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내박사 할당제를 실시하라

글쓴이
REVOLUTION
등록일
2004-07-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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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받을 때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개미떼 같은 유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신이 지도한 박사가 뛰어난 연구업적에도 불구하고 국내박사라는 이유로 교수 임용에서 매번 탈락하는 것을 지켜 볼 때도, 역시 외국으로만 향하는 유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우리 사회에서 유학의 의미는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열악한 교육환경으로부터의 도피나 선진 학문에 대한 동경이라 내세우겠지만, 그 내면 심리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나 학벌과 소속중심 사회에서 만연된 열등감 극복을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

최근 5년간 국내 대학교수로 임용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외국박사학위 소지자이고, 한국학 관련 특정 전공을 제외하고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학으로 범위를 좁히면 외국박사의 비율은 거의 절대적이다. 이렇듯 엄청난 수의 외국 유학 출신자들이 국내 최고 대학의 교수직을 차지했는데도 국내 대학의 경쟁력이나 연구력이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대단히 역설적이다. 오히려 많은 수의 유학 출신 교수들 때문에 외국에 대한 학문적 종속도가 지나치게 높아 학문의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러한 역할 모델을 보고 자라는 수많은 후학들 역시 또다른 유학을 꿈꾸기 때문이다.

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국내 박사과정에 진학하기보다는 유학을 선호한다. 이들은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전공 공부보다도 토플과 GRE 준비에 여념이 없다. 어떤 이들은 유학을 준비하려고 박사과정에 잠시 진학했노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교수는 학생들에게 해외유학을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마칠 경우 자신이 그 학생을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학생들이 국내 대학의 박사과정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위 후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서글픈 현실은 교수임용 때에 연구논문의 질과 영향력보다는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의 등급을 차별화하여 출신학교의 점수가 교수 임용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학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 없는 지도교수 밑에서 제대로 연구할 실험실과 장비도 부족한데다, 쥐꼬리만한 장학금을 받아가며 교수의 잔심부름까지 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도 우리의 인재를 외국으로 밀어내는 또다른 원인이다.

외국의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치면 국내 대학의 교수직이 기다린다는 암묵적 법칙이 공유되고 있는 한, 국내 대학원은 자조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내 대학원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국내 학문의 근간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각 학문분야의 연구력에서 대학원생의 역할은 지대하다. 미국이 세계 과학계의 주도권을 쥔 것도 알고 보면 세계 각국에서 제 발로 찾아가는 우수한 두뇌들 덕분이다. 국내에서 아무리 경쟁력있는 박사를 배출해도 교수로 임용되지 못하면 연구인력 수급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한시적으로 대학교수 임용 때 국내박사 교수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 교수 임용에서 성차별을 없애려고 국립대학에서 여성교수의 비율을 정해놓고 임용을 유도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각 대학의 교수직 중 일정 비율을 국내박사에게 할당하는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이땅의 우수한 인재들에게 국내에서 학문과 연구에 힘써 달라고 부탁할 명분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박사학위를 학문의 정점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박사학위를 늦게 주는 편이기는 하지만, 자국의 연구실정을 익히 아는 국내박사가 외국에서 학위만 마친 박사보다 더 대접받고 있다. 필요하면 박사후과정이나 박사과정 중의 유학으로 외국의 연구기술을 배우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잠재력 있는 학문 후속세대를 배출하여 국내 학문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 국내박사 할당제는 불가피하다.

김성일/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기쁨이 ()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돌아와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해줘야 좋을까요? 좋은 따끔한 일침 가해주세요 ^_^
    1. 우띠~ 내가 미국,일본에서 접시닦이 하면서 자비로 공부할 때 국가에서 보태준 거 있나 우띠~....(근데 국비유학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네요)
    2. 우리나라는 너무 수준이 뒤떨어져서 말이야 미국,일본 따라잡으려면 너무 멀었어. 내가 외국에서 학위하고 국내 교수생활을 한지 어언 1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내가 미국유학시절 배운 것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거든. 우리나라는 너무 낙후돼있어.
    3. 국제교류를 하려면 어학이 돼야 하는데 국내에서 학위하면 유창한 꼬부랑말이 어려워.

