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연구개발시스템 업그레이드 방안(1) v.0.9

글쓴이
하나다래
등록일
2003-01-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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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님도 깊이 있는 내용을 제시해 주셨고, 답하신 임호랑님 역시 상세한 내용까지 파악하시고 계시네요. 두 분 모두 상당한 전문가이시군요.

저 역시 총론에서는 공감에 공감하나, 각론에 있어서 몇가지 사실을 첨언하면 좋겠습니다.

(1) 연구비의 효율적 배분과 집행

ㅇ연구비의 종류와 비중

지난 번에 제가 올린 글도 있지만, 효율성에 대해 문제가 나는 부분, 소위 말해 언론에서 얘기하는 대부분은 '정부 R&D예산'에 대한 것입니다. 따라서, GDP 대비 3%로니 뭐니 하는 것은 '정부 + 민간'을 모두 합친 것이니까... 어찌 보면 모수가 다른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사항은 정부 R&D예산을 7%까지 올린다는 것이 정확합니다.

ㅇ연구비의 효율성 문제

임호랑님 말씀과 같습니다만, 연구비의 범위라 할까요, 대상에 따라 보는 시각을 구분하면 좀 생각하기 편할 것 같습니다.

즉, 연구비의 대상은 통상적으로 알고 계시는 '연구과제(project)'와 연구과제가 모인 '연구사업(program)'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연구기관'도 있겠구요...
따라서, 연구비의 효율성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효율성을 점검하는 주체도 이들 부문별로 약간씩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연구과제의 경우는 각 부처가 주체가 되어 과제 하나 하나에 대한 성과를 효율성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연구사업의 경우는 각 부처와 국과위가 개별과제의 성과가 아닌 사업목적이 달성되었느냐 아니냐에 주안점을 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결론적으로 말씀드려 연구비의 효율성 문제는 이렇게 각각 대상과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꺼번에 얘기하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 그리고, 임호랑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저 역시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그 전문성 내용에 있어서는 기술적인 전문성은 물론 정책적인 전문성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면 기술적인 전문성만 갖고는 연구과제 하나하나에 대한 관리판단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연구사업과 더 나아가서는 R&D방향에 대해 길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 연구회의 통합 이사회는 다 아시다시피 연구과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구요, 국과위 역시 연구과제와의 관련성이 크지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이사회와 국과위는 연구사업의 평가와 방향에 대해 판단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전문성 보다는 정책적인 전문성이 강하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옥상옥 문제도 얘기가 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연구회의 출연(연) 평가를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만, 현행 법체계도 그렇고 실제 집행상에서도 중복평가되거나 관리되는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책임소재 역시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ㅇ 예산 배분

이사회 소관 출연(연)의 예산배분 문제도 기관예산 부분과 수탁예산 부분에 따라 달리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수탁예산 부분은 자체분이 아니므로 기관예산 부분이 좀 얘기가 될 듯 하구요...
그렇지만, 자체부분(기관예산)도 어찌 보면 현재의 출연(연)이 개별 법인격에 의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예산을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조정하려면 이러한 각각의 법인격을 없애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암튼 복잡한 문제이지만, 이사회의 인력과 구조가 본 문제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ㅇWTO에 의한 정부 연구비의 지원

민간기업에게 지원은 할 수 있지만,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실제 이 부분은 대부분의 각 부처 공무원이나 관련교수님들은 물론, 심지어는 STEPI나 KISTEP, ITEP 등 전문기관에서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문제인데요...

조건이란게 뭐냐면, 정부가 민간에 지원할 때는 '상품화 이전단계의 창의적 연구'에만 지원할 수 있고 그 비율은 '대기업은 50%, 중소기업은 75%'을 넘을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혹시, 특연사나 산기반 규정을 보면 매칭부분을 대기업은 50%, 중소기업은 75%라고 되어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만, 사실 정확히 보면 비율은 맞추고 있으되 연구내용면에서는 과연 상품화 이전단계의 창의적 연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데요, 잘못하면 선진국과 무역마찰까지도 일어날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즉, WTO나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현재 R&D연구비 지원내용을 상세히 알기만 한다면, 정부가 민간에게 상용화까지 지원하고 있는 현재의 많은 연구와 그 결과물(제품 등)에 대해 상계관세를 매길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여러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젠 좀 달라져야죠.

