의 대상이 결코 아니라는 인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우를 범할 필요도 없을 터이다.


또 지역 할당제와 대학별 할당제의 도입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서울대 학부 개방안을 유일한 대안으로 설정할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전략으로 생각하자. 학부 없는 대학원 체제는 기형적이어서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점도 있지만, 대학원 교육이라는 것이 실제로 개인들의 경쟁을 전제하는 직업교육인데, 여기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서울대학이 집중할 필요가 있는가?


또 서울대가 돈과 권력의 중심에 있다면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바뀌어도 문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서울대가 경영대학원, 의과대학원, 사업대학원, 사범대학원 등등의 직업적 특수 대학원만 키운다는 것도 기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따라서 대학원 중심의 서울대학에서 오히려 대학교육의 공공성이 위축되지 않을까?



이 점에서 개방안과 동시에, 기초학문(인문대, 사회대, 자연대)만 학부(500-600명 정도)로 남기고, 나머지는 대학원으로 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정도만 해도 서울대 측으로부터의 강한 저항이 예상되며, 따라서 특단의 결단이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과감한 학부축소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반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들 학부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초학문 연구자를 육성하는 공공적 목적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이들 기초학문 연구자가 사회적 학벌을 조성하는 주범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지금 서울대 출신들이 학벌을 조장하는 이유 중 하나도 선발 인원이 많다는 데 있다. 500-600명 정도만, 그것도 기초학문 분야에 선발하면 과거와 같은 학벌의 폐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2. 서울대 학부를 없앨 경우 사립대들(연대를 필두로 고려대 등)이 약진할 것이라는 염려가 충분히 근거 있다고 여겨진다. 이럴 경우 자칫하면 공교육 강화라는 목표도 훼손될 수 있다. ‘서울대 개방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연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는 그에 대해 지역할당제와 고위 공직자 대학 할당제가 있기에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독점적인 폐해는 없을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말 지역할당제와 고위공직자 대학 할당제(혹은 상한선) 이 도입된다면, 굳이 ‘서울대 학부 개방안’을 움직일 수 없는 목표로 주장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더구나 이제는 사회적 기득권을 가진 서울대 출신들이 단순히 계속 서울대 체제를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일 수도 있다. 오히려 미국식의 사립대 체제를 선호할 것이라는 게 충분히 근거가 있다.


이미 그들이 부를 소유하고 있다면, 미국식의 아이비리그를 선호하지 않겠는가? 아주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실질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갖춘 특권적 체제를 그들이 원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서울대 학부 폐지 방안’은 가난한 수재들을 위한 공공적 고등교육의 기회를 없앰으로써, 오히려 이들 기득권층의 이익을 반영하거나 심지어 대변하는 결과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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