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갇힌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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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TION
등록일
2004-07-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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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동물들이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절정이고, 광고도 동물이 출연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동물관련 직업과 산업도 번성하고 있다.
그러면 동물들이 이전보다 좀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을까 아무래도 별로 그런 것 같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동물은 말 그대로 ‘애완용’일 뿐이다.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장난감처럼, 키우다가 귀찮으면 버릴 수도 있는 애완동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기가 나빠지면 버림받는 개들이 크게 늘어난다.

그렇지만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사람처럼 엄연히 다치면 아픔을 느끼는 신경감각이 있고, 갇히는 것을 싫어하며, 호·불호가 있는 생명체다. 그러므로 동물들도 생명체로서 합당한 존중을 받아야 하며, 필요없이 고통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데에 누구든지 동의한다. 그럼에도 동물들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아무런 제약 없이 이용되는 물건처럼 취급되는 예가 다반사다.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 조금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 왜 우리는 동물에 대하여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을까.

어쩌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동물원에 있는 것은 아닐까 동물원은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여러 종의 동물을 생에서 가장 먼저 접촉하고 동물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게 하는,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릴 때 동물원에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동물에 대해 지니게 되는 태도는 대부분 평생토록 유지될 것이고, 이러한 각 개인의 경험이 모여서 우리 사회의 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관점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동물에 대한 시각 형성에 동물원은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대부분 동물원에서 동물들은 충분하지 못한 공간에, 동물들의 자연서식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시멘트 바닥과 벽, 철창에 갇힌 채 많은 시간을 허공을 응시하며 하릴없이 보내고 있다. 누추한 우리 속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동물들도 존중받아야 할 엄연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고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신비함을 느끼게 될까. 아니면 동물들은 지저분하고 어차피 사람의 지배를 받아야 할 열등한 존재로 우리 의식에 각인될까. 많은 사람에게 후자의 느낌이 오히려 강하지 않을까 한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의 동물원은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형성하는 데에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더 기여하는 것이 된다.

실제로 이러한 동물원 경험이 동물을 인식하는 관람객의 시각과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외국의 여러 심리학자들에 의하여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1989년 미국 예일대학의 심리학자 스테펀 켈러트(Stephen Kellert)의 연구보고를 보면, 철창우리 형태의 추한 감옥 같은 동물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동물들에 대한 무관심과 공포심이 이전보다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살아 있는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유일한 공적 기관인 동물원의 사회적 책임을 특히 강조하는 결과이다. 즉, 적절한 방법으로 동물들을 관리하고 전시하지 못하는 동물원이라면,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인 태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서구의 동물원들은 수십년 전부터 동물들의 사육과 전시환경을 자연서식지 환경과 가깝게 조성하기 위한 여러 기법을 개발하였고 응용하고 있다.

많은 동물들의 운명이 사람에 의하여 결정된다. 동물에 대한 사람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형성되면 이들 동물들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러므로 동물원은 사람 사회의 동물에 대한 긍정적 의식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동물원 환경을 동물들이 본래 살았던 자연에 가깝도록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이항/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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