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준화 논쟁의 엽기성  >      진중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거의 엽기적인 사태가 벌어지고 있군요.

하나는 조선일보식의 반공주의 버전입니다. 평준화는 사회주의 정책이므로 포기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건 거의 꼴통 수준의 논리죠. 고교 평준화 도입하는 것은 박정희였지요. 그럼 박정희가 빨갱이란 얘기입니까? 게다가 전두환 시절에도 평준화였고, 노태우 시절에도 평준화였고, 김영삼 시절에도 평준화였습니다. 그럼 얘들도 줄줄이 빨갱이 정책 시행하던 빨갱이 정권이었나 보지요? 하여튼 누가 꼴통 아니랄까봐 이걸로 사설에다 지껄여 놨더군요.

또 하나는 평준화로 인해 실력이 저하된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웃기기 짝이 없는 얘기지요. 그럼 소수점 이하 자리까지 계산해서 줄줄이 서열화한 대학교육은, 어디 잘 나가고 있나요? 그 동네도 어차피 바닥에서 발발 기기는 마찬가지 아니던가요? 다른 나라들에선 대학까지 평준화해도 별 문제 없는데, 대한민국은 대학까지 서열화해도 문제가 있다면, 그럼 문제의 근원을 좀 다른 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문제는 입시위주의 교육에 있습니다. 소위 명문대학 나온 이들만 출세한다면, 저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 세끼만은 명문대 집어넣으려고 발악을 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애들은 애들대로 괴롭고, 부모는 부모대로 허리가 휘고, 학교는 학교대로 부실해지는 거죠. 입시위주의 교육만 하다 보니, 애들의 사고가 자유롭게 발전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엄청난 돈 들여 애들 돌대가리나 만드록 있는 겁니다. 사회적으로 학벌 간에 엄청난 소득격차가 있고, 또 학벌을 신분의 기호로 숭상하는 봉건적 관습이 남아 있는 한, 저 교육 망치는 광적인 교육열은 꺼질 수가 없는 겁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무분별한 시장원리의 도입니다. 지금 대학 가 보세요. 다들 돈 되는 과에만 가려고 합니다. 시장에서 1년은 조선왕조 500년이지요. 10년씩, 20년씩 앞을 내다보며 투자하는 사람들 없습니다. 투입해서 년말에 당장 이익으로 돌아와야 투자를 하지요. 이렇게 다들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순수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은 완전히 죽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영원히 하청업자 수준을 벗지 못하게 되는 거죠. 

시장경제가 그렇게 좋아요? 어차피 요즘 애들 학교가 아니라 다 학원이라는 시장에서 큰 애 아닌가요? 근데 애들 실력이 다들 그 모양이래요? 그렇게 사교육비 쳐들였는데 애들 학력이 저하된다면, 학교를 아예 시장으로 만든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또 평준화 없애면 가난한 집안의 애들도 서울대 갈 거라구요? 좆 디비지는 소리를 하라 그러세요. 그때부터 아마 가난한 입안의 애들은 고등학교도 못 갈 겁니다. 왜? 그때는 중학교서부터 고액과외 시키며 개x랄들 떨 테니까요. 그럼 중학교까지 평준화할까요? 그럼 뭐합니까? 그 다음엔 초등학교 때부터 개x랄들 떨 테니까요.

교육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입니다. 사회 자체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과 연동되지 않은 모든 교육정책은 백날 해 봐야 소용없는 겁니다. 교육 망치는 요인들은 교육 내부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이 미쳐버린 서열 사회에서 교육계로 입력되는 것이니까요. 어디 서울대 애들 학력만 떨어지나요? 듣자 하니 총장이라는 놈이 생각하는 수준도 그 모양이라고 하더군요. 이 분, 평준화 이전 세대지요? 저 꼴통 컬럼 쓴 돌대가리 조선일보 논설우원, 얘도 평준화 이전 세대지요?보세요. 교육의 실패는 그 시대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