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의 '위기의 비메모리 반도체산업' 시리즈를 읽고서

글쓴이
SoC
등록일
2002-11-25 21:13
조회
3,8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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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실리콘칩님께서 자게에 올리셨던 기사를 읽고 비메모리쪽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해보았습니다.

기사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etimesi.com/news/detail.html?id=200211200031
http://www.etimesi.com/news/detail.html?id=200211210036
http://www.etimesi.com/news/detail.html?id=200211220260

현재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입니다.
꼭집어 누굴 탓하고 원망하기는 모호하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책임자들의 리더쉽 부재의 결과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학교 뿐아니라 소규모 디자인 하우스들도 다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1. ASIC 설계 기술 연구는 자연과학이나 여타 공학과 많은 다른점이 있읍니다.
  즉,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자유스럽게 실험 연구하기보다는 주로 외국의 거대한
  forum, association등에서 만든 규격(standard, specification)에 쫓아다니는 성격이
  강합니다. 표준 규격을 어기면 가치가 '0' 이 되지요. 그 규격을 반드시 만족시키면서
  나름대로 창조적인 설계를 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런 규격의 개발과정에는 많은 유수의
  메이커, 연구기관, 학교등에서 대가들이 모여 수많은 토론을 거쳐 여러번의 preliminary, draft
  등의 개정을 거쳐 정식 버전이 나오게 됩니다. 이때 알고리즘이나 소자 이론등의 자연과학과
  기초 공학에 가까운 학문들의 최신 논문, 특허등에 의하여 기초를 잡아갑니다. 이런 과정은
  한마디로 어찌보면 가족잔치가 될 수 있읍니다. 서로 자기네끼리 자기네 회사, 기관, 마켓등의
  여건을 고려하기도 하면서 사양을 잡아나가거든요. 결국,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리는 이런
  컨소시움에 참여 혹은 개발자로서 끼지 못하면, 그 spec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분석 조차
  하기 힘듭니다. 걔네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규정했을까 도대체 이 문구의 의미는 무얼까
  등등 상당히 수동적 자세가 되어버리고 말지요. 실제로 우리나라에 mpeg관련 몇분을 제외하고는
  능동적 참여를 하고 있는 위원들이 거의 전무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니, 제대로 설계가 가능하겠읍니까?

2. 교수, 사장들도 문제입니다. 돈만 된다 싶으면 대책없이 일단 발부터 무작정 집어 넣고 봅니다.
  그러니, 설계 단계 단계마다 이런 저런 변동상황이 많아지지요.
  게다가 설계 플로우를 튜닝시켜줄 수 있는 능력들은 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도대체 해외 유학 및 현장 경험하면서 배운게 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소프트웨어는 제품 완성 이후에도 업글&디버깅이 가능하지만 하드웨어는
  한번 구우면 디버깅이 되나요?
  물론 드라이버, 펌웨어를 업글하면 효과는 있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어야죠.

3. 정부 또한 문제 입니다. 이는 ASIC쪽만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간섭이 너무 심하고
    귀찮게 합니다. 왕짜증 날 정도로 요구하는 문서도 많고 영수증 짜장면 한그릇까지 연구하는
    사람들이 일일이 기억해야 되나요?

4. 대기업들도 문제!  한마디로 너무 투자를 안 하며, 튕기기는 대따 튕기죠.
  그러니, 대만팹 쓸려고 개떼처럼 달려붙지

5. 학생들도 문제죠. 물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긴 한데
  당당히 맞서지 못하는 것, 교수말이면 껌뻑죽어서 거짓말도 스스럼없이 하게 되지 않나요? ㅋㅋ
  정말 교수들은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학생이 거짓말하면 은근 슬쩍 넘어가는 건지..
  칩설계를 하면서 formal한 플로우를 제대로 거치고 칩설계해 본사람 있으면 손들어봐요
  가슴에 손을 얹고.. 아마 1명도 없을 걸요(소규모 칩빼고).

물론 제대로 할려면 좋은 장비, 툴 및 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여러 연구실이 모여 협력을 하여 각 연구실마다 담당업무를 체계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읍니다. 하나의 칩을 만들어도 spec 분석, 팹, 툴, IP등등 시장 조사,
Behavioral, RTL, opt. verification, back-end, prototype 보드 등등 각각 분리해서 해야 합니다.
(여기서 얼마든지 세부적으로 더 나눌 수 있지만 지면상 생략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요. 서로 자기가 다 하겠다고 하지요.
연구비 다 먹을려는 교수들때매 ㅋㅋ
결국 저많은 플로우를 몇 안되는 연구원, 학생들이 밤새가며 하게되지요. 제대로 될까요?
여러 랩들이 저마다 각각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죠.
칩만들고 것도 모자라 보드까지 만들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무슨 슈퍼 울트라 메가톤급 만능 멀티 플레이어인줄 아십니까?
요즘 고속 PCB 설계는 아무나 하는 줄 아나봐요. 또, 드라이버는 어떻구..
원하는게 너무도 많고, 기업과 교수들간에 쌈도 잘하고..
그리고, 저렇게 나온 결과를 어느 기업이 사가겠습니까?

대통령 후보 단일화도 이룩해 냈습니다. 우리 이공계 리더들도 제발 단일화 좀 해서
서로 협력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학생들과 후배들을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자기 이득만 더 챙길려고 하면, 죽도 밥도 안됩니다. 제발 정신차리세요.

할 말 많지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 임호랑 ()

      슬픈 자화상의 한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군요...

  • mhkim ()

      제가 가장 이해할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 전기전자관련 학회가 몇개씩이나 된다는 것이 웃깁니다.

  • 트리비어드 ()

      괴수들의 나와바리 다툼때문에 통일이 안됩니다.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하나 학회지 만들어 보자는게 교수 사회의 분위기 같습니다.

  • song ()

      이공계 괴수들은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등의 장점(?)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질서를 잡아 가야하는데 서로 제살 깍아먹기식의 경쟁은 이제 그만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돈에 환장한 일부 괴수들이 문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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