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과 특허’ 걸림돌을 제거하라

글쓴이
노가다 십장
등록일
2004-05-1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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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과 특허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발명된 기술은 시장을 변화시키고,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과 국가가 선진 기업이고 선진 국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발명을 어떻게 유도하고 촉진시킬 것인가의 방법론이다.
흔히 발명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특허법 활용을 생각하지만, 특허제품이 공급되고 소비되는 시장의 여건을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발명의 촉진은 그 효과 면에서 더욱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시장에는 발명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 그리고 소비자들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면서 소비자들이 널리 새 기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보호해준다면, 그러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발명의 촉진은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2만달러 소득시대를 기대하며 맞이한 올해 ‘발명의 달’에는 ‘기술과 법’의 관점에서 발명의 촉진을 위한 방법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발명 촉진의 직접적인 방법으로 특허법의 활용부터 보자. 특허법 자체는 현재 잘 정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특허법이 발명의 촉진을 위해서 잠재적 발명자들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시장에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부분의 특허권은 대기업에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특허발명은 우리 특허법 제39조의 직무발명에 해당한다. 때문에, 특허법이 제대로 발명 촉진 기능을 하는지는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종업원에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현재 국내 대기업의 종업원들이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을 충분한 인센티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 특허법이 발명 촉진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일본의 도쿄지방법원이 니치아화학공업에서 직무발명을 한 종업원에게 2천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바 있고, 도쿄고등재판소가 히타치의 종업원에게 16억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러한 일본 판례는 각 회사의 직무발명에 관한 내부규정에 따른 보상이 이미 이뤄졌다 하더라도 특허법이 추구하는 발명 촉진에 필요한 상당한 보상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추가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시장에서 품질향상 및 기술발전을 간접적으로 촉진시키는 제도로는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상표법은 등록상표에 대한 보호만을 규정하고 있고 부정경쟁방지법은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주지상표를 널리 보호하고 있어서, 등록상표의 보유자와 미등록 주지상표의 보유자가 다른 경우에 두 가지 권리가 충돌하고, 충돌되는 두 가지 권리 가운데 어느 권리가 우선하는지 문제되어 왔다. 우리 대법원은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주지상표의 보호를 중시한 결과 등록상표의 보유자는 상표등록이 유효한데도 상표법상 적법한 상표권의 행사에 대해서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책임을 질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경쟁 행위를 제한적으로 열거해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발전과 시장 변화로 인해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시의적절하게 규제할 수 없는 커다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상표법에 등록상표뿐만 아니라 미등록 상표에 대해서도 포괄적이고 일관된 규정을 두고 부정경쟁방지법에도 다양한 유형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일반조항을 둠으로써 기업들이 발명의 촉진에 전념할 수 있는 시장질서를 형성해줄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는 선진국의 기술을 수입하고 단편적인 법률지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왔다. 그러나 2만달러 소득시대를 열기 위해서 기업은 최고 기술을 개발하고 정부는 직간접으로 발명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서로 대등하고 효율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 ‘기술과 법’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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