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 관전평

글쓴이
scieng
등록일
2004-12-30 17:02
조회
7,3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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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건
댓글
1건
요즘 반도체나 IT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면 결국 이 산업의 목표는 이 산업의 결과물을 없어지게 한다는 것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예를 들어 흔히보는 종이 한장을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이 한 장을 구기거나 버리는 데 거리낌이 없지요.  그건 그 사람에게 종이는 존재하지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랍니다.

아직은 컴퓨터를 한 번 쓰고 버리는 사람은 없지만, CD정도는 쉽게 구워서 누굴 주거나하죠.  이미 사라짐이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겠죠.  결국에는 컴퓨터라는 걸 들고 다닌 다거나 따로 조작한다는 게 의미가 없는 상태가 될 때 까지 과학기술이 발전하게 되겠죠.

운전자없이 자동운행하는 차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커다란 버스에 수퍼컴을 탑재한 초기 모델이 트럭, 승합차, 밴, 자가용크기로 줄어들다가 종국에는 겉보기에는 보통차와 같은 형태로까지 사라지는 걸 보여주더군요.  거기서도 사라짐이 목표랍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 데, 과학기술자들은 자신의 결과물들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건 참 모순이지요.

누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고마워할 까요.  나중에는 science fiction (이걸 왜 한국에서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할까요.  공상이라는 말도 터무니 없는 걸 얘기한다는 듯이 들려서 웬지 이 분야를 무시하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에 나오는 것처럼 존재하지않는 것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은 지하로 쫒겨가서 비참하게 살면서 지상의 인간들이 천국과 같은 나날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만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벌써 그렇게 된 건가요?

갈릴레이가 코페르니투스의 지동설을 지지한 것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발단이 자신을 후원해주던 메디치 가문의 노마님에게 지동설과 성경이 서로 상치되지않는 다는 내용을 설명한 편지에서 비롯되었다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돈많은 사람들에게 얹혀사는 것이 과학자의 신세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그때는 돈 대주는 사람들이 관심이나 좀 있었죠.  앞으로는 점점 더 관심밖이 될 테고, 또 그렇게 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참 우습죠...




 
 

 
 
이민주 (2004-07-08 13:05:40) 
 
과학기술자들의 목표는..편리한 컴퓨터(즉 기술을 몰라도 직관적으로 조작할수 있는 바보들을 위한 컴퓨터: APPLe에서 시작하여 윈도우즈로..이어졌지요)

기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몰라도 편리하게 움직일수있는 자동차..

기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몰라도.. 상대방의 사진을 찍어
무선통신망으로 인터넷에 사진을 즉각 올릴수 있는 시스템들..

요즘 자동차 오너들의 질문을 보면 참 대단합니다.

"에어콘을 틀면 엔진 힘이 딸리는데..에어콘은 전기로 움직이는것 아닌가요? 왜 에어콘을 틀면 엔진힘이 딸리지요?"

라고 질문을 합니다. 위의 사람...고등학교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죠..

바보들을 위한 과학이라고 할수 있겠지요..

타임머신이라는 영화를 보면 잘 나오지요..

기술을 버리고 자연에서 평안하게 사는 미래의 족속들...

정말 그리 되지 않을까요?? 
 
 
 
김용국 (2004-07-08 13:39:30) 
 
오늘 함께 일을 하게된 15년 경력의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약 4년 전에 우리 회사를 떠나서 PMC Sierra 에서 교환기칩셋을 개발하다가 레이오프로 떠나서 다시 우리회사로 온 사람인데, 3년간 개발했던 칩셋이 결국 기존 칩셋의 profit 을 가로 막는다고 발매되지 않았다는 군요. 이사람의 3년은 결국 사무실에 칩레이아웃 사진 한장으로 남게되었습니다. 물론 본인에겐 경력이 될지는 몰라도 그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이런일이 주변에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전자제품을 파는 상점에 갈때마다 DVD 영화 한장가격에 다다르는 DVD PLAYER 가격을 볼때 느끼는 기분이 이제 낯설지 않네요.
 
 
 
 
박성주 (2004-07-09 02:35:37) 
 
우리는 왜 우리의 기술력으로 만든 제품에 대해서, 그와 상응하는 과학기술적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입니까??
모든 전자 제품의 축소판인 컴퓨터의 가격이 절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모든 전자 제품의 값어치가 하락되어야 한다는건 우리가 우리 기술력으로 우리 제품을 만든것인가 ?? 확인을 해 보아야 할 면 같습니다. 
 
 
 
Simon (2004-07-09 03:49:41) 
 
추천버튼을 처음 눌러봅니다 (앞으로는 딴 분 좋은 글에 추천 버튼을 자주 누르려 합니다. ^^) 
 
 
 
mhkim (2004-07-09 07:51:36) 
 
정말 맞는 말 같군요... 저희도 지난1년동안 수많은 것을 개발했지만 그중에 살아남은것이 별로 없군요... 아무리 좋아도 더 좋은것이 나오면 기존의 것은 사라집니다. 끝없는 여정인것 같습니다. 이러한것들은 언제까지나 받아 들일수 있을지... 
 
 
 
이민주 (2004-07-10 01:50:27) 
 
과학기술자들은 참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롭고 복잡한것을 개발하여..기존의 구형보다 더 싸게 팔고..

또 기술자가 필요한 전문분야의 일들을 고도의 사용하기 쉬운

툴을 만들어서..초보자도 그 분야를 다룰수 있게 만들고

결국은 과학기술자 스스로의 일자리를 깍아먹는 일인것 같습니다.

 
 
 
 
남영우 (2004-07-10 21:07:07) 
 
뛰어난 통찰이 들어가 있는 글이군요.
제 생각에는 "사라짐이 목표"라는 것은 사람이 지향하는 바의 극한점입니다. 과학기술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추구의 극한에는 항상 그러한 '최종' 목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어떤 과학학문에서 "모든" 문제가 풀린다면, 해당 학문 자체가 없어질 것입니다. (연구할게 없으므로) 결국 극한의 추구는 미화해서 말하면, 모든 문제의 해결이라 할 수 있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사라짐"을 목표로 갖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학문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전성기를 유지하려면, 이른바 추구할 만한 풀리지 않은 문제를 무한개 만들어 놓으면 됩니다.

모터가 돌아가는 것이 평형이 깨진상태에서 평형상태로 돌아가려는 회귀운동인데, 일부러 평형상태가 되지 않도록 조정하듯이 그렇게 하면 됩니다. 현실적인 문제는 최소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발전하면서 이론이나 구현이 점점 복잡해지므로, 난이도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원이 유한하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통찰력 높은 글 하나를 여기서 보게 되는 군요.
기술의 목표 뿐만이 아닌, '추구하는 대부분의 것'이 그러한 목표를 (적어도 현재까지는) 필연적으로 갖게 된다고 봅니다. 
 
 
 
전준석 (2004-07-11 05:38:59) 
 
인간이 사는 이유(문제)를 해결하면, 살 필요가 없을까요? ^^

인간이 뭔지도 모르는데, 무슨 과학의 끝을 알려고 하세요.
인간의 대한 물음이 있는한 과학은 계속됩니다.

  • ^_^; ()

      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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