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반평준화론' 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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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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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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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반평준화론' 에 대한 반론


이병호
'학벌없는사회'사무처장







지난 1월 12일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김대중 주필은 ‘평준화가 나라 망친다’라는 제목으로 평준화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전개하였다. 김 주필은 이 글을 통해서 현재 공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개진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현재 공교육의 위기를 더욱 난관으로 몰게 될 매우 우려스러운 주장으로 여겨진다. 오히려 평준화는 공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고 올바른 교육현실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김 주필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우선 김 주필은 평준화가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오고 있으며 나아가 나라의 기본을 흔들고 있다는 진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심지어 김 주필은 평준화를 최근의 각종 게이트와 같은 부정부패 사건들보다 나라의 기본을 흔들고 있는 요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주필은 어째서 이렇듯 평준화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을 개진하고 있는 것인가?


김 주필이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그가 보고 있는 교육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즉, 김 주필은 교육의 목적, 혹은 공교육의 본래 목적을 우수한 인재 양성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교육에서의 경쟁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나가기 위해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다. 김 주필은 이렇게 쓰고 있다.

“교육이란 지성의 훈련이다. 인간에 내재한 지성을 깨워서 올바르게 연마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훈련과 연마의 핵심과정은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교육에서 경쟁을 제거한다면 무슨 방법으로 교육을 수행할 것인가.”

김 주필의 주장은 여기서 두 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교육은 경쟁을 통해서 본래 목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 때의 경쟁은 당연히 상대와의 경쟁인 것이다. 심지어 김 주필의 표현처럼 경쟁은 '투쟁'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한 자와 패배한 자가 구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러한 경쟁이 과열되는 것 또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모든 경쟁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만사가 장단점이 있듯이 말이다. 과열도 있을 수 있고, 때론 부정도 있을 수 있으며, 때론 빈부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둘째, 교육이 경쟁으로 점철되어질 때 결국 그것이 국제적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를 통해 세계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금 우리 교육의 부진과 공교육의 붕괴 위기는 훗날 한국을 세계의 경쟁 무대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김 주필의 관점에서 볼 때, 평준화가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교육이 경쟁을 통해서 수행된다는 김 주필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평준화가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평준화에서도 경쟁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평준화 이전에 경쟁을 보는 관점이다.

김 주필은 경쟁을 상대와의 경쟁으로 이해하고 있다. 마치 세계화 시대의 국가 상호간의 경쟁이 생존경쟁인 것처럼, 내부적으로 교육에 있어서도 상대방과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서 다시금 국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많은 상대와의 경쟁에서 우뚝 선 학생이 결국 우수한 인재임을 확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이 진정 상대와의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김 주필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할 때, 남들에게 이기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과연 김 주필의 말대로 나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 그런 인재들이 과연 현재와 같은 부정부패 없이 우리 모두를 위한 나라의 일꾼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진정한 경쟁은 자신과의 경쟁이다. 공부를 하는 학생들 역시 공부와의 경쟁, 즉 공부를 하는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지, 단순히 남을 이기기 위해서 하는 공부일 경우에 공부 그 자체는 부차적인 것이 되기 마련이다. 지금 공교육 황폐화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남보다 뛰어나기 위해 입시준비에 밤을 새우고, 부모들은 그토록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 부으며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김 주필의 기대와는 달리 모두를 생각해보지 않고 경쟁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은 현재의 승리에 안주하거나 좀 더 안정적인 자기 입지를 위해 분주한 수준에 머물 뿐인 것이 현실이다.

남과의 경쟁이 아닌 지식과의 대결,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의 학문과의 대결, 이와 같은 본래의 공부를 학생들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남과 경쟁해서 이기기 위한 공부는 단순한 경쟁일 뿐, 공부는 아니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남과 비교되어 평가받는 현실로부터 자유롭도록 해주어야 한다.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평준화 정책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단순히 모두가 평등한 교육여건에서 공부하도록 하는 것을 넘어서 불필요한 경쟁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지 못하는 불행한 교육현실이 도리어 나라의 경쟁력을 막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공부하는 현실, 또한 좀 더 확실한 장래를 보장받기 위해 명문학벌에 들어가고자 하는 현실이 우리 교육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쟁이 이제 한계에 치달아 소위 ‘계급투쟁’이라고 할 만큼 과열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입시경쟁의 현주소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평준화를 폐지하자는 김 주필의 주장은 사실상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 뻔한 계층을 대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보통 교육은 모두를 위한 것이며, 또한 그래야만 할 것이다. 비록 현재의 평준화 정책만이 이를 위한 전부일 수는 없을 테지만 교육 정상화를 위한 다른 조치들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정책임에는 분명한 것이다.


 

  • Simon ()

      다 좋은데요, 개인적으로 미국의 Fox 방송처럼, 지금의 좌파 및 개혁파들의 의견을 계속 방송해 줄 수 있는 Cable 방송을 설립했으면 해요. 아니면 오마이뉴스 같은 신문의 오마이 TV를 공중파 또는 케이블에 연결시켜서, 한국판 Fox News를 만드는 것이죠 (좌파들 위한). Fox가 부시에 충성하는 1/10만큼만, 실력 행사를 하는 방송국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스런 우리 개혁 여당이여, 앞으로 최소 90년간 (3세대)은 계속 집권해 주기를. 30대가 살아있을 동안 광화문의 언론사 빌딩들이 문을 닫는 꼴을 꼭 보고 싶습니다. 조국 통일에 이은 단 하나의 소망은 수구 대표신문의 혁명적 개혁 혹은 폐간 입니다. 그 날은 꼭 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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