  • 사색자 ()

      저야 해외박사출신이지만, 국내 박사 할당제 같은 것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좀더 다듬어야겠지만... 그런데, 점점 저 먹고 살길이 차단되는 듯한 서늘한 기운을 등뒤에서 느낌은 왜일까요? *^^*

  • REVOLUTION ()

      안녕하세요..사색자님..

    제 생각은 이런 쿼터제 도입은 반대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능력이 되면서도, 출신학교나 혹은 국내박사라는 이유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문제아닌가요?

    제 생각에는 다른 요소를 완벽히 배제시킨 상태에서, 공정한 평가를 통해서 교수를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impala ()

      "물론 자신 없는 지도교수 밑에서 제대로 연구할 실험실과 장비도 부족한데다, 쥐꼬리만한 장학금을 받아가며 교수의 잔심부름까지 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도 우리의 인재를 외국으로 밀어내는 또다른 원인이다." ==> 이러한 문제를 왜 교수할당제라는 방법으로 해결할려고 하는지 도무지 그 논리에 의문이갑니다. ㅎㅎ.. 교수들이 대학원생이 안들어오니까 이젠 똥줄이 타나 보군요.. 어떤 방식으로든 대학원생만 들어오면된다는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하는 아이디어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교수시켜준다는 미끼로 박사과정학생 하나 부려먹으려는 속셈과 다를게 없지 않나요?

  • impala ()

      그리고 과연 국내에서 학위하면 교수되기 힘드니까 국내대학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일까요? 그럼 외국에서 학위한 사람들은 전부 교수된답니까? 설령 국내박사 교수할당제를 실시 한다고 합시다. 무슨일이 벌어질까요? 서울대를 비롯한 메이져 대학을 위한 제도로 전락하는것은 안봐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럼 그다음에는 고사하는 지방대를 위해서 "지방대박사 교수할당제"를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 의견은 국네/외국 편가르기 하자는게 아닙니다. 총체적인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자는 겁니다.

  • impala ()

      박사 학위하고서 교수말고는 변변한 자리가없는데 문제의 본질입니다. 갈 곳이 교수밖에 없으니까 할당이니 뭐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거죠. 아직까지만 해도 "국내박사 OO연구소" 할당제 해달라는 말은 없습니다.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서도요.  암튼 암울한 현실입니다.

  • 쉼업 ()

      impala님이 좋은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그렇죠..

  • acdc ()

      교육학과 교수가 쓴글이군요. 교육부에서는 매년 5급이상 공무원들 (교육부 사무관, 과장..) 수명씩 미국으로 박사학위 연수를 보내주는데 왜 국내 박사과정으로는 거의 안보내고 미국으로만 보낼까요? 아예 교육부는 미국 몇개 대학과 일종의 계약까지 맺었더군요. 교육부 공무원들 조차도 외면하는국내 교육학과 박사학위과정을 교수할당제 한다고 좀 나아질까요? 윗글 쓰신 교육학과 교수님, 국내박사 교수 할당시켜달라고 할게 아니라 교육부 공무원 연수라도 국내 박사학위과정에 보내달라고 한번  떼써보는게 낫지 않을까요?

  • 과학사랑 ()

      조금있으면 저절로 대학을 줄고,
    정리가 될 것입니다.
    그냥 시장에 맡기면 안될까요 ?

  • 서대원 ()

      시장에 맡기기에는 현재 국내 국립대학교에서조차 국내박사들의 임용이 거의 없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국내박사 할당제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한 심사기회만이라도 주었으면 합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일단 임용권을 갖고 있는 교수님들이 자대출신 해외박사를 원하십니다. 그런가운데 공정한 심사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온 얘기가 국내박사 할당제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도 석사마치고 외국으로 가라는 권유를 오히려 지도교수님께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국내에서 학위를 했지만 적어도 연구실적이외 주관적인 요인으로 탈락되는 현실에서는 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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