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시스템 업그레이드 방안(4) - 전략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3-01-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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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구개발 전략 이원화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다. 6T(IT, BT, NT, ST, ET, CT)를 중심으로 대형 사업단을 구성, 대규모의 연구비를 집중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선진국을 최단시간에 따라잡고 신산업에서만큼은 대등한 출발선에 서고자 하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70년대초 이후 30여년간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핵심은 벤치마킹, 나쁘게 말해 ‘모방’인데, 7~80년대엔 선진국에서 이미 산업화가 된 분야(제철, 조선, 자동차 등)를, 8~90년대엔 선진국에서 한창 자리잡으려고 하는 분야(반도체, 컴퓨터등)을 단시간내에 국내에서 구현함으로써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90년대 이후엔 선진국에서 ‘근미래에 하려고 하는’ 분야(이동통신, 평면 디스플레이 등)에 집중투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선진국과 대등한 선상에서 출발, 거의 동시에 산업화에 성공하였다.

 2000년대들어 ‘다음 먹거리’를 준비함에 있어 더 이상 이러한 벤치마킹 전략은 실효를 갖기 어려워졌고, 결국 선진국들조차 산업화에 확신이 없는 분야에까지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선진국들은 선택과 집중보다는 과학기술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중 돌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규모나 발전단계상 선택과 집중 전략을 견지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그 대상을 선정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6T중 IT는 이미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고 나아가야 하므로 선택되었다. ST, ET. CT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낙후한 분야로서 산업화의 모델이 있기 때문에 선택되었다. 그러나 BT의 경우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만이 수익을 내고 있는 바이오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며, 천문학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이다. NT의 경우는 미국조차도 산업화로 이어질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에서 ‘NT 무용론’, ‘NT 허상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물론 NT의 범위를 넓게 보자면 이미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측면도 있으나,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이 이루어진 바 없이,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선택되었다는 해석이 강하다. 바로 이런 경우, 즉 BT나 NT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시기의 과학기술 전략 수립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가. 실태와 문제점
1. 6T를 중심으로 국가 과학기술 연구의 축이 형성되면서 과학기술 연구의 다양성이 위협받고, 특정 분야의 인력이 집중 양성되고 있다. 선택해서 집중했던 분야가 정답이 아니었다면? 다양성에 기반한 후보주자가 있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받을 타격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특히 중국에 의해 우리나라가 현재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침탈당한다면, 속된 말로 ‘먹고 살 일이 막막해지는’ 상황까지 상상할 수 있다.

2. 6T에서 소외된 과학기술인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있으며, 양지를 쫒아 너도나도 6T의 가면을 씀으로써 진짜 능력있는 전문가를 구별할 수 없는 ‘물타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 연구비 편중과 학생들의 몰림으로 인해 가뜩이나 기피되고 있는 이공계 내에서도 분야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3. 6T라는 구분이 오히려 분야간 융합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모든 분야와 관련이 있는 국방기술이 따로 떨어져 있어 국가 연구개발에 불합리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나. 개선 방안
1. 국가 과학기술 발전 전략을 이원화할 것을 요구한다. 즉 산업화를 대비하는 분야와 미래를 대비하는 기초 분야로 이원화하여, 산업화 분야의 경우엔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유지하되, 기초 분야는 억지로 6T로 편입시키지 않고 다양한 연구 분야가 유지되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2. 소규모 장기 과제를 많이 신설하고, 특히 신진 연구 인력과 지방대 위주로 창의적인 과제를 많이 배정하여 지방대 공동화를 막고 학문과 기초과학/공학의 다양성을 유지한다.

3. 연구개발 인프라와 역량이 이미 수립된 몇몇 대학을 선정하여 산학연 연계를 더욱 강화한다. 핀란드, 독일식 모델을 도입하여 산학 통합 수준의 산업화에 대비한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4. 기초과학 연구비 투자 비중을 높이고, 특히 거대 시설물(가속기, 망원경등) 이용 분야의 경우 연구원 해외 파견을 활성화하고 국제간 연구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큰 시설투자 없이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5. (3)주제에서 언급한 인력 수요 예측 기구에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산업 예측 연구소를 두고, 미래에 육성할 산업 분야와 연구개발 대상을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연구, 도출한다.

  • 익명좋아 ()

      핀란드와 독일식 모델좀 설명해 주세요? 아래 나와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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