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시스템 업그레이드 방안(5) - PBS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3-02-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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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PBS (Project Based System) 개선방안

PBS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여러 사람에 의해 제기되었다. 대표적인 표현들만 예로 들자면, “PBS 가 연구원들을 앵벌이로 전락시켰다.”라는 말은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출연연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현행 30%에서 50%로 올리겠다.(잠시 70%설도 나왔었음)” 라는 것은 인수위의 개선책이다.

PBS 란 간단히 말해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연구팀)이라 할지라도 외부(주로 정부) 연구과제를 받아서 연구비를 충당한다는 것이며, 특히 인건비의 경우 급여의 30%는 직장에서 지급하지만 나머지 70%는 연구과제 인건비로 채워지는 것이다.(정확히 표현하자면 정해진 급여의 70%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연구과제로 해결할 수 있고 나머지를 연구소에서 지급한다는 것이다.)

우는 소리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다 아는 얘기는 그만 하고, 흔하게 접해보지 못한 얘기가 혹시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가. 문제점, PBS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

1. PBS는 고용 불안정성의 원흉이 되고 있다. ‘자리’가 안정성을 모두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의 가장 큰 효용은 급여에 있는데 급여체계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제도이니, 체감하는 직업안정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으며, 불만족과 이직의 원인이 된다.

2. 연구과제에 따라 연구팀 구성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력 수급에 있어 수요 측면에서의 불안정성을 유발한다. 연구원, 기능직 등에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바로 PBS이다. 또, 불필요한 저임금(연봉 1200~2400만원) 포닥(대체 출연연에 왜 포닥이 필요한가?)을 요구하고 보유하게 되었는데, 이는 신진연구인력을 착취하는 짓이다.

3. 정리하자면 PBS는 ① 현직 연구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② 비정규직을 양산했으며 ③ 결과적으로 30대초반 신진연구인력을 비참한 상황에 내 몸으로써 이공계 기피현상에도 보이지 않는 원인을 제공했다.

4. 원래 PBS는 연구팀간 경쟁을 유도, 더 치열한 연구 환경에 처하게 함으로써 우수 연구팀을 승리?하게 하고 저질 연구자를 도태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으며, 시장원리에 입각한 제도로 미국의 PBS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것이다. 그 운용만 제대로 되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운용상의 한계와 문제점을 들자면 첫째, 선진국과 달리 연구개발 과제 시장이 좁고 작아, 시장 경쟁을 통해 과제를 수주한다는 이상론이 정착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둘째, 과제 수행자 선정, 평가등이 선진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로비와 접대, 인맥, 학연등을 이용한 과제 수주 풍토를 표면화하여 연구개발 시스템을 오히려 후진화시켰다.

5. 소신있는 연구, 창의적 연구, 안정적인 장기 연구등의 싹을 잘라버렸고, 과제 수주에 유리한 연구, 쉬운 연구, 단기 연구에 집중하게 되어 국가 연구개발의 균형을 크게 왜곡하였다.

6. 연구비 집행의 권한이 없다보니 기관장의 업무가 축소되고 한마디로 ‘개나 소나 기관장을 해도 상관없는’ 상황이 되었다. 기관장이 하는 일이라고는 연구원들을 독려(또는 감시)하거나 행정 잡무를 처리하고 ‘윗선에 잘보이기’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선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기관장이 되어도 아무 소용이 없고 연구소를 발전시켜 나갈 수 없다.


나. 개선 방안

1. PBS 는 우리나라에 도입하기에 시기상조였던 제도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할 수 있다. 연구 과제 선정과 평가, 예산 시스템의 선진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성립할 수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PBS의 완전 철폐 또는 부분 철폐(절충형)를 주장한다. PBS는 선진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에 알맞은 제도이나, 우리나라와 같이 선진 수준을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에는 맞지 않다.

2. 인수위 방안인 ‘인건비 50% 지원’은 PBS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할 수 없는 미봉책이며 ‘달래기성 정책’이다. 일선 연구원들의 상처입은 마음을 아주 잠시 어루만져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 업그레이드에는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

3. 위에서 말한 ‘절충형’이란, 국가적으로 집중 육성할 전략적 분야에 대해 PBS를 철폐하고 일정 예산을 배정, 연구책임자, 연구 기관장, 관할 부처가 모든 책임을 지고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무능력 연구원 퇴출, 인센티브제를 이용한 긍정적 독려등을 통해 PBS 하의 경쟁상황을 대체할 수 있다.

4. 당장은 돈이 되지 않겠지만 미래를 위해 필요한 분야와, 연구개발 시장이 충분히 커서 경쟁할 수 있는 비슷한 수준의 연구팀이 여럿인 분야에 대해서는 PBS를 유지하되, 인건비 지원을 70%로 늘리고 계약직 위촉연구원의 참여를 억제한다.

5. 출연연의 행정비용등 유지관리비용은 정부예산에서 직접 지출하여, 연구과제에서 일정 비율로 떼는 오버헤드를 철폐한다. 

  • 임호랑 ()

      이건 댓글로 처리해도 될 분량이네요. 먼저 '개나 소'는 좀 뭐하고요...^^ (잘 나가다가 이번 호에서는 좀 감정이 실린 듯... 분통해 하는 마음은 제가 200% 이해하지만서도...) 문제점 지적이나 대안마련 모두 적절하다는 생각이고요... 핵심중 하나는 PBS비율인데, 70%를 기본비로 하고 나머지 30%내외는 인센티브나 과제수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출연이나 벤처의 문제는 일거리인데, 연구개발의 속성상 시장에서만 나올 수가 없고 국가가 리드해야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연구기획 능력을 획기적으로 신장해서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서 줘야 합니다. 그리고 출연연 행정직문제가 빠져있군요, 혁신이 필요한 분야인데... 나이가 같으면 능력불문, 보수가 같은 것도 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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