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평준화의 의미와 실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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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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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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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평준화의 의미와 실현전략

김상봉(학벌없는사회, 정책위원장)

1. 평준화의 의미
교육이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의 기제가 되어 있는 사회에서 학교의 평준화를 추구하는 것은 차별 없는 사회를 추구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 평준화 운동은 한국사회의 근본적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운동으로서 단순한 교육운동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정치투쟁이다.
교육이 가장 본질적인 사회적 차별의 재생산장치로 기능한다는 것은 한국사회 특유의 현상이다. 근대적 공교육을 선도한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도 부르디외가 말하듯이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의 기제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미 여러 나라의 경우 공교육이, 보다 극단적 형태로 악화될 수도 있는 사회적 불평등을 그나마 완화시켜주고 공교육의 혜택이 없었더라면 어렸을 적부터 사회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었을 사람들에게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또한 이런 교육의 목표가 하나의 사회적 합의로서 추구되고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재산과 권력은 집중의 경향을 가지는 까닭에 한 사회 속에서 부와 권력의 격차는 방치될 경우에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바람직한 사회에서 공교육은 이상은 한마디로 말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빈부귀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동등한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성세의 사회적 불평등이 자녀세대에게 대물림되고 또 확대증폭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점에서 볼 때 한국의 공교육은 근본 철학에서부터 잘못되어 있다. 이 나라에서 공교육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국민의 평등한 자기실현을 위한 장치였던 적이 없었다. 도리어 교육이란 국민들 사이의 차별과 불평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옛적 과거시험부터 교육이란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쳐서 출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런 전통은 지금에 와서도 요지부동 변치 않아서 오늘날의 학벌체제에서 보듯이 교육이란 남보다 좋은 대학가서 남다른 부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의 장치일 뿐이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공교육 체제란 사회적 평등과 통합의 장치가 아니라 정반대로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장치였던 것이다.
생각하면 이것이 한국의 모든 교육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너무도 오랫동안 교육이 불평등의 재생산장치였던 까닭에 대다수 사람들은 교육이 평등과 사회 통합의 장치여야 한다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하고 도리어 교육을 통한 불평등을 당연하고 자명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하여 교육을 통해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을 지양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로지 교육을 통해 벌어지는 생존경쟁에서 어떻게 하면 남을 이기고 앞설 수 있을까 하는 궁리만 할 뿐이다. 이러다 보니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은 교육을 사회적 총체성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오로지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바라볼 뿐이다. 이런 시각으로부터 교육에 대한 건전한 조망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공교육이 끊임없이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이 차별과 배제의 장치라는 통념에 더하여 이즈음에 와서는 맹목적인 경쟁논리와 시장논리가 제법 그럴듯한 이론의 탈을 쓰고 급속히 유포되고 있으며 정부의 교육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경쟁이란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시켜주는 가장 좋은 처방이므로 교육 역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보다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경쟁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구별하고 또 차별한다. 그리하여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에 따라 다시 교육을 통한 경쟁과 불평등이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숭배된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철학적 원칙에서부터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사고방식에 너무도 깊이 젖어 있으며 이것이 또한 현실적 제도와 정책으로 객관화됨으로써 다시 사람들의 차별과 불평등의식을 강화하는 악순환 속에 빠져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이 제어되지 않고 방치될 경우 한국사회의 건전한 사회적 통합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때 한국이란 나라는 플라톤이 말했듯이 겉보기에만 하나의 나라일 뿐 실질적으로는 가진 자들의 나라와 못 가진 자들의 나라로 양분될 것이며, 그 결과 치명적인 계급투쟁을 피할 수 없게될 것이다.
학교 평준화운동의 본질적 의미는 그것이 한국사회의 이런 불평등주의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운동이라는 데 있다. 그것은 사람들 사이의 차별과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교육의 영역에까지 확대·강화하려는 모든 계급주의적 세계관에 맞서 교육을 통해 도리어 평등과 사회적 통합을 추구하려는 운동이다. 교육이 불평등의 장치이고, 어떤 사람의 출신학교의 서열이 사회적 신분의 격차로 곧바로 이어지는 나라에서 학교평준화 운동이란 단순한 교육운동이 아니다. 도리어 그것은 불평등하게 서열화된 사회체제를 평등하고 차별없는 사회를 향해 혁신해 나가려는 가장 철저한 정치적 운동인 것이다.
2. 학교평준화운동의 기본전략
1) 평준화운동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학교평준화가 가진 사회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바탕 위에서 운동의 방향이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학교평준화운동은 우리 사회에 사회적 평등과 연대의 기틀을 만들어나가려는 운동이다.
2) 학교평준화의 틀을 수세적 입장에서 지키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철학과 원칙에 입각하여 평준화를 공세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자립형 사립고의 도입과 확대를 막는 것은 물론, 비평준화 지역을 평준화 지역으로 바꾸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하며, 평준화지역에서도 현실적으로 평준화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는 각종 특목고를 폐지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3) 중등학교의 평준화해제에 대한 요구는 최종적으로는 서열화된 대학체제와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 현재 고교평준화가 위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이 평준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서열이란 그 자체로서 학벌에 의한 차별을 낳는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중등학교의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점에서도 시급히 타파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고교 평준화를 지키고 확대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서열화된 대학들을 평준화시키기 위한 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4) 시장경쟁이 평등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학교가 시장과 같아지면 평준화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학교평준화 운동은 교육 공공성의 확장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초·중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의 경우에도 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5) 학교평준화와 교육공공성의 확대가 교육의 획일성과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의 박탈로만 나타나지 않도록 학제를 다양화하고 대안교육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대학평준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과제
1) 국립대학 중심의 평준화를 추구함.
① 국립대학들의 공동전형 공동선발
② 국립대학의 경우 불가피한 학과를 제외하고 정원개방. 이를 통해 사립대학을 점차적으로 국립대학의 울타리 속으로 흡수.
③ 서울대 학부의 개방과 대학원대학으로의 개편
④ 국립대학 무상교육 실현
2) 권력독점의 제도적 제한
① 국가고시의 지역할당제와 일정 비율 이상의 독점 제한제 실시.
② 행정고시의 경우 지금의 5급 채용시험을 폐지하고 7급 선발시험으로 대치.
③ 임명직 관료의 경우 일정비율 이상의 독점을 제한하고 학벌안배를 제도화함.
3) 학벌차별 금지
① 입사원서 학력란 없애기.
②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서나 학사장교 선발 때 수능성적을 기준 삼는 것을 금지할 것.
4) 대학입시의 근본적 혁신
① 우수 학생을 독점하려는 개별 대학의 욕망이 대학 서열화의 출발점이므로, 개별 대학 단위의 신입생 선발 방식 자체를 지양해 나가야 함.
② 국립대 학생 정원 개방을 통해 선발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나가야 함.
③ 수능시험은 대학입학을 위한 자격고사로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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