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타임즈](1);돈벌이에 내몰리는 연구원들.. 비정규직 채용 현황

글쓴이
맹성렬
등록일
2002-11-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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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 heri@dt.co.kr 2002/11/18
 
 
 
흔히 `과제중심운영제도'라고 불리는 PBS(Project Based System)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운영을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연구기관 스스로 외부에서 돈이 될 만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위탁받아 수행함으로써 인건비를 포함한 경상운영비를 자체 해결토록 한 제도이다.

따라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정부 지원비율이 줄어든 데 따른 인건비 등의 경상비 부족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의 연구개발 과제를 수주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집중하고, 수탁한 연구개발 과제 역시 가급적 적은 비용으로 수행하려고 노력하게 마련이다. 이 경우 연구기관은 최대한 정규직 인력의 충원을 억제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외부인력, 곧 비정규직 인력을 채용해 활용하게 된다.

비정규직의 고용계약은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1회성으로 이뤄진다. 특정 연구개발에 한시적으로 활용한 뒤 곧바로 내보내면 되는 만큼 고용부담이 적고 임금단가 역시 정규직에 비해 훨씬 낮아 연구기관 입장에선 경상비를 줄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패스트푸드점 종업원에게 적용하듯 시간제로 연구원을 고용하기도 한다.

출연연구기관들에 따르면 필요에 의해 수시로 채용되는 비정규직 인력의 숫자가 정규직을 웃돌고 있다. 이는 1995년 PBS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해마다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 작년 8월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무려 5529명이다. 산하에 7개 연구기관을 두고 있는 산업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부분의 출연연구기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5대5를 넘어 이젠 4대6정도로 보면 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비정규직 연구원이 정규직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연구인력은 장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분야를 이끌어 갈 인재들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과 노하우가 오랜 기간 연구개발에 종사해온 정규직 연구인력에 비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나아가 이들은 고용 자체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처우도 낮은 편이어서 연구기관에 대한 소속감과 과제 수행의 책임감 측면에서도 정규직과는 다르다고 연구원들은 말한다. 이에 따라 출연연구기관이 수행하는 연구개발의 성과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연구기관 관계자들의 솔직한 설명이다.

비정규직 인력의 고용형태는 임시직?계약직?위촉직?학연생?P.D.(포스트 닥터: 박사이수 후 연수과정)?인턴연구원?별정직 등으로 다양하다. 계약기간과 노동시간도 제각각이다.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 역시 해당 연구기관이 될 수도 있지만 외부기관일 수도 있다.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경우 비정규직 연구인력은 모두 121명으로, 이중 연구업무에 직접 투입되는 위촉직 102명은 1년 또는 최대 2년의 불안정한 고용계약 아래 월 97만원의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술연구회 산하 지질자원연구원의 경우 박사학위를 소지한 P.D.는 1년 계약으로 월 15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경우 박사과정의 연구생은 70만~80만원을 받는 게 고작이다.

월급과 함께 복지혜택도 미흡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경우 올해 1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연차휴가, 하기휴가, 퇴직금, 연말성과급, 정기건강진단, 경조금, 중식비, 주택자금대출, 중고생 학자금 지원, 교통비, 의료비 보조 등 정규직에 적용되는 각종 복리후생제도를 적용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비정규직 연구인력들은 불안정한 고용조건,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복리후생, 열악한 임금 등에 늘 불만을 갖게 마련이고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보다 안정된 직장을 찾아 출연연구기관을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개발 과제가 온전하게 수행돼 제대로 성과를 내고, 연구개발과정의 지식과 노하우가 축적되거나 다른 연구원에게 전수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이같은 현실에 대해 무턱대고 연구개발과제를 많이 따는 게 미덕이고, 그렇다보니 정규 연구인력이 부족하게 되며 그래서 임시직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다보니 과제 수행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예산이 낭비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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