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연구개발시스템 업그레이드 방안(2) v.0.9

글쓴이
하나다래
등록일
2003-02-02 01:3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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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라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잘해도 불만, 못해도 불만이니까요.

제시하신 대안에 덧붙여 참고가 될 만한 몇가지를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우선 한꺼번에 얘기하기는 좀 어렵구요, 몇 가지로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요...

ㅇ 연구개발 평가제도의 종류

연구개발 평가제도는 연구사업 평가, 연구과제 평가, 연구기관 평가, 연구원 평가로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주로 이슈가 되는 부분이면서 혼동하는 부분이 연구사업 평가와 연구과제 평가입니다.

이는 많은 분들이 연구사업과 연구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시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심지어는 일부 부처의 공무원들 조차도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어떤 단위기술을 개발하는 최소의 연구개발 활동을 나타내는 게 '연구과제'라면, 연구사업은 이들 연구과제가 두 개 이상 모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모였다면 연구사업이란 말을 쓰겠습니까. 여기엔 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요...

'연구사업'이란 정책의 의지나 방향, 목표를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예를 들면, 과기부의 '목적기초연구사업'은 목적성을 가진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므로 목적기초연구과제라고는 하지 않구요, 산자부의 '산업기술기반조성사업'도 산업기술의 기반을 구축하는 내용이므로 사업이라고 분류됩니다.

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 사업에 포함된 여러개의 과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구성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연구사업'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조직화되게 됩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 보통 프론티어나, NRL 등 패키지로 이루어지는 사업이 그렇지만, - 사업 속의 과제 하나가 잘못되면 과제 하나만 날리는 게 아니라 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볼 때, 연구사업 평가와 연구과제 평가는 그 목적과 내용, 방법을 달리하게 되는 건 매우 당연합니다.

즉, '연구사업 평가'는 당초 목적한 사업목적이 달성되었는지, 당초 계획한 방식과 절차대로 추진되었는지 등등 정책의 과정과 성과 측면에서 보기 때문에 주로 각 부처 공무원이나 연구관리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연구과제 평가'는 당초 목적한 연구성과가 나왔는지, 연구비는 잘 썼는지 등등을 보기 때문에 주로 연구자 당사자나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하게 됩니다.

따라서, 소위 언론에 이슈로 얘기하는 '평가'는 '연구과제 평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를 잘못 해석하거나, 용어를 '연구사업 평가'로 잘못 쓰는 바람에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구분을 고려해서 '연구과제 평가'와 '연구사업 평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구요, 여기서는 제가 가능한 한 이슈가 되는 '연구과제 평가'를 중심으로 쓰되, 필요한 경우는 '연구사업 평가'라고 언급하겠습니다.

o 우리나라의 연구과제 평가제도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나라의 연구과제 평가는 외형적으로는 좀 이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선진국의 경우 정부가 발주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과제의 선정단계에서 강력한 평가가 이루어지지만, 진도관리나 결과평가는 거의 없거나 매우 약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정, 진도관리, 결과 때 모두 비슷한 방식의 평가를 계속하게 되는데요.... 이러다 보니, 참으로 다양한 방식과 기법을 동원하게 되고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결과, 우리나라의 평가제도는, 긍정적으로는 선진국 보다 훨씬 다양하고 우수한 체제와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좀 복잡하고 평가 자체에 오버헤드가 많이 걸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위에서 '어쩔 수 없다'고 했듯이, 현실적으로 볼 때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좀 깊게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정부의 연구과제 대부분, 약 75% 이상이 기초연구가 아닌 응용, 개발연구이고 여기다가 대부분 민간의 참여를 우대하고 민간의 대응자금(matching fund)를 조건으로 하는 과제가 많습니다. 즉, 100만원 짜리 연구과제라고 하면, 정부가 50만원, 기업이 50만원을 댄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과제들은 대개가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네가 해야하는 연구인데, 돈이 좀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가 지원을 한다고 하니 기업에게는 더 없이 좋은 것이고, 연구내용도 대부분 기업 입장에서 해야만 하거나 하기 쉬운 수준의 연구내용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정부 입장에서도 뭔가 딱 떨어지는 연구(응용, 개발)과제에 맟춘 평가제도가 필요하게 되고, 이게 결국은 실패해서도 않되고 할 수도 없는 엄격한(?) 평가제도를 양산하게 된 측면이 있지 않나 ... 생각됩니다.

o 우리나라 연구과제는 왜 성공한 과제가 많을까?

이런 배경 속에서 대개의 과제 관리제도나 평가제도를 살펴보면, 이런 조건들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산학연' 이라는 이유로) 기업의 매칭을 우대하되, 성공하면 기술료를 내고 실패하면 다음 연구과제 참여를 제외하는... 내용인데요,
(사실 '산학연'이 이런 게 아닙니다.)
이렇게 되어 버리니까, 정부와 기업 둘 다에게 좋은(?) 내부자 거래관행을 야기하게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할 연구, 성공할 수도 있고 또 성공할 만 하니까 부담없고 정부 돈 받아서 좋고, 또 정부 입장에서도 성공하면 기술료 받아서 다른데 투자할 수 있으니까 좋은 .... 이렇게 계속 하기 쉬운 연구만 양산하는 형태가 제기되는 겁니다.

따라서, 평가제도를 고치려면 이런 근본적인 문제, 즉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이 좀 바뀌어야 하고 이에 따라 평가제도도 같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외에도 agency에 대한 의견, SCI, 특허에 관한 의견... 등등 논의드리고 싶은 부분은 조금은 구체적인 사항이 될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넘기면 좋겠습니다.

참, 아래 적어주신 의견 잘 보았습니다. 저도 많은 분들과 술이나 차 한잔 하면서 좀더 많은 얘길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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