ㅇ각 부처 연구과제 중복체크와 정보교류

이 부분은 임호랑님 말씀대로 과기부 주관으로 만든 '국가연구개발사업 종합관리시스템(www.kordi.go.kr)'이 지난해 10월부터 가동하고 있어 거의 대부분 중복체크나 정보교류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전산시스템이 100% 완벽한 게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나아진게 아닐지...

아울러, 민군사업에서도 ADD가 과기부의 종합관리시스템 검색엔진을 따다가 중복체크를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보안 때문에 별도로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울러, 유사한 DB로서 과학기술인력 DB가 있는데, 현재 위에서 언급한 종합관리시스템과 연동되어 있구요, 앞으로는 SCI논문DB, 특허DB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 특허DB는 특허청과 협의 중에 있다고 합니다.

ㅇ 독립된 평가/감사 기관의 문제

연구과제 중복을 막기 위해 위와 같은 대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중복 때문에 기관을 만들 것 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연구비 관리에 대해서는 약간 다르겠네요.
음... 그리고 agency 라는 말씀이 있는데요 정확한 개념을 잘 모르겠지만, 현재의 KISTEP, ITEP, IITA 같은 기관을 말씀하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현재도 이들 기관에서 말씀하시는 연구관리, 평가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제시하신 대안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그리고, 한가지 참고로 말씀드리면 미국의 경우, NASA, NIH, NIST 등 연구기관이면서 연구관리기관들은 민간기관이 아니라 정부 기관이구요, 신분도 연방공무원 신분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NISTEP 등도 정부 기관으로서 공무원입니다. (일부 민간인을 고용하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이런 구조를 갖고 있냐면, 공무원 정원이 동결되어 있다보니 날로 증가되는 R&D부분의 기획과 관리, 평가 등의 업무를 각 부처 공무원으로 하기가 어렵게 되어 민간법인 형식으로 출연(연)인 KISTEP, ITEP, IITA 등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볼 때 공무원 인원만 늘어나지 않았을 뿐, 공무원 보다 훨씬 높은 보수체계와 기관 오버헤드로 인해 효율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좀 길었습니다만, 제가 느끼고 있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었고, 이에 대한 많은 분들의 관심과 고민이 서로 같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오프라인에서 술 한잔 놓고 토론을 했으면 더 좋겠구요.

그럼

  • 박상욱 ()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저도 사실 정부의 그러한 노력들이 진행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시작했고, 아직 정착이 안되었고, 무엇보다 그러한 새로운 노력들이 '중심'에 오고 있지 않고 마치 '악세사리'처럼 기존 시스템에 붙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박상욱 ()

      KISTEP, STEPI, ITEP도 하나로 통합해서 강력한 국가 기구로 가는게 옳지 않을런지요? 지금은 좀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됩니다만.. 출연연이 출연연을 평가하고.. 과기부 밑의 시스템이 타부처 관리 과제의 예산이나 평가를 한다는 데에 한계도 있구요.. 계속 토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임호랑 ()

      하나다래님이 그쪽 업무를 제대로 알고 계시고, 또 알려주셔서 참고가 되었습니다. 근데 현재의 연구회, KISTEP같은 부처 산하의 연구관리기관 대신 Agency가 필요한 이유는 제가 답글에서도 상세히 거론했습니다만, 부처별로 공무원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행정조직이 아니라 분야별 임무를 갖고 목표지향적으로 움직이며 해당분야의 국가 연구개발의 중심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연구회, 연구관리기관, 일부 정출연을 조정하여 구성하면 될 것 같구요. 중요한 것은 그에 걸맞는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기획관리능력이 있는 '기술+정책+행정'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 임호랑 ()

      아,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한번 차 한잔 하십시다. 전 대전에 있지만, 가끔 서울에도 다니고 그렇습니다. 언제 대전이나 서울에서 회원을 포함한 벙개미팅할 때 한번